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 간염 바이러스, 면역세포에 흉터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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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신의철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바이러스 면역 연구센터장 겸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연구진은 서울시 보라매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연구진과 공동으로 C형 간염 바이러스가 면역 체계에 남긴 일종의 '흉터'를 찾았다고 9일 밝혔다.
연구진은 항바이러스제 치료 전후에 만성 C형 간염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조절 T세포의 상태를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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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성 질환 일으킬 수 있어 장기적인 모니터링 필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바이러스도 환자의 면역세포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의철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바이러스 면역 연구센터장 겸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연구진은 서울시 보라매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연구진과 공동으로 C형 간염 바이러스가 면역 체계에 남긴 일종의 ‘흉터’를 찾았다고 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의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간장학 저널(Journal of Hepatology)’ 온라인판에 지난 6월 13일 실렸다.
C형 간염은 C형 간염 바이러스(hepatitis C virus, HCV)가 혈액이나 체액을 타고 전파돼 발생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절반 이상이 만성으로 진행되며, 오랜 기간 염증이 반복해 나타나면서 간이 굳는 간경화나 간암과 같은 합병증을 일으킨다.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면서 완치율이 100%에 근접해졌으나 치료 후에 환자의 면역 체계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보고가 있었다.
연구진은 만성 C형 간염 치료 후 면역계의 변화를 밝히기 위해 ‘조절 T세포’에 주목했다. 조절 T세포는 면역 반응을 조절하거나 항상성을 유지하는 세포다.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조절 T세포 수가 늘어나고 세포 활성도 변화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연구진은 항바이러스제 치료 전후에 만성 C형 간염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조절 T세포의 상태를 비교했다.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말초 혈액 속 조절 T세포가 많아지는데, 바이러스를 제거한 뒤에도 그 수가 유지됐다.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인 리보핵산(RNA)의 정보를 해독해보니 바이러스가 사라져도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종양괴사인자(TNF)를 생산하는 능력이 사라지지 않았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변한 조절 T세포의 염증성 특성이 완치 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의미다.
연구의 공동 제1저자인 김소영 IBS 연구원은 “이전에도 C형 간염 치료 후에 조절 T세포가 정상화되지 않는다는 보고는 있었지만, 분자 수준에서 세포 집단의 변화를 관찰해 바이러스가 남긴 ‘면역 흉터’를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유전자의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기술을 이용해 치료 전후의 조절 T세포를 비교했다. 후성유전학은 DNA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 외부 또는 환경 요인으로 나타나는 후천적 유전적 변이를 연구하는 분야다. C형 간염 바이러스를 치료한 뒤에도 면역 체계에는 염증성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변화가 남아 있었다.
공동 제1저자인 고준영 IBS 연구원은 “항바이러스제 치료는 간암과 같은 합병증 발병 위험을 효과적으로 낮추지만, 면역 체계에 남은 흔적이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바이러스가 조절 T세포에 남긴 흔적이 환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는 추가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를 이끈 신의철 센터장은 “다른 만성 바이러스 감염에서도 비슷한 후성유전학적 흔적이 남아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라며 “어쩌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에 겪는 롱코비드(Long COVID, 코로나19 후유증) 역시 조절 T세포에 남은 흔적이 원인일 수 있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Journal of Hepatology(2024), DOI: https://doi.org/10.1016/j.jhep.2024.06.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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