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해석 개헌] ⑤ 바이든 거부권과 윤석열 거부권의 차이

이범준 2024. 7. 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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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행정부 명령인 시행령으로 국회가 만든 법률을 뒤집고 있다고 지적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21일 앞서 제21대 국회에서 통과된 제1차 '해병대원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대통령직 파면 사유인지는 한국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일이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기대어 정당화할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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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행정부 명령인 시행령으로 국회가 만든 법률을 뒤집고 있다고 지적받고 있다. 앞서 뉴스타파는 이런 현상을 포착해 <헌법 위에 시행령> 연속보도에서 지적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에는 헌법을 마음대로 해석해 자신의 권한을 극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타파는 이러한 행위를 ‘해석 개헌’이라고 보고 위헌성을 점검하는 <윤석열의 해석 개헌>을 연속보도한다.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21일 앞서 제21대 국회에서 통과된 제1차 ‘해병대원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런데 이날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비교하며, 해병대원 특검법 거부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우리와 같은 대통령제를 채택한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도 거부권을 11번 행사한 바 있고, 최근 이스라엘 안보 원조 지지 법안 역시 거부권 행사를 예고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통령제에서도 역사상 2595건의 대통령 거부권이 발동됐고, 루스벨트 대통령은 임기 중 635건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탄핵이 거론되지도 않았다”라고 했다. 

언론은 이러한 주장을 그대로 전달했다. 연합뉴스, KBS, 경향신문을 비롯한 30개에 이르는  언론사가 추경호 원내대표의 발언을 아무런 비판없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4일 제22대 국회에서 새롭게 발의해 통과된 제2차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해서도,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비슷한 주장을 하면 언론이 그대로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과 한국 대통령의 거부권 배경이 다르다는 점을 감추고, 한국 대통령의 부당한 거부권 행사는 탄핵 사유가 된다는 지적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헌법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 헌법학계 원로인 고 김철수 교수, 허영 교수를 비롯한 다수 헌법학자에 따르면 미국에서 대통령에게 법률안 거부권이 있는 이유는, 한국 대통령과 다르게 법률안 제출권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은 국회 입법권에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헌법 교과서들은 지적하고 있다. (출처: 김철수, 헌법학신론, 2013, 1487쪽)

김철수 교수는 “우리 헌법은 대통령의 법률안 제출권을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바, 이는 국회의 입법권에 대한 견제의 정도를 넘어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다”라고 했다(김철수, 헌법학신론, 2013). 허영 교수도 “법률안 거부권까지 인정한다는 것은 대통령의 지나친 법률제정 관여를 초래해서 그 역기능이 크게 나타날 위험성이 있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이 자제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에 생긴다”라고 했다(허영, 한국헌법론, 2010).

이처럼 미국 대통령과 달리 한국 대통령에게는 법률안 제출권이 있으므로, 입법권을 위협하는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은 한계가 정해져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이 탄핵소추 사유가 된다. 

이러한 점은 오래전부터 헌법학자들이 지적해 왔다. 고 권영성 교수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법률안 거부권의 남용은 탄핵소추의 사유가 된다(권영성, 헌법학원론, 2010)”라고 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대통령직 파면 사유인지는 한국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일이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기대어 정당화할 수는 없는 것이다.

뉴스타파 이범준 seirots@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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