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생산’ 노선 정한 中에 숨죽이는 韓 경제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2024. 7. 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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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청사진 발표 앞둔 중국에 글로벌 시장 이목 집중
막대한 국가부채에도 제조업 집중 투자

(시사저널=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중국공산당이 제20기 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7월15일부터 18일까지 소집하기로 했다. 5년 주기의 당 전국대표대회 사이에 열리는 중앙위원회 가운데 세 번째 회의라고 해서 '3중전회'라고 한다. 전통적으로 3중전회는 중국의 중대한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확인하는 행사다. 원래 지난해 열렸어야 했는데 지난해 중국 건국 이후 처음으로 '3연임' 국가주석이 된 시진핑이 관례와 달리 3중전회를 약 1년 늦게 소집했다.

물론 3중전회는 공산당 중앙정치국회의에서 이미 결정된 경제정책들을 사실상 의결하는 자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구체적 결정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발표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상당하다. 회의 일정이 잡혔다는 말은 곧 중국이 지금의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를 끝냈으며 앞으로의 정책 방향까지 분명하게 정리했다는 뜻이고 이제 뭔가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2023년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국가주석 ⓒ연합뉴스

7월15~18일, 제20기 3중전회 열려

올 1분기 중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5.3%로 나타났다. 작년 4분기 5.2%와 비교하면 괜찮은 수준이다. 직전 분기 대비로는 1.6% 상승했다. 이 정도면 예상을 넘는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적의 배경에는 제조업 생산 호조가 있다. 중국의 1분기 제조업 생산은 전년 대비 무려 6.4% 증가했다. 물론 민간 부문의 경기가 좋아서는 아니고 정부 부문이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이다. 정부가 주도해 투자를 확대하면서 경기를 끌어올린 결과다. 중국 정부가 경기 촉진 대책으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국유기업들을 통한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무려 6.5%나 증가했다.

이유야 어떻든 성장률이 지난 1분기처럼 앞으로도 5%대를 유지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수준의 정책 방향 전환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달 공산당 정치국은 추가 경기 대책을 내놓지 않았고 인민은행은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 우대금리를 4개월째 동결했다. 상황을 정리해 본다면 중국 정부는 경제 상황이 기대보다 괜찮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이고, 만약 그렇다면 3중전회는 이를 확인하면서 기존의 정책 방향을 계속 유지하도록 추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실제로 지금 중국 경제는 어떤 상황일까. 부동산 부문 침체는 여전하다. 지난 1분기에도 전년 대비 5.4% 줄어들었다.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부동산 부문 침체로 주택 판매 부진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4월까지의 신규 부동산 판매면적은 2015년 이래 최저 수준이라고 한다. 내수 부진은 심각하다. 주식시장은 거의 2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부동산 가격과 주가 하락으로 인한 실물자산 및 금융자산 감소를 생각하면 소비심리가 나아질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른 나라와 달리 중국은 물가 상승을 걱정할 이유도 없다. 중국의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겨우 0.2%에 불과했다. 내수 부진과 낮은 물가상승률로 지난 1분기 명목 성장률은 4% 상승에 그쳤다. 실질 성장률이 명목 성장률보다 높은 현상은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발표하지 못할 정도로 높은 청년 실업률도 여전하다. 해마다 천만 명이 넘는 대학졸업자가 쏟아지지만, 기업들은 선뜻 인력 채용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해서는 엇갈린 뉴스가 전해진다. 한편에서는 놀라운 성과가 눈에 띈다. 전기차와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주요 제조업에서 중국은 강자로 떠올랐다. 로봇과 자율주행 같은 미래 산업에서도 중국은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2023년 기준 중국의 산업용 로봇 보유량은 전 세계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고 태양광발전 등 신에너지 설비 규모도 세계 1위다. 지금 중국은 태양광, 풍력, 4세대 원자력, 전기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는 세계 시장점유율 20.5%로 12.9%의 미국 테슬라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고 화웨이는 예상을 깨고 7나노 칩을 장착한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막대한 부채 위에 누적된 거시경제의 불균형 문제가 눈에 들어온다. 기관마다 계산이 다르지만, 중국 정부의 부채는 최대 23조 달러로 추산된다. 빚으로 유지하는 경제성장이 오래가기는 어렵다. 내수 부진은 기업의 수익률 저하로 이어진다. 중국 전체 산업의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2021년 이후 가파르게 떨어져 6% 이하로 내려앉았다. 엇갈리는 중국 경제의 두 모습은 사실 시진핑의 중국 정부가 추진해온 경제정책의 결과다.

중국 경제의 근간은 결국 제조업에 기댄 수출이다. 중국의 경제정책은 산업구조 고도화와 기술 자립도 제고 전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말한 '신품질생산력(新品質生産力)' 향상이 경제정책의 큰 방향이다. 소비 부진에 대응하기 위한 경기 부양보다는 첨단 제조업 육성과 투자,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산업정책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투자 수요 확대에 초점을 맞춘 이른바 대규모 설비갱신 정책이 대표적이다. 구체적으로는 배터리, 전기차, 태양광 등 미래지향적 첨단산업 부문을 중심으로 산업 혁신과 고도화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제조업에서 이뤄내고 있는 혁신은 정부 주도의 총력 지원 체제가 만들어낸 성과다. 2024년 중앙정부 예산에서도 과학기술 관련 지출은 약 10% 증가했다.

중국 당국이 7월15일부터 18일까지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열어 향후 5년간의 '경제청사진'을 발표한다. 사진은 2023년 3월10일 열린 1차 전국인민대표대회 제3차 전체회의 모습 ⓒ연합뉴스

中 제조업 집중 투자, 韓 경제 '과잉 경쟁' 유발

내수 소비가 흡수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제조업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투자는 '중국식 과잉생산' 문제로 이어진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도 중국의 과잉생산을 문제 삼고 나섰지만, 중국이 달라질 리는 없다. 중국은 과잉생산을 수출로 돌려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소비 부족과 국내 수요 정체로 인해 과잉 저축에 시달리는 중국은 수출을 제외하면 과잉생산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중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중국 경제의 위기를 말하는 데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 올 연말 경제성장률 목표치도 어떻게든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관세 인상 공세도 영향은 제한적이다. 중국 정부는 큰 틀의 정책 변화가 필요하지는 않다고 보고 있을 것이고 3중전회에서도 별다른 정책의 전환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공급 중심 성장, 첨단 제조업 중심의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중국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우리에게도 중국 경제는 고민거리다. 우리나라처럼 많은 산업 분야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나라에 중국의 과잉생산은 세계시장에서의 더 치열한 경쟁을 의미한다. 어느덧 우리와 중국의 경쟁 및 분업 구조도 바뀌어 우리나라의 지난해 대중 수출액은 1248억 달러로, 2022년보다 19.9% 줄어들었다. 지난해 대중 무역수지도 181억 달러 적자를 기록해 1992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전환됐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2월을 제외하고는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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