핵 정세 급변…파격적 핵정책 필요하다[시평]

2024. 7. 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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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국방대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북핵에 초점 맞춘 세 갈래 논의
한미 확장억제·핵무장·핵공유
북중러 급속 핵 증강 고려해야
한미 전략司 협력 실질화하고
우방과의 전방위 核협력 모색
3단계 접근법 적극 검토할 때

최근 국내 안보정책 전문가들 사이에 북한의 증대되는 핵능력에 대응하는 핵무장 논쟁이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이 논쟁의 주장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지난해 4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구축된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양국 간의 확장억제 태세를 최대한 강화하자는 입장이다. 둘째는 미·일 원자력협력협정에 따라 일본에 허용되는 수준의 우라늄 농축 권한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독자적 핵무장을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셋째는 미국의 전술핵을 재반입해 배치하고, 이에 수반되는 비용은 우리도 부담하자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 공유론이다.

이 같은 논쟁들이 북한의 점증하는 핵능력에 대한 엄중한 위협 인식에서 제기되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만, 기존의 논의는 북한의 핵 위협에만 초점을 맞추고, 국제 핵질서의 구조적인 변화를 함께 고려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2022년 2월부터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는 지난 2010년 4월 미국과 체결한 핵군비통제조약인 뉴스타트(New START)를 오는 2026년 이후에 갱신하지 않을 것임을 표명했고, 이미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에서의 탈퇴를 밝혔다. 현재 400여 기 수준인 중국 핵탄두 전력은 2030년 중반쯤이면 현재 미국과 맞먹는 1500여 기 안팎으로 증강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경우 앞으로 10년 안에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핵 합계 전력은 현재 미국 보유 규모의 2배 이상으로 증강될 것이 예상된다. 이미 전술핵 분야에서 러시아는 미국에 비해 10배 이상의 수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지난 6월 19일, 러시아와 북한 지도자가 서명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이 전쟁 상태 발생 시 양국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상호 군사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명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러 핵 협력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요컨대, 탈냉전기를 전후로 구축된 강대국 간의 핵 균형 질서가 붕괴되고 있고, 그 여파가 우리나라에도 밀려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핵정책은, 북한의 핵 위협 대응뿐 아니라 러시아와 북한의 핵능력 강화에 따라 글로벌 차원에서 동맹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미국 주도의 핵태세가 동요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해야 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필자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는 3단계 핵정책 방안을 제시해 본다.

제1단계로는,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합의한 양국 간 NCG를 통해 미국의 핵능력과 우리의 재래식 전력을 결합한 태세가 최적의 북핵 대응 효과를 갖도록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다. 올 하반기에 창설될 우리의 전략사령부가 미국의 전략사령부와 더불어 핵 기획 및 운용에 있어 밀접한 협력 태세를 구축하는 것이 그 구체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제2단계로는, 우리의 제조업 강점을 살려 미국의 재래식 전력 증강에 힘을 보태야 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추진한 355척 함선 증강 계획이 대폭 지체되는 등 재래식 무기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의 조선업을 포함한 방위산업 능력을 살려 미국의 함선 증강이나 155㎜ 포탄 생산 등을 지원해야 한다.

제3단계로는, 미국으로부터 개별적으로 확장억제를 제공받고 있는 일본 및 호주 등과의 상호 협의를 통해 전체주의 국가들의 증강되는 핵능력에 의해 확장억제 공약의 신뢰성이 동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미국에 전하고, 핵억제 태세 강화를 위한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이 기존 핵태세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는 상황을 잘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면, 원자력발전소 비중이 큰 한국과 일본 등이 미국과 협력해 핵연료 개발 컨소시엄을 결성하고, 이를 통해 미국조차도 러시아 국영기업 로사톰(Rosatom)에 과도하게 의존해온 핵발전소 연료의 자급도를 높이는 공동 협력을 추진하는 것도 핵태세를 강화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핵뿐만 아니라 강대국 간 핵질서의 동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 민주주의 진영의 핵억제 태세를 강화하려는 파격적인 핵정책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박영준 국방대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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