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 무감각한 국민의힘 내부부터 처절하게 바꿀것”

2024. 7. 9. 11:0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與 당권주자 인터뷰 ③ 윤상현
친윤-친한 갈등, 공멸로 가는 길
韓, 통합 위한 ‘솔로몬 지혜’ 필요
민주 을지로위 맞설 ‘민생위’ 공약
윤상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가 5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우리 당은 변화에 무감각한 ‘공룡 같은 집단’이예요. 아무도 이야기 안 하면, 저라도 이야기하겠다는 거죠.”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로 나선 5선의 윤상현 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 인터뷰에서 총선 참패 이후 당의 모습에 대해 “국민 위에 군림하는 당”, “공동묘지의 평화 속에 있는 당”이라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윤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스펙트럼은 점점 좌에서 중간으로 오고 있지만, 우리는 여기 그대로 있다”며 “‘나부터 텐트를 치겠다’는 생각으로 싸우면서 내부적으로 변화하도록 완전히, 처절하게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터져 나온 계파 갈등과 관련해 “친윤(친윤석열계)과 친한(친한동훈계)의 갈등은 앞으로 친박(친박근혜계), 비박(비박근혜계)의 10배를 뛰어넘는 공멸의 길로 갈 것”이라며 ‘악화일로’를 전망했다. 그는 “지금은 한동훈의 시간이 아니다”라며 보수진영 통합을 위한 ‘솔로몬의 지혜’를 촉구했다.

윤 후보는 보수정당의 험지이자 사실상 ‘야도(野都)’로 분류되는 인천에서 무소속 출마(20대·21대 총선)를 포함해 내리 5선에 성공한 유일한 인물이다. 지난해 당에서 가장 먼저 ‘수도권 위기론’을 언급한 그는 친윤계의 ‘승선 불가론’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지난 총선 지역구에서 50%를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수도권 주자로서 저력을 재확인했다. 총선을 앞두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면 당을 확 바꾸고 국회를 확 바꾸겠다”고 호소했던 윤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 중앙 폭파’라는 파격적인 구호와 함께 등장했다. “과거 권력이라는 술에 취해 바른 길로 가지 못했음을 고백한다”며 ‘친박 실세’로 불렸던 과거 행보를 공개적으로 반성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우리 당의 고질적인 병폐, DNA와 기질 이런 것을 다 포괄적으로 바꾸겠다는 말”이라며 “줄세우기, 구태정치를 폭파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와 이준석 전 대표 축출 사태를 언급하며 “우리 당은 ‘뺄셈 정치’에 대한 유혹에 너무 약하다”며 “결국 이익집단으로서 성격이 너무 강한 것이고, 자유민주주의와 우파 이념에 투철한 정당으로서 모습이 너무 약한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야당은) 다른 사람들이 홍보도 해주고 서로 도와준다. 근데 우리는 한 사람이 문제가 있으면 탈당하라고 권유한다”며 “이념적인 동지 의식을 가지고 같이 싸워본 경험이 없다. 소위 말해서 이익집단적 병폐를 깨고, 가치·이념 정당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는 수도권을 포기한 정당”이라며 지역구에 따른 ‘양극화 현상’도 뿌리 뽑아야 할 병폐로 꼽았다. 윤 후보는 “공천이 곧 당선이 되는 정치 지형이 많았기 때문에 큰 정치를 하려는 사람이 없다”며 “어떤 당협위원장은, 국회의원은 당원에게 군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에 대한) ‘서비스’ 인식이 없다”며 “군림하는 것 자체가 중앙당의 고질적 병폐”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당 개혁을 위한 ‘총선 백서 발간’ 필요성도 강조했다. 윤 후보는 백서 작업을 이끌고 있는 재선의 조정훈 총선백서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언급하며 “백서를 안 내는 이유로 비대위원장이, 또 한동훈 후보가 오케이(OK)하면 되겠다고 하는 게 세상에 어디 있나”라며 “빨리 준비되는 대로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에서 진 지 85일인데, 그동안 우리가 한 게 뭐가 있나”라며 “총선 백서를 가지고 당권주자들이 토론을 해야 한다. (내지 않고) 이럴 것이라면 총선백서특위 위원장을 그만 둬야 하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윤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공약으로 ▷시·도당 정치아카데미 상설화 ▷당 민생위원회 및 쓴소리위원회 신설 ▷원외 사무총장 임명 ▷당원신문고 등을 약속했다. 윤 후보는 “가치·이념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여의도연구원을 혁파해서 이념 교육·연수를 당원과 위원장이 받아야 한다”며 “한 달에 2~3번씩 현장에 가서 ‘민생리포트’도 지역별로 쓰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윤 후보는 이번 선거운동 기간 당원 만남에 주력해 온 다른 주자와 달리 ‘배달라이더 체험’ 등 민생현장을 찾아나선 바 있다.

특히 민생위원회는 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에 대응할 무기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을지로위는 2013년 남양유업 본사의 대리점 갑질 사태를 계기로 출범한 민주당 내 정책입법 모임으로, 그동안 택배노동자, 경비원 등의 ‘을(乙)’의 권익 보장 문제를 다뤄왔다. 윤 후보는 “민주당은 어떻게든 약자의 편에 서서 민생을 챙기려는 노력을 이미 십 수년 전부터 하고 있다”며 “우리 당은 지금도 실기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민주당이 연금개혁과 세제·반도체 지원을 언급하는 것과 관련해 “우리는 진영 확장이 안 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 당은 왜 존재하는 것인가”라며 “빨리 체제를 정비해서 일할 수 있는 당을 만들고,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4일 본회의에서 야권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이 통과된 이후, 당 내에서 ‘제3자 추천 특검법’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은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윤 후보는 “그것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가 끝날 때쯤 나올 이야기”라며 “지금은 당론이 있기 때문에 거슬러선 안 된다”고 했다.

윤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의 ‘블랙홀’로 떠오른 이른바 한동훈 후보의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읽고 답장하지 않음)’ 논란에 대해 “대통령의 부인이고, 문제의 당사자인데 5차례 문자를 보내면 당연히 대화라도 하는 게 기본적으로 사람이 가지고 있어야 할 성정이 아니냐”라며 “당사자가 사과를 하겠다고 하는데, 사과를 유도하고 대화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오히려 그래서 그때 (김경율 당시 비대위원의) ‘마리 앙투아네트’ 이야기가 나오고, 의도적 차별화를 위해서 아예 무시를 했구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어 “만약 저였다면 (김 여사와) 통화를 한다”며 “진솔한 사과가 국민이 원하는 거 아니었나. 그랬다면 선거가 (결과적으로)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윤 후보는 계파 충돌 양상으로 번진 이번 사태에 대해 “당정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대통령의 신뢰인데,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며 “(한동훈 후보) 본인이나, 대통령이나, 당이나 불행한 길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 ‘한동훈 대 원희룡’ 후보 구도는 결국 ‘한동훈 대 윤석열’”이라며 “‘현재권력 대 미래권력’의 싸움이 돼서 당에 어떤 후유증 남길지, 당이 어떻게 분열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를 향해 “당을 진짜 사랑한다면 솔로몬의 지혜를 심사숙고해 달라”며 사실상 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이어 윤 후보는 “원희룡 후보도 솔로몬의 지혜에 응답, 화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신현주 기자

soho0902@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