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尹 대통령에 2차 해병대원 특검법안 거부권 행사 건의
정부가 9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에게 해병대원 특검법안에 대해 두 번째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건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 정부는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결을 요구하게 된다.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 때인 5월 21일 해병대원 특검법안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고, 국회로 돌아간 법안은 재의결에서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이번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22대 국회 들어 새로 발의해 지난 4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것이다.
새 법안은 1차 특검법안보다도 야당에 유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1차 특검법안은 대한변호사협회가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면 민주당이 이 가운데 2명을 골라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하도록 했다. 새 법안은 대한변협의 추천 단계 없이 처음부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각각 특검 후보를 1명씩 추천하도록 했다. 대통령은 이 중에서 1명을 골라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 대통령이 특검 임명을 3일 내에 하지 않으면 후보 2명 중 연장자가 특검으로 자동 임명된다.
새 법안은 채수근 해병 사망 사건뿐 아니라 “대통령실, 국방부, 해병대사령부, 경북지방경찰청,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의 은폐, 무마, 회유, 사건 조작 등 직무유기·직권남용 등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출국·귀국·사임 과정의 불법행위” 등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해, 1차 특검법안보다 수사 범위를 넓혀놨다. 또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을 수사할 수 있게 해 특검이 수사 범위를 계속 확대해갈 수 있게 하고, “특검 수사에 대한 방해행위”에 대한 수사권도 특검에 부여해 특검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대상을 모두 수사할 수 있게 했다. 또 특검 대상 사건 가운데 검찰이 이미 기소해 재판 중인 사건인데 특검이 원하지 않는 사건은 기소를 취소해 재판 자체를 없는 일로 만들어버릴 수 있게 했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21대 국회에서 (1차) 특검법안에 대해 재의요구를 했다. 여야 간 합의 또는 정부 수용을 전제로 도입돼야 할 특검법이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됐고, 내용적으로도 삼권분립 원칙에 맞지 않으며,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고 했다.
한 총리는 “따라서 해당 법안을 국회가 재추진한다면, 문제가 제기된 사항을 수정,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야당은 오히려 위헌성을 한층 더 가중시킨 (2차) 법안을 또다시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기존의 문제점들에 더해, ‘기한 내 미임명 시 임명 간주 규정’을 추가시켰고, 특검이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 권한’까지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형사법 체계의 근간을 훼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별검사의 수사 대상, 기간 등도 과도하게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국회는 법안이 돌아오는 대로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다시 표결에 부칠 수 있다. 재표결 시기는 국회의장이 정한다. 재의결에서 법안이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가결되면 대통령은 법안을 다시 거부할 수 없고 법률로 공포해야 한다. 부결되면 법안은 폐기된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안, 노동조합법 개정안(이른바 ‘노란봉투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이른바 ‘방송 3법’), ‘50억 클럽’ 특검법안,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 1차 해병대원 특검법안,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 농어업회의소법안,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률안,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등 14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가운데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은 여야 합의로 일부 내용을 수정해 가결돼 법률이 됐고, 나머지 13개 법안은 재의결에서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확보하지 못했거나 21대 국회 임기가 만료돼 폐기됐다.
다음은 한 총리의 관련 발언 전문.
한덕수 국무총리 국민의 기대 속에 출범한 22대 국회가 파행을 거듭한 끝에 국회 개원식마저 연기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은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강행 처리하였습니다.
정부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의결된 순직 해병 특검법안에 대해 재의요구를 한 바 있습니다. 여야 간 합의 또는 정부의 수용을 전제로 보충적, 예외적으로 도입되어야 할 특검법이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되었고, 내용적으로도 삼권분립의 원칙에 맞지 않으며,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해당 법률안은 국회 재의결 결과, 부결되어 폐기되었습니다. 이것이 불과 37일 전 일입니다.
따라서, 해당 법안을 국회가 재추진한다면, 여야 간 협의를 통해 문제가 제기된 사항을 수정,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헌법상 삼권분립의 원칙과 의회주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야당은 오히려 위헌성을 한층 더 가중시킨 법안을 또다시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였습니다.
기존의 문제점들에 더해, ‘기한 내 미임명 시 임명 간주 규정’을 추가시켰고, ‘특검이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 권한’까지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형사법 체계의 근간을 훼손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특별검사의 수사 대상, 기간 등도 과도하게 확대했습니다.
채 상병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에 정부는 한치의 소홀함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위헌에 위헌을 더한 특검법은 그 해법이 될 수 없습니다. 이에 정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본 법안에 대해 국회 재논의를 요구하는 안건을 국무회의에서 논의코자 합니다.
조속한 시일 내에 여야 간 대화와 합의의 정신이 복원되어,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와 정부의 재의요구권 행사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종결되기를 염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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