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여자의 우정… 서로를 견디는게 관계 묶는 힘”
누군가와 친구가 되고자 할땐
좋아하기로 마음만 먹으면 돼
갈라지고 뭉쳐지는 관계들 속
셋을 단단하게 묶는 건 ‘동경’
못난 자신을 인정하는게 중요
글·사진 =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지난 202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나주에 대하여’(문학동네)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고 이 시대 청춘의 이야기로 끊임없이 문단에 화두를 던지고 있는 김화진(사진) 소설가가 첫 장편소설 ‘동경’(문학동네)으로 돌아왔다. 이달 초 만난 김 소설가는 “긴 호흡의 장편은 힘들었지만 쓰고 싶었던 이야기를 썼다는 생각에 대견하기도 하다”며 웃었다.
“30대가 되니 견디는 우정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누군가와 친구가 되고자 할 때 필요한 건 ‘좋아하기로 마음먹는 일’이면 충분하죠.”
김 소설가가 말하는 ‘견디는 우정’이란 소설 속 세 명의 여성 주인공이 나누는 ‘삼각 우정 관계’에 대한 설명이다. 소설 ‘동경’은 사회에서 만나 일하는 사이에서 친구로 발전한 세 여성의 삶과 우정을 담고 있다. 김 소설가가 그린 삼각 우정의 진행은 무게중심을 쉽게 잃는 삼각형처럼 순탄치 않다. 두 명이 이해하는 것을 홀로 이해하지 못해 외톨이가 된 듯 서운함을 느끼기도 하고 혼자서만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에 조바심을 내기도 한다. 김 소설가는 “20대에는 서로에게 온전히 유일한 친구가 되는 단짝을 이상적인 우정으로 생각했다”고 말하며 “막상 그런 우정을 나눠 보니 서로에게 공백 없이 빽빽하게 집중하는 관계란 쉽게 지치고 틀어져 버린다”고 덧붙였다.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의 모습을 마주할 때도 잠시 뒤로 물러나 마음을 추스른 뒤 다시 버티며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친구 관계를 소설의 소재로 삼은 셈이다.
30대인 주인공들은 더는 어리다고 말할 수 없지만 동시에 여전히 이루고 싶은 꿈과 도전하고 싶은 열망을 가진 존재로 그려진다. 또한 각자 다른 유년 시절을 걸어왔기에 관계가 깊어질수록 자주 부딪치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과거사를 터놓고 말할 수 없어 답답한 마음은 커져간다. 결국 그들의 관계는 주인공 ‘아름’이 원래 같이 일하던 선배 ‘민아’를 떠나 새로이 ‘해든’과 사진 찍는 일에 도전하게 되며 급격한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말하지 않았으나 마음속 깊이 알고 있던 못난 감정들이 막아 두었던 봇물 터지듯 흘러나와 셋을 둘과 하나로 여러 번 가르고 뭉친다. 그럼에도 세 주인공을 단단히 묶는 우정의 원동력은 작품의 제목이 된 ‘동경’이다.
지독히도 구체적인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는 읽는 이에게 공감을 자아낸다. 김 소설가는 “누구에게나 있는 못난 모습은 공통된 경험”이라고 말했다. “저도 제 모습의 못난 부분을 자꾸 들여다보는 사람이라서 다른 사람들의 잘난 모습이 더 커 보여요. 부러움이 많은 사람이죠.”
“‘너는 나보다 낫다, 그래서 네가 좋다.’ 그게 동경이에요.” 김 소설가의 말처럼 동경은 부러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감정이다.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고 있는 못난 자신을 인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럼에도 나보다 타인을 사랑하기로 선택하는 일이다.
그러기에 김 소설가가 그려내는 세 사람의 화해는 격렬한 다툼 뒤에 오지 않는다. 각자의 감정이 식을 시간을 충분히 가진 뒤 건네는 멋쩍은 화해에 가깝다. 말 못 할 서운함이 흘러가던 중 마침내 후배였던 아름과 선배 민아가 솔직한 감정을 마주하는 장면이 이에 해당한다. 아름이 민아의 직장을 떠날 때 선배라는 호칭 대신 민아를 이름으로 부르며 이뤄내는 화해는 독자들에게 책장을 덮어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여운을 남긴다.
김 소설가는 “글을 쓸 때 주변 사람의 사랑스러운 모습 혹은 미운 모습 같은 걸 계속 붙잡아 보려고 노력한다”며 “그래서인지 독자들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한구석을 생각하며 읽는다면 소설에 깊이 빠져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책을 읽은 뒤 친구들에게 한 번은 귀엽게 이야기해 보세요. ‘내가 조금 밉더라도 그냥 조건 없이 사랑해줘!’라고요. 이미 당신이 사랑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테니까요(웃음).”
휴대전화 카메라로 우측의 QR코드를 찍으면 ‘문화일보 문화부’ 유튜브 채널로 연결됩니다. 김화진 소설가의 더 많은 이야기를 영상을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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