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재벌들, 전쟁경제 호황 속 15.8조원 배당금 챙겨
우크라 전쟁 후 1년간 위축된 러 경제 반등
美 국제적 제재 속에서도 러 기업 배당 재개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러시아 재벌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속속 배당을 재개하면서 15조원대 규모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다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일부는 현재 3년째 지속되고 있는 전쟁으로 인해 제재를 받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배당금 1위 명단엔 약 1860억 루블 배당금을 받은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 루코일의 바짓 알렉페로프 전 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그는 영국과 호주로부터 제재를 받았지만, 아직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는 받지 않은 상황이다.
이어 러시아 최대 철강기업 세베르스탈의 알렉세이 모르다쇼프 회장과 러시아 4대 철강회사 중 하나인 노볼리페츠크 스틸의 블라디미르 리신 회장은 각각 1480억 루블, 1210억 루블의 배당금을 받았다. 모르다쇼프 회장은 미국과 영국, EU의 제재를 받고 있는 반면, 리신 회장은 제재를 받지 않았다.
특히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들도 상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여러 사업에서 푸틴 대통령의 도움을 받은 러시아의 억만장자 겐나디 티미첸코와 타티아나 리트비넨코도 포함됐다. 타티아나는 남편인 블라디미르 리트비넨코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업대학교 학장이 작년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기 전에 러시아 화학회사인 포스아그로의 지분을 넘겨받았다. 리트비넨코 학장은 세 차례의 선거에서 푸틴의 선거 운동 관리자로 활동할 만큼 끈끈한 사이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등 서방국가는 광범위한 제재에 나섰다. 이에 러시아의 많은 기업이 경제 붕괴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배당금 지급을 일시 중단했다.
전쟁이 시작된 후 1년간 위축됐던 러시아 경제는 정부가 방위 산업을 확장한 데 이어 제재의 영향을 받는 국내 기업들을 보호하고 가계 지원을 위해 대규모 지출을 단행하면서 급격히 반등했다. 올해 1분기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은 5.4% 성장했다.
블룸버그는 많은 러시아 원자재 수출기업들은 사업을 재편하고 판매를 중국과 인도 등 제재를 시행하지 않은 다른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로 재조정한 후 배당금 지급을 재개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에서 3번째로 큰 석유기업인 가즈프롬 네프트와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뱅크와 같은 많은 국영 기업들은 전쟁 동안 기록적인 이익을 올리면서 배당금 지급을 계속해왔다. 스베르뱅크의 주주들은 지난달 2023년 배당금으로 기록적인 7520억 루블을 받았다.
국제적 제재 움직임에 러시아 투자자들은 내수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올해 5월까지 러시아 개인 투자자들은 모스크바 거래소에 1163억 루블을 투자했으며, 이는 월간 최대 기록이다. 러시아 산업에 대한 투자는 올해 1분기에 전년 대비 14.5% 증가해 거의 6조 루블에 달했다.
다만 계속 강화되는 제재와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많은 배당금을 어디에 투자할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미국이 2차 제재 위협을 강화한 이후에 지난달 모스크바 거래소에서 달러와 유로화 거래는 중단되기도 했다.
컨설팅회사 매크로 어드바이저리의 크리스 위퍼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 경제는 올해 하반기와 2025년에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어 정부가 세금을 인상할 수 있다”며 많은 사업주에게 “내년에 세금으로 손해를 보는 것보다 지금 돈을 빼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로서는 재벌들이 대규모 투자를 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러시아 은행에서 루블 예금에 대해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대부분 현명한 행동 방침은 기다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소현 (ato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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