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클린템플턴 "밸류업은 韓시장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상징"

신건웅 기자 2024. 7. 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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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프로그램 성공 잠재력 있어…다소 시간 필요할 것"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프랭클린템플턴은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에 대해 "한국 시장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상징"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프로그램의 자발적 성격과 세제 개편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 재벌 구조 등으로 인해 밸류업 프로그램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프랭클린템플턴은 9일 이같은 내용의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반도체 및 소재산업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글로벌 기업을 많이 보유하고 있음에도 다른 신흥국 시장 대비 평균적으로 가장 낮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에 거래되고 있다고 봤다.

실제 10년 평균 MSCI 한국 지수 주가수익비율(PER)은 12.8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1배다. MSCI 신흥시장 지수의 PER과 PBR이 각각 13.9배, 1.6배인 것을 고려한다면 대형 신흥국 시장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프랭클린템플턴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에 대해 역사적으로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와 소액 주주 권리에 대한 무관심에 일부 기인한다고 봤다. 또 한국의 재벌 기업들이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하지만 가족주주에게는 유리한 거래를 자주 행한다고 평가했다. 가족 주주에게 종속된 기업의 경영진들이 기업을 어떻게 경영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기업의 공정가치에 할인을 적용한다.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문제라고 봤다. 낮은 ROE가 한국 기업의 낮은 이익률과 레버리지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MSCI 한국 지수의 ROE는 8.9%로 MSCI 신흥시장 지수(11.8%)를 하회하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신흥시장의 평균보다 3%p(포인트)가량 낮은 6.7%의 순이익율 때문이다. 기업 레버리지에서도 유사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제동을 걸기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목표 설정 기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세제 혜택 밸류업 지수 개발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통한 시장 인식 제고 등으로 기업의 주식 가치를 높이는 프로그램이다.

프랭클린템플턴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기업 지배구조와 소액주주 권익에 대한 글로벌 스탠다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지속될 수 있다는 당국의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자율성을 강조하는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원칙준수·예외설명(comply or explain)' 원칙을 기반으로 하는 일본의 기업 지배구조 코드와 다르다고 덧붙였다.

특히 세제 개편을 통한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고 봤다. 한국의 주주가치를 제고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도 배당소득세와 최근 논의되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 등 현행 조세 제도를 꼽았다. 현행법상 2000만원 이하의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되며, 배당 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49.5%의 세율이 적용된다. 이는 배당세가 없는 싱가포르, 대만 등 주변 국가와 대조된다. 대주주에 대한 높은 수준의 배당세는 대주주로 하여금 배당금 확대를 주장할 동기를 부여하지 못하며, 오히려 대주주가 소액 주주들의 이익을 해칠 수 있는 수단들을 통해 기업 가치를 이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4월 총선에서 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제도적 변화를 기대하기 더 어려워졌다고 봤다.

또 최근 자사주 소각에 참여하는 기업이 증가하는 등 주주 배당이 개선되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아직 이러한 변화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글로벌 및 신흥 시장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 진단했다.

한국거래소가 2024년 9월까지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출시하고 4분기 중 관련 ETF를 상장할 계획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긍정적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끝으로 프랭클린템플턴은 밸류업 프로그램은 한국 시장이 올바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표라고 평가하면서 성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봤다.

다만 프로그램의 자발성과 세제 개편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으로 인해 가시적 성과를 보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동시에 밸류업 프로그램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 정치적 환경의 변화도 필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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