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2.3조 투자 '태영 마곡 원그로브' 공실 100%… 연금 손실 우려
세금이나 다름 없는 국민연금이 제때 투자 회수를 못한 것은 수익성 추구 면에서 적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과거 집단 피해를 양산한 가습기살균제 사건에서 국민연금은 투자의 공공성 기준 결여로 논란이 됐다.
국민연금은 2021년 이지스자산운용이 조성한 부동산 펀드를 통해 마곡지구 업무·상업 복합시설의 준공 조건부 선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사업비는 2조6000억원으로 국민연금이 투자한 국내 부동산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앞서 지난 2월 부동산 업계에선 원그로브의 선매입 계약을 체결한 국민연금이 투자금 회수를 위해 계약을 해지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해 말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가운데 최대 규모 사업으로 자금 부족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통상 시공사의 워크아웃은 채권자의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돼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보수적인 기준으로 투자를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특성상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이슈로 공사에 차질이 발생했으나 국민연금은 계약을 유지했다. 국민연금은 총 2조3000억원에 해당 건물을 매입하기로 하고 두 차례 걸쳐 3500억원의 계약금을 냈다. 현재는 준공 후 잔금을 납입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운영하는 공적연금으로 '국민연금법'에 따라 관리·운영된다. 국민연금은 주식·채권 등을 운용함에 따라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투자의 목적으로 한다.
국민연금법 105조 제1항에 의거한 '국민연금기금운용지침'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투자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공공성 기준을 고려해야 한다. 공공성뿐 아니라 수익률을 관리해 연금 손실을 막아야 하는 의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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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그로브 투자사인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원그로브몰에 들어서는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제외하고 오피스동 임차 계약을 체결한 업체가 없다고 밝혔다. 지상 3층~지상 11층 오피스의 임대면적은 약 30만9700㎡(9만3700평)이다. 여의도 파크원 타워 2개 동을 채워야 하는 규모다. 관련 업계는 공실을 다 채우는 데 준공 후 최소 수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적극적인 임대차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고 준공 후 성과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절차를 진행 중이어서 사업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준공 후 신규 임대가 가속화된 사례도 많다"면서 "국내 메이저 오피스 임대관리(LM)사 8곳은 마곡 내 타자산에 대한 임대차 권리를 포기하고 원그로브만을 대상으로 마케팅 전속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원그로브의 임대 수익성을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인근의 '르웨스트 시티타워'가 3.3㎡(평)당 1800만원에 거래됐는데 국민연금은 2021년 3.3㎡당 1650만원에 선매입해 현 시점에 거래를 가정하면 평가 차익이 이미 2100억원에 달한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투자사들의 전망과는 다르게 부동산 업계의 평가가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 토지거래업계 관계자는 "원그로브의 경우 개발 역세권이라는 점에서 입지가 좋지만 고분양가와 주변 공급 물량, 자체 면적이 넓은 점은 투자 방해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어 "마곡지구 오피스 물량이 올해만 99만㎡에 달해 공급 과잉도 리스크 요인"이라며 "현재 경기 침체 상황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준공 한 달 전에 입주 업체가 없는 것은 흔한 경우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성아 기자 tjddk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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