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간 사상 최대 43조엔 쓴다던 日국방예산…엔저에 실제론 30% 줄어
2022년 발표 때보다 엔화 환율은 32% 상승...무기 구매 계획 축소로 이어져
일본 정부가 2022년 발표했던 “5년 간 43조엔을 투입한다”는 사상 최대 방위비 증강 계획이 이후 계속된 엔저(低) 현상으로 인해, 실질적으로는 발표보다 30% 가량 축소되는 결과를 빚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2년 12월 국가안보전략을 개정해, 인도ㆍ태평양 지역의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중국과 계속 미사일을 발사하는 북한에 맞서 국내총생산(GDP)의 1%이던 방위비 지출을 5년 뒤인 2027년엔 나토(NATO) 수준인 2%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 국가안보전략은 2013년 것을 대폭 개편한 것이었다. 2013년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전략적 파트너’였지만, 이제 중국은 국제질서의 ‘최대 전략적 위협’이 됐다. 일본 정부는 또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드러난 러시아의 호전성(好戰性)도 새롭게 평가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022년 12월 이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하면서, “주변국들이 무력으로 현상유지를 일방적으로 깨려는 명백한 시도를 해, 군비 증강이 필요한 ‘전환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적의 공격 기지를 원점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겠다고 했다.
새로운 안보전략에 따라, 일본 정부는 5년간 방위비에 43조 엔을 쓰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시 미화(美貨)로도 3981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었다. 미ㆍ중의 신(新)냉전 속에서 일본이 자국 안보를 적극적으로 담당하며 ‘평화주의국가’를 벗어나 ‘전쟁 가능’국가로 전환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무기 구입하는 달러 기준으로는, 군사비 30% 줄어
그런데 이 야심찬 계획은 발표 때는 누구도 예상 못했던 ‘엔저’라는 난관에 봉착했다. 일본은 전투기와 크루즈ㆍ요격 미사일뿐 아니라 자국에서 생산하는 군함ㆍ잠수함ㆍ전차에 들어가는 주요 군사장비와 무기를 미국에서 들여온다. 결국 사상 최대의 방위비를 책정했지만, 엔화 환율이 급격히 오르면서 달러로 거래하는 무기 구매력은 계획보다 30% 이상 하락한 것이다.
일본 정부가 2022년 12월 신(新)국가안보전략을 발표할 때의 기준 환율은 1달러에 108엔이었다. 그 이전 5년 간 엔화의 평균 환율이었다. 이 환율로 따지면, 43조엔은 3981억 달러가 된다.
그러나 안보전략 발표 시점인 같은 해 12월엔 이미 1달러에 135엔으로 올랐다. 이 환율로 따지면, 5년간 방위비는 3190억 달러로 줄게 된다. 엔화는 더 약해져서, 8일에는 161엔에 육박했다. 이 환율을 적용하면, 43조엔은 2677억 달러가 된다.
결국 2022년 12월 신국가안보전략을 발표할 때의 5년간 방위비는 달러 기준으로 보면 3981억 달러에서 2677억 달러로 무려 32%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23년 무기 구매 계획은 2022년 12월말 137엔을 기준으로 수립했지만, 이후 2027년까지의 무기 구매 계획은 108엔을 기준으로 세웠다.
4월부터 시작하는 2024 회계연도의 일본 국방예산은 7조9500억 엔. 엔화로는 전년보다 16.5%가 늘었다. 예산 수립 때는 달러 당 151.35엔을 기준으로 했다. 그러나 지금 환율로 계산하면 494억 달러가 된다. 올해 우리나라 국방예산은 약 59조4000억원으로 약 430억 달러다.
저팬 타임스는 “국제무역을 하는 대부분의 기업들과는 달리, 일본 방위성은 환율 변동에 대한 헤지(hedge)를 하지 않아,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과 F-35 스텔스 전투기의 구매 가격이 폭등해도 이를 완화할 방법이 없다”고 보도했다.
니케이 신문에 따르면, F-35A 전투기의 대당 구입가격은 2018년에는 116억 엔이었지만, 2024년에는 140억 엔이 됐다. 또 이지스(Aegis) 방공(防空)시스템을 갖춘 전함의 척당 비용도 2020년 2400억엔에서 2024년에는 3920억 엔으로 뛰었다. 일본이 2022년 처음 실전 배치한 타이게이(大鯨ㆍ’큰 고래’)급 잠수함도 건조비용이 처음보다 35%가 올라 950억 엔이 됐다.
◇국내외 무기 구매 계획 대폭 축소ㆍ철회
이런 상황에서 해결책은 군사장비와 무기의 구매 규모를 줄이는 것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올해 34대를 구매하려고 했던 보잉 사의 치누크 수송 헬리콥터 수를 17대로 줄였다. 일본은 그동안 보잉의 라이선스를 받아 가와사키중공업에서 이 헬리콥터를 조립 생산했는데, 대당 가격이 50억엔씩 올랐다.
또 신메이와공업이 제조하는, 해난 수색ㆍ구조용인 US-2 단거리이착륙(STOL) 수륙양용 항공기도 2개 구매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부품 값이 오르면서 대당 가격이 2배로 뛰어서 300억 엔이 됐다고 한다.
일본 정계에선 2022년에 발표된 국가안보전략대로 무기와 군사장비를 구매해 자국 안보를 확보하려면, 방위비를 추가로 증액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재원이 문제다. 증세는 인기도 없고 일본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또 일본의 정부부채는 이미 GDP의 217%에 달한다(한국의 정부부채는 50% 안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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