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예정’ 위에 ‘유치권 행사중’...부실 PF에 회초리 든 금감원
사업성 악화로 경매 나온 PF사업장 보니...유치권 물건, 감정가 절반 이하로 폭락
(시사저널=공성윤 기자)
금융감독원이 부실 위기가 팽배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해 옥석 가리기에 돌입한다. PF 채무 불이행 위험이 경기 전반을 흔드는 걸 막기 위한 선제 조치지만, 일부 업계의 희생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금융사들의 손실 인식 부담이 커지고 건설·시행사가 사업권을 박탈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 중소 건설사와 신탁사도 부실 PF의 여파를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11일부터 금융사들에 대한 현장점검에 착수한다. 연체율이 6%대까지 치솟은 신협을 비롯해 재무건전성이 비교적 열악한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등이 우선 점검 대상이다. 이후 증권업계와 지방은행, 보험사 등으로 대상이 확대된다. 금감원은 이번 현장점검을 통해 각 금융사가 PF 사업성 평가를 제대로 했는지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금융사가 제출한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금감원이 전수 조사를 한 뒤 최종 등급을 매기게 된다. 등급은 '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 등 4단계로 나뉜다. 양호와 보통 등급을 부여 받은 PF 사업장은 금융사의 자율 관리에 맡긴다. 반면 유의 등급의 경우 자율 매각을 유도하고, 부실우려 등급은 상각(자산가치 감소) 처리하게 하거나 경·공매 방식으로 강제 매각절차를 밟게 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경·공매로 정리해야 하는 부실 사업장 규모가 전체의 약 2~3%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PF 사업은 재무 안전성과 신속한 자금 조달을 위해 신탁사가 책임 지고 진행한다. 또 건물이 준공되기 전이라 현행 용도는 토지로 분류된다. 넓게는 토지담보대출도 PF 사업의 한 종류로 보기도 한다. 시사저널이 경·공매 플랫폼 지지옥션을 통해 주요 신탁사가 경매 또는 공매에 내놓은 토지 중 매각기일이 9일 이후로 잡힌 물건을 살펴봤다.
수년째 멈춘 삽질...널부러진 건축자재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3030㎡ 대지는 2020년 10월 다섯 동 규모의 다가구주택 건설 허가가 내려진 상태였다. 그러나 건설이 중단된 채 공매에 부쳐졌다. 지난 5월17일 현장조사 결과를 담은 감정평가서를 보면 땅은 비닐로 덮여 있고 근처에 건축자재가 널부러져 있다. 감정가는 141억원이지만 지리적 위치와 주변 시세를 감안해 감정가의 약 130%인 184억원부터 입찰이 시작됐다. 이후 3차례 유찰돼 86% 가격으로 다시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다.
대구 동구의 5660㎡ 대지는 6월17일 감정가의 100%인 495억원에 입찰이 시작됐지만 한 달도 안 돼 5차례 유찰됐다. 현재 반값 수준인 263억원(53%)에 입찰 진행이 예정돼 있다. 이곳은 2022년 5월 주상복합시설 건설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2년이 넘은 지금까지 삽 한번 뜨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
경북 김천시의 1585㎡ 대지는 당초 상가가 들어서기로 돼 있었다. 감정평가서에 따르면 건축 현장에 설치된 가벽에는 '카페 입점확정' '피부과 입점확정' '온천 오픈예정' 등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그러나 가벽 뒤로 보이는 건 미완성된 1층 건물과 철골 구조물뿐이다. 6월24일 68억원에 공매에 나온 뒤로 현재 77%인 53억원까지 떨어졌다. 더군다나 토목공사를 맡은 지역 하청건설사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유치권을 걸어둔 상태다.
유치권은 PF 사업장 매각에 치명적인 걸림돌이다. 권리관계가 복잡한 데다 공사대금 지급 부담도 더해져 낙찰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PF 채무 불이행으로 공매에 나온 서울 금천구 아울렛 'W몰'이 그 예다. 한국자산신탁이 내놓은 이 물건에는 '유치권 행사중'이란 현수막이 붙어 있다. 작년 12월 감정가인 2602억원에 공매가 시작됐지만 현재 절반 이하인 1000억원(38%)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금융권에서는 전국 PF 사업장 중 사업성이 낮은 지방 비주거용 건물 위주로 경매행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금을 받지 못한 지방 하청 건설사의 부도가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부실 PF를 떠안게 된 신탁사도 자금난을 피하기 힘들다. 금감원은 오는 26일 PF 사업성 평가를 마치고 금융사의 충당금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다. 신용평가사들은 2금융권에서만 조 단위의 충당금이 설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반기 (금융권의) 적자 폭이 당초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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