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예술계 탄압…'IS에 유린당한 여성' 조명한 연극인들 6년형

김경희 기자 2024. 7. 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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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러집단에 유린당하고 모국에서 처벌까지 받은 여성들을 그렸다가 테러 정당화 혐의로 중형이 선고된 러시아 극작가(좌)와 연극 연출가

러시아에서 테러단체를 소재로 한 연극을 만든 이들에게 중형이 선고돼 예술계 탄압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스푸트니크, AF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군사법원은 현지시간 8일 비공개 재판에서 연극 '용감한 매 피니스트'의 연출가 예브게냐 베르코비치, 작가 스베틀라나 페트리추크에게 징역 6년씩을 선고했습니다.

이들은 이슬람 성전주의자와 결혼한 여성들이 나오는 연극을 만들어 테러를 정당화했다는 혐의로 작년 5월 구속됐습니다.

이 연극에는 러시아 여자들이 꾐에 빠져 이슬람국가(IS) 조직원들과 결혼한 뒤 배신당하고 귀국 후에는 피해자임에도 처벌받아 투옥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러시아와 구소련권 국가에서 여성 수천 명이 겪은 실제 비극을 일반화한 이 연극은 2020년 초연됐습니다.

러시아 문화부와 모스크바 시장실이 후원하는 권위 있는 연극상인 '골든 마스크'를 2개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피고인들과 국제 인권단체들은 러시아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는 엉터리로, 예술계 탄압이 목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연출가 베르코비치는 재판에서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베르코비치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비판하는 시를 쓴 것과 관계가 있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유럽·중앙아시아 부본부장 레이철 덴버는 소셜미디어 엑스에 보복 가능성을 주장했습니다.

덴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에 목소리를 높인 이유로 베르코비치에게 보복한 것"이라며 "그런 불공정한 재판에서 완전히 터무니없는 혐의에 선고가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표현의 자유라는 권리를 행사했다가 표적이 된 게 분명하다"며 이들의 즉각적 석방을 촉구했습니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반전 여론의 확산을 경계하면서, 예술계에도 더 광범위한 검열과 강도 높은 외압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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