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갈등도 김 여사 때문’ 확인…‘김건희 문자’ 막전막후

문광호 기자 2024. 7. 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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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2023년 12월15일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성남 서울공항 2층 실내행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께서 지난 일에 큰 소리로 역정을 내셔서 마음 상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중략) 다 저의 잘못으로 기인한 것이라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김건희 여사는 지난 1월25일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동훈 당대표 후보에게 이같은 문자를 보냈다. 대통령실이 한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상황까지 갔던 윤석열·한동훈(윤·한) 갈등이 김 여사 때문에 불거졌다는 점이 당사자를 통해서는 최초로 확인된 것이다. 윤 대통령과 한 후보는 그동안 갈등의 원인이 김 여사 명품백(가방) 수수 의혹 사과와 관련됐다는 주장에도 침묵해왔다. 당내에서 제기된 “김건희 여사는 절대 못 건든다”, “역대급 성역”이라는 평가가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지난 8일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 1월15일부터 25일까지 10일 동안 한 후보에게 5차례 문자를 보냈다. 김 여사는 1월15일 첫 문자에서 “대통령과 제 특검 문제로 불편하셨던 것 같은데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다”며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있어 (윤 대통령) 기분이 언짢으셔서 그런 것이니 너그럽게 이해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김 여사가 말한 특검은 문자를 보내기 10일 전인 1월5일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즉 김건희 특검법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가 1월15일 문자를 보낸 것은 1월5일 윤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기점으로 ‘김건희 리스크’가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당내에 번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친한동훈(친한)계로 분류되는 김경율 전 비대위원은 1월8일 당 지도부 인사 가운데 처음으로 ‘김건희 리스크’를 공개 거론하며 “모두 다 그걸 알고 있다. 말을 못할 뿐”이라고 했다. 한 후보도 1월10일 제2부속실 설치 필요성과 특별감찰관 도입 추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상민 전 의원은 1월11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총선 직후에 (김 여사) 특검을 하는 것으로 여야가 합의하면 참 좋겠다”고 주장했다.

야권의 공세도 거셌다. 1월12일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2022년 재판부에 낸 종합의견서에서 김 여사 모녀가 “22억원 상당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적은 점이 공개됐다.

1월15일은 김 여사가 칩거한 지 꼭 한 달째 되는 날이었다. 그는 지난해 12월15일 윤 대통령과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이후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여사의 문자에서 “대통령과 불편하셨던 것 같다”는 표현을 두고 윤·한 갈등이 1월15일 전부터 있었던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김 여사 문자 보도 이전에는 1월21일 한 후보에 대한 사퇴 요구가 윤·한갈등의 최초 시점으로 여겨져왔다. 한 후보가 이전까지는 ‘윤석열의 아바타’라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용산과 발을 맞췄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일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에 실망감을 드러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후보가 지난해 12월19일 발언이 총선 후 조건부 특검 수용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관계가 틀어졌다는 시각도 있다. 당시 그는 “정의당이 특검을 추천하고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게 돼 있는 독소조항도 있다”고 말했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비대위가 구성하고 그 직후부터 비대위에서 공격의 포문을 대통령 쪽을 향해서 쏘았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1월17일)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 이전부터”라고 주장했다.

김 여사의 다음 문자까지 사이엔 1월17일 김경율 전 비대위원이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마리 앙투아네트를 거론하며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한 후보도 1월18일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께서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여사는 1월19일 문자에서 “사과를 해서 해결이 된다면 천번 만번 사과를 하고 싶다”며 “대선 정국에서 (이력) 허위 기재 논란으로 사과 기자회견을 했을 때 오히려 지지율이 10% 빠졌고 지금껏 제가 서울대 석사가 아닌 단순 최고위 과정을 나온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 사과가 반드시 사과로 이어질수 없는 것들이 정치권에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윤·한 갈등이 불거졌다. 1월21일 이관섭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한 후보의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하면서다. 문자를 처음 공개한 김규완 CBS논설실장은 지난 4일 “대통령께서 뒤늦게 이걸 알았다. ‘읽씹’(읽고 답장하지 않음)했다는 것도 안 것”이라며 “굉장히 이 지점에서 격노를 했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는 이날 TV조선 방송토론에서 “김 여사는 사과할 의지가 없었다”며 “당시 대통령실에, 대통령과 여사님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고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했고 그 문제로 인해 사퇴 요구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한 후보의 갈등은 1월23일 ‘서천 회동’으로 봉합됐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여사는 1월23일 한 위원장에게 보낸 문자에서 “요 며칠 제가 댓글팀을 활용하여 위원장님과 주변에 대한 비방을 시킨다는 얘기를 들었다. 결코 그런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또 “김경률 회계사님의 극단적인 워딩에 너무도 가슴이 아팠지만 위원장님의 다양한 의견이란 말씀에 이해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갈등은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는 대외적으로 갈등이 봉합됐다고 평가된 이후인 1월25일 문자에서 “대통령께서 지난 일에 큰 소리로 역정을 내셔서 마음 상하셨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다 저의 잘못으로 기인한 것이라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조만간 두분이서 식사라도 하시면서 오해를 푸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후 한 후보는 김 여사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한 후보는 지난 1월25일 정치개혁 좌담회 후 기자들이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겠다고 했고 김건희 여사 사과도 필요하다 했는데 입장 변화가 없는가’라고 묻자 “제가 김건희 여사의 사과를 얘기한 적이 있던가”라며 “제가 그런 말씀을 드렸던 것이 아니고 제가 드렸던 말씀을 그대로 이해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한 후보는 2월19일 ‘김건희 여사가 공개 행사를 시작했는데 사과나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제가 그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제 입장을 설명하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지난 2월26일 관련 질문에도 “제가 한 말 그대로”라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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