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대·두려움 무대에 심죠” [공연을 움직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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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무대가 보인다.
또 "무대 위에서 보는 일이 일상은 아니지 않냐"며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대감, 두려움을 객석에 심는 것이 무대 디자인"이라고 했다.
지난 1990년 국립극장 기획의 연극 '오이디푸스 렉스'로 발을 들인 후 연극·무용·오페라 등 250여 개 작품에서 무대 디자인을 맡은 이태섭을 지난 4일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오는 9월 1일까지 공연하는 신시컴퍼니 기획 연극 '햄릿' 무대의 세 개 면에는 거울 벽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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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20t으로 ‘수조 무대’ 구현
기술발전에 새로운 시도 늘어
극장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무대가 보인다. 관객이 마지막에 보는 것도 무대다. 관객을 배웅하고 마중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무대는 공연 내용을 구성하는 동시에 정체성도 표현해 낸다. 공연의 시작과 끝, 안과 밖에는 무대 디자이너가 있다.
“극적 환경의 창조.” 무대 디자이너 이태섭(사진)은 자신의 영역을 이렇게 표현했다. ‘극적 환경’이라는 표현을 두고 그는 “어떤 사건이 일어날 만한 환경”이라고 했다. 또 “무대 위에서 보는 일이 일상은 아니지 않냐”며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대감, 두려움을 객석에 심는 것이 무대 디자인”이라고 했다. 지난 1990년 국립극장 기획의 연극 ‘오이디푸스 렉스’로 발을 들인 후 연극·무용·오페라 등 250여 개 작품에서 무대 디자인을 맡은 이태섭을 지난 4일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태섭은 자신의 태블릿 컴퓨터 화면부터 보여줬다. 공연에 앞서 제작했던 무대 미니어처, 그 구상 과정에서 해 뒀던 스케치 등이 여러 장 떠 있었다. “한때는 배우 중심으로 연극을 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지만, 이제는 기술이 받쳐주기 때문에 무대 비주얼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작품이 완전히 달라진다.” 영역의 구애를 받지 않고 음악, 미술 등을 다채롭게 감상하면서 떠오르는 영감으로 무대 구상을 한다고 한다. 사진집, 자료집을 찾으러 전국을 다니지 않아도 이태섭은 ‘비주얼 소스’라고 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무대를 만드는 현시점의 강점으로 꼽았다. 요즘은 프랑스에서 싱어송라이터이자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우드키드’의 음악이 귀에 들어온다고 했다. 이태섭은 “다만 여기서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며 “무분별한 수용은 자기 스타일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스스로 단련을 해야 한다”고 했다.
영감의 출처가 다양해지고,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무대에서의 새로운 도전도 늘었다. 4월 국립창극단 ‘리어’ 무대에는 20t의 물을 끌어다 무대를 수조처럼 만들었고, 6월 ‘연안지대’에서는 홀로그램 필름을 활용했다. 오는 9월 1일까지 공연하는 신시컴퍼니 기획 연극 ‘햄릿’ 무대의 세 개 면에는 거울 벽을 세웠다. 그 벽을 통해 산 자는 죽은 자의 존재를 느끼고, 죽은 자는 산 자를 응시하는 무대가 완성됐고 객석에는 ‘죽음’에 대한 성찰이 감돌았다. 이태섭은 “무대 디자인으로 작품이 성공하기는 아주 어렵지만, 망치는 데는 10분으로 충분하다. 모험”이라며 책임감을 전했다.
그가 틈틈이 스케치로 남겨둔 구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는 연출자와의 소통이 강조됐다. 이태섭은 “연출자 입장에서는 연습 과정에서 이 부분, 저 부분 막 바꾸고 싶은 게 많기 마련”이라며 “무대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스트레스가 클 수 있는 작업”이라고 했다.
그는 ‘극단의 집’이라는 표현으로 한 작품을 장기 공연할 수 있는 공연 공간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극단이 만든 작품을 오래, 여러 차례 공연하면서 축적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태섭은 “작품이 한 번 잘되도 그걸로 끝내버리는 식으로 해서는 한계가 있다”며 “그 작품이 해당 극장의 상징처럼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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