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野 폭주에 국민소환·국회해산 논의해볼때 됐다[핫이슈]

김병호 기자(jerome@mk.co.kr) 2024. 7. 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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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는 시작부터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막무가내의 길을 가고 있다. 21대 국회 때도 여소야대에 따른 거야(巨野)의 횡포를 시종일관 봐왔던 만큼 이번에도 예상 못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22대에서는 시작부터 대상을 확대한 탄핵과 특검, 국정조사에다 주요 상임위원회 장악까지 더불어민주당의 폭주가 과하다. 반면 국민의힘은 적절한 견제는커녕 ‘총선 백서’ 발간 논란부터 지금의 당 대표 선출 난타전까지 사분오열하며 극도로 무기력하다.

민주당의 고약한 행보 중 하나는 지난 2일 이재명 대표를 수사한 검사 4인(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일이다. 헌법상 탄핵 요건(65조)인 ‘직무집행에서 헌법과 법률 위반’과는 거리가 한참 먼데도 비상식적 행동을 서슴없이 한다. 전·현직 검찰 간부들은 하도 어이가 없어 ‘나를 탄핵하라’고 반발하지만 법률 초보자라도 헌법 조항만 보면 탄핵 주장이 얼토당토 않다는 것을 잘 안다. 야당에도 율사 출신이 많지만 이들은 침묵하며 방관한다. 나라 기강과 질서가 어떻게 되든 정당 이익과 개인 출세가 우선일 뿐이다. 우리가 일제 강점기 친일파를 비난하지만 그 때도 부역자들은 나름 궤변적 논리로 자기합리화에 충실했었다.

비위검사 탄핵소추안 제출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전용기(왼쪽부터), 장경태, 민형배, 김용민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비위 의혹’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4.7.2 [공동취재] utzzq@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예전에는 ‘탄핵’이라고 하면 두렵고도 비장한 어감 때문에 매우 불편한 용어였지만 이젠 너무나 가벼운 존재가 됐다. 대통령 탄핵을 입에 달고 사는 야당이 판·검사나 정부 각료들이 맘에 안들면 탄핵으로 위협하니 조폭과 다름없다. 국회의원이 누리는 물질적 특혜도 많지만 이처럼 남을 겁박할 수 있는 권리를 대놓고 행사하는 모습은 근래 들어 보지 못했다. ‘개딸’ 같은 팬덤에 의지한 정치적 퇴행이자, 플라톤이 경고한 중우(衆愚) 정치 폐해가 극명히 드러난다.

국회의원들은 자정이 힘들기 때문에 국민이 제동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4년 단위 선거로는 이들의 억지와 횡포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중간 점검을 해서라도 불량한 의원들을 걸러낼 필요가 있다. 대안 중 하나는 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와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이다. 국민소환은 20대와 21대 국회에서 각각 6건, 7건 법안이 발의됐을 정도로 호응이 없지 않다. 발의가 주로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이뤄진 점이 특이하다. 민주당의 21대 총선 공약이기도 했다. 여야가 논의하면 실행 못할 일도 아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3일 “지금처럼 탄핵을 남발하고, 또 탄핵이 기각돼도 어떤 정치적 책임을 안 지고 정치적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소환제를 말하는 사람이 많다”며 “진지하게 검토해볼 만하다”고 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도 4·10 총선 직전 “국회의원은 한 번 선출되고 나면 유권자가 견제할 방법이 없다”며 “국민 뜻에 반하면 진퇴를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가장 최근인 2022년 1월 유정주 민주당 의원 등 10인이 발의한 ‘국회의원의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을 보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다. 소환 대상은 국회의원 의무 규정(헌법 46조)을 위반한 자다. 즉 ① 청렴의 의무 ②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 수행 ③ 지위를 남용해 재산상의 권리·이익 취득 금지 등이다. 임기 개시 6개월 이내, 잔여 임기 1년 이내에는 소환이 불가하고, 지역구 총 유권자 15% 이상 동의로 소환 발의, 투표권자 3분의 1 이상 투표와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 이상 찬성으로 소환 여부가 결정된다. 소환 이유가 추상적이라면 법에 좀 더 구체적으로 담으면 된다. 예컨대 정부의 정상적인 행정 행위를 방해할 목적이 뚜렷한 국회 활동 같은 것이다.

100만 명 넘어선 ‘대통령 탄핵청원’ 동의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대한 동의가 100만 명을 넘어선 3일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과 김은진 촛불행동 공동대표 등이 촛불집회 개최 등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4.7.3 utzz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물론 국민소환제가 시행되면 의원 퇴출 과정에서 시끄럽고 지저분한 일들이 생길 우려가 크다. 자리 보전에 민감한 의원들의 선심성 공약과 권모술수가 더 판칠지 모른다. 현직 의원을 몰아내고 자기 당 의원을 끼워넣으려 정당 간 경쟁도 과열된다. 하지만 국회의원에 당선만 되면 4년 간 무분별한 행위를 일삼아도 아무 문제가 없는 현실을 바꿔보는 차원에서라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정당 이익과 개인 영달만 앞세우는 의원들의 불량한 의정 활동을 경고하는 측면도 있다. 유사 사례가 누적되면 그런 사악한 행동을 하면 파면된다는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시·도의원, 교육감 등은 ‘주민소환제’로, 대통령과 각료, 판·검사 등은 ‘탄핵’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국회의원을 제어할 수단은 없다. 파면 무풍지대이니 선거철에만 반짝 엎드리다가 당선 후에는 막돼먹은 행동을 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국회해산권도 논의해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의회의 정부 불신임권에 대응한 수단이 국회해산권인데 우리 국회가 정부 불신임을 통해 각료 교체를 할 수 없는 만큼 국회해산권은 과잉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국회가 탄핵소추를 걸어놓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정 때까지 업무가 정지된다면 정부 활동을 크게 위축시키는 것이다. 탄핵소추 위협이 지금처럼 커진 마당에 정부가 국회를 견제할 수단은 더 필요해졌다. 영국 같은 의원내각제나 프랑스처럼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섞은 이원집정부제 정체(政體)에서 활용되는 국회 해산제를 우리 풍토에 맞게 연구해보면 어떨까.

검사 탄핵 규탄하는 국민의힘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4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검사탄핵 시도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7.4 utzz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제5공화국 헌법은 ‘대통령은 국가의 안정 또는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할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라며 국회 해산 사유를 걸어놨다. 하지만 1987년 개정된 6공화국 헌법에서는 대통령 권한 확대를 막고자 국회해산권이 삭제됐다. 하지만 국회가 사사건건 정부 정책에 반대만 늘어놓고 탄핵으로 위협한다면 대통령도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넘어 국회해산권으로 방어장치를 추가할 필요도 있다.

우리 헌법은 무도한 국가 권력에 맞서 국민 ‘저항권’을 명시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헌법 정신에 따라 저항권이 인정된다는 것이 헌법학자들의 다수설이다. 헌법재판소는 과거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에서 “저항권은 공권력 행사자가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거나 파괴하려는 경우 이를 회복하기 위해 국민이 공권력에 대해 폭력·비폭력, 적극적·소극적으로 저항할 수 있는 권리”라고 했다. 22대 국회 개원 두 달도 안돼 야당이 벌인 비정상적 행태는 국민을 지치게 할 뿐 아니라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게 확실하다. 그렇다면 국민은 저항권 차원에서라도 국민소환제 같은 시정 조치를 요구할 때가 됐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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