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율 95% '한남3구역' 재개발 지역 '알박기' 논란
주변 상가들 이주 미루는 분위기 '우려'
8조 사업, 이자 월 80억…조합 소송 예고
한남뉴타운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재개발이 진행 중인 '한남3구역'에 때아닌 '알박기' 논란이 일고 있다. 이주율이 95%에 달한 상황에서 한 가구가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롭게 카페를 오픈하는 등 재개발 사업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공사비 급등으로 정비사업장 곳곳이 멈추거나 좌초되는 상황에서 조합은 속도가 생명인 정비사업이 조금이라도 지연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이주율 95%인 재개발 지역에…'새 카페' 오픈
한남3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하 한남3구역)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686번지 일원 38만6400㎡ 부지에 최고 22층 높이 아파트 6006가구를 신축하는 사업이다. 현대건설이 시공사를 맡아 '디에이치한남'이란 이름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한남3구역은 2009년 정비구역 지정, 2012년 조합설립 후 지난해 6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본격적인 이주를 시작했다. 한남뉴타운(2, 4, 5구역) 중 속도가 가장 빠르다.
재개발 사업은 정비구역 지정→조합설립인가→건축심의→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이주·착공 순으로 이뤄진다. 이주 후 철거가 마무리돼야 비로소 착공할 수 있다.
3구역 이주 대상인 8580가구 가운데 지난달 21일까지 이주한 가구수는 총 8141가구(처리 정리, 이주 예정 포함)로 이주율이 94.88%에 달한다. 현재 미이주 가구수는 439가구, 약 5.11%가 남아있다.
조합은 이 미이주 가구 중 상업용 건물 몇 곳이 재개발 악재로 꼽히는 소위 '알박기'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
한남3구역 조합 관계자는 "관리처분 인가 이후 기존에 있던 공인중개사무소를 내보내고 인테리어 등을 새로 해 카페를 오픈한 곳이 있다"면서 "조합이 이주를 독려하는 상황에서 재개발 사업을 지연시키는 소위 알박기 논란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한남3구역의 자진이주기간은 지난해 10월31일부터 올해 5월15일까지였다. 조합은 자진이주기간이 지난 시점을 기준으로 미이주 가구들을 대상으로 명도소송을 진행 중이다.
관리처분인가가 되면 건물의 수익사용권이 조합으로 넘어오기 때문에 이주 등을 하지 않으면 조합은 명도소송을 통해 법원결과에 따라 이주 강제집행을 진행할 수 있다. 조합은 소송결과가 나오는 대로 순차적으로 강제집행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명도소송을 진행 중임에도 조합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해당 카페가 유명 연예인이 속한 소속사 건물 1층으로 해당 연예인을 내세워 TV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최근 오픈 소식을 알리고 있어서다.
조합 관계자는 "SNS를 통해 재개발지역 슬럼화 공간을 탈바꿈시켰다는 식으로 광고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유명 연예인이 관계된 곳이다 보니 사람들이 찾아오게 된다"면서 "주변 상가까지 '우리도 더 버텨도 되나'하는 식의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체 근처 상가 이주율이 현재 가장 낮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한남3구역은 총 사업비 8조원 규모로 월 80억원의 금융이자가 발생한다"면서 "이주를 늦추는 원인이 생기면 3800여명에 달하는 조합원에게 심각한 손해를 끼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해당 건물주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조합과 갈등을 빚으려는 생각도 없고 명도소송이 진행 중인 것도 몰랐다는 것이다.
해당 건물주인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카페 영업은 구청에 영업신고를 받아 법상 문제가 없다"면서 "자진이주기간이 지났지만, 이주 종료날짜를 통보받지는 않아 카페 운영이나 점유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주를 하지 않으려 한다거나 소위 알박기를 하려는 의도는 없고 이는 오해다"면서 "이주할 곳을 찾아보고 있고 아직 이주하지 않은 사람들처럼 이사 갈 곳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건물과 토지는 2018년 해당 엔터테인먼트 명의로 매매가 이뤄졌다가 지난 2021년 건물과 토지 모두 대표이사 명의로 소유권이 이전된 상태다.
관리처분 인가 후 새 영업 시작은 '불법'
해당 건물주가 이주를 한다고 해도 관리처분 인가 후 새롭게 영업을 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관리처분 인가가 나온 이후 이주단계에서 새롭게 가게를 열거나 영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토지사용 주체가 조합으로 넘어가는데 구청에 영업신고를 했다고 해도 도정법(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위반에 속한다"고 말했다.
관리처분인가가 난 시점은 지난해 6월23일, 이 카페가 용산구청에 일반음식점으로 영업신고를 낸 시기는 이보다 10개월 정도 후인 올해 4월18일이다.
카페 관계자는 "구청에 영업신고를 할 때 담당자가 재개발구역인데 괜찮으냐고 물어오자 재개발 일정에 방해 안 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고, 그때까지 영업하려 한다고 하니 공무원도 수긍했다"고 말했다. 즉 구청에서 내준 인가인 만큼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재개발 관련 법률전문가는 "관리처분 인가가 나면 사업구역 내 주택 등 사용 수익이 불가능해진다"면서 "구청에서 영업신고증을 발급한 것과 상관없이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조합은 자진이주기간 이후 재점유 조합원과 관련해 차후 소송을 진행할 것이란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자진이주기간은 소유 건축물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기간이 아닌 건축물을 철거, 착공할 수 있게 자진해 양도해야 하는 최소 기간"이라며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롭게 임대차계약을 맺거나 재점유해 사용하거나 수익을 내는 것은 법 규정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유자나 세입자의 재점유 발생 시 이주 등 완료기간 지연 사유가 될 수 있어 재점유로 인한 소송 진행, 기간 지연 발생시 소요비용에 관한 구상청구, 지연 손실금 청구 소송, 건축물 사용 수익금 일체에 대한 금전반환청구 소송 등을 진행해 사업비 증가에 따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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