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션’이 대신한 우정의 기회..그 씁쓸한 종말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4. 7. 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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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커넥션’이란 어떤 공통된 목적을 가진 사람들로 맺어진 관계를 뜻한다. 주로 음모나 범죄 따위와 관련된 사람들이나 조직들 사이의 비밀스러운 협력 관계 등을 이를 때 쓰는 말이다. 이에 반해 ‘우정’이란 오래 친하게 지낸 친구(親舊)와의 정을 의미한다. 목적따윈 있을 수 없다.

6일 종영된 SBS 금토드라마 ‘커넥션’ 속 원종수(김경남 분)- 박태진(권율 분)-박준서(윤나무 분)-오치현(차엽 분)-정윤호(이강욱 분)의 관계는 커넥션이 맞다. 금형그룹 원창호(문성근 분) 회장이 자신의 아들 원종수 부자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조성한 관계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원창호 회장의 영향력으로 고교 3년을 한 반에 배정돼 관계를 쌓아왔다. 목적에 걸맞게 원종수란 주군을 보필하는 가신 그룹이 형성된 것이다. 역시 원회장의 농간으로 3년 내리 이들의 담임을 맡은 선생은 본분을 지키는 사람이 되자. 목적에 충실한 사람이 되자. 친구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자는 따위의 원창호 회장이 만든 학습신조를 앞세워 이들을 세뇌시키기도 했다.

이 중 박준서는 이질적이었다. 학습장려금 등의 굴레 탓에 원종수 등과 그룹핑은 됐지만 친구들은 커넥션이 아닌 우정을 나누어야 된다고 믿는 쪽이었다.

박준서가 그래서 소극적이라면 박태진은 적극적이다. 본인은 원창호 회장과 직접 거래를 했다고 믿는다. 이 장면은 원종수도 목격했다. 때문에 박태진은 원종수에게 조차 은근한 우월의식을 갖게 됐고 원종수는 어찌할 수 없는 열등감을 갖게 됐다.

그런 그들 틈에 새 아버지가 교육장인 덕에 장재경(지성 분)이 같은 반으로 합류하게 되고 전학 온 오윤진(전미도 분), 허주송(정순원 분)까지 가세하며 박준서는 자신이 바라던 학창시절의 우정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이들이 함께 한 동아리 ‘오디오파일’은 그래서 죽기 직전까지 박준서에겐 특별한 의미를 가졌다.

결국 목적을 앞세운 커넥션은 붕괴됐다. 자신 몰래 마약을 유통시킨 박태진을 두들겨 팬 후 원종수는 말한다 “나두 우리 노친네만 아니었으면 너랑 친구 안했을 거야. 너처럼 대가리만 좋다고 까부는 새끼들 나도 딱 질색이거든... 너처럼 잘난 새끼 내가 부려먹고 있다는 생각에 가끔은 기분 좋기도 했어.”라며 20년 쌓아온 속내를 드러냈다.

악에 받친 박태진도 말한다. “너한테 금형그룹 후계자란 배경 빼면 넌 아무 것도 아닌 새끼야. 너같이 머리 나쁘고 배포도 없는데 욕심만 많은 새끼. 너 니 아부지 아니었으면 내 눈도 똑바로 못쳐다보게 만들었을 걸.” 이어 오치현의 속내도 대신 까발린다. “한때 안현시 전체 짱이었던 새끼가 왜 이런 새끼 밑에서 일하느냐고? 각별한 우정이라서? 너도 돈 때문 아니냐?”

수배를 피해 도주중인 정윤호도 원종수에게 도움을 청하다 거절 의사를 보이자 말한다. “그럼 뭐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지. 니가 이명국 시켜서 약 만들어 먹고 있고 이명국이 협박하니까 나 시켜서 이명국 죽이라고 했다고 세상에 알려야지.”

그래서 친구라던 오치현은 친구라던 정윤호를 죽이고 친구라던 박태진은 친구라던 원종수 손목에 수갑을 채운다. 이들은 모두 좋을 때만 친구였던 것이다. 아니 친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이들이다.

원종수는 박태진에게 “너랑 준서랑 친구랍시고 서로 자꾸 뭘 동등하게 하려고 하니까 이 지랄이 나는 거야. 이래서 뭐든 위 아래가 중요한 거야.” 박태진도 정상의(박근록 분)에게 말한다. “니까짓게 감히 나한테..너 친구라고 다같은 친구 아니라고 그랬지.” 결국 이들에게 친구는 위·아래가 분명한 동등치 못한 관계를 의미했다. 오래 친하게는 지냈는데 정 대신 서열이 존재하는 관계가 이들의 친구였다.

결국 20년을 끌어온 원창호 회장의 장기 플랜은 박살났다. 아들 친구를 ‘머슴 주제’로 인식하는 그의 가치관이 아들에게 우정을 쌓을 기회를 박탈했다. 사람 사이에 고립시켜 마약에나 의존하는 금치산자로 만들었다. 그가 머슴이라 부르는 아들 친구들의 인생도 망가뜨렸고 그가 평생 일궈온 금형그룹도 파산시켰다. 스스로도 주인입네 남의 인생 함부로 취급하다 수의(囚衣)를 입고 말았다.

그가 아들에게 커넥션이 아닌 우정의 기회를 넘겨줬다면 많은 것이 달라졌을 것이다.

‘커넥션’ 최종회는 닐슨 코리아 기준 수도권 14.8%, 전국 14.2%, 최고 17.1%로 자체 최고 기록을 새로 쓰는 동시에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또한 1회부터 최종회까지 14회 연속 전 채널 미니시리즈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확실히 잘 된 드라마, 재밌는 드라마였다. 지성을 비롯한 연기자들의 열연에도 박수를 보낸다.

/zaitung@osen.co.kr

[사진] 방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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