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탈 반지하’ 할 수 없는 이유

오은선 기자 2024. 7. 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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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과 가까운 서울 반지하 투룸에 거주 중인 A씨(34)는 현재 월세로 30만원을 내고 있다.

서울시는 그동안 반지하 거주민을 대상으로 보증금 무이자 5000만원 대출(가구당 연소득이 5000만원 이하만 대상)과 월세 20만원 지원, 이사비 40만원 지원 등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A씨는 "보증금은 1억원 더, 월세는 지금보다 두배 이상은 내야 현재 반지하 집과 비슷한 넓이의 집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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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과 가까운 서울 반지하 투룸에 거주 중인 A씨(34)는 현재 월세로 30만원을 내고 있다. 지난해 장마철 침수를 크게 입진 않았지만 곰팡이와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A씨는 “물막이판도 설치돼 있긴 하지만 침수 피해가 났다는 기사를 보면 비가 오는 밤은 잠이 잘 안오기도하고, 늘 습한 환경에서 사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했다.

A씨가 지상층으로 이사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보증금 때문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반지하 거주민을 대상으로 보증금 무이자 5000만원 대출(가구당 연소득이 5000만원 이하만 대상)과 월세 20만원 지원, 이사비 40만원 지원 등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A씨는 “보증금은 1억원 더, 월세는 지금보다 두배 이상은 내야 현재 반지하 집과 비슷한 넓이의 집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됐지만 반복되는 침수피해에도 반지하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수십만명에 이른다. 심지어 최소한의 조치인 침수방지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서울 반지하 가구도 8000가구나 된다.

서울시와 정부는 그동안 반지하 가구를 지상층으로 옮기기 위해 여러 지원 제도를 고쳐왔다. 하지만 결국 이들이 옮기지 못하는 이유는 반지하가 갖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저렴한 보증금과 월세는 물론 가격 대비 넓은 집을 구할 수 있다.

실제로 A씨가 사는 관악구 봉천동 인근의 빌라와 다가구 시세를 검색해보면 지하1층 다가구 주택 전용 70 ㎡는 보증금 1억3000만원에 월세 10만원이면 방 3개에 화장실 2개, 남향 매물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1층으로만 올라와도 보증금 2억1000만원에 월세 20만원으로 뛴다. 가격만 뛰는 것이 아니라 화장실도 하나 사라진다.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남향도 아닌 서향 집이다. 무엇보다 전용면적도 62㎡로 줄어든다.

A씨가 처음 직장 때문에 서울에 올라왔을 때 살았던 집은 다가구 꼭대기 층의 원룸이었다. 겨울엔 춥고 여름에 더운 것은 견딜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 ‘좁은 집’을 견디기 힘들었다고 했다.

사실 정부가 주는 지원금만으로 좀 더 외곽의, 좀 더 좁은 집을 구하려면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거의 질도 그만큼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반지하 가구를 내보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2020년 7월 이후 3년3개월 동안 반지하 거주 가구 중 주거상향지원사업에 선정돼 이주한 가구의 비율은 1.6% 불과하다.

서울시와 정부가 정말 ‘반지하 퇴출’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면 반지하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임대주택 지원 등 구체적인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 지금처럼 효과없는 생색내기 지원보다는 침수방지시설도 설치돼 있지 않은 8000가구에 대한 사고 예방 사업부터 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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