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션' 감독 "마약에 경각심 주려면 불편한 장면 필요했죠"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커넥션'은 진입 장벽이 가장 낮은 TV라는 매체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사회적인 도덕관에서 벗어나선 안 된다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마약에 대한 거부감을 약화한다거나 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죠."(김문교 감독)
이달 6일 막을 내린 SBS 금토드라마 '커넥션'은 마약반 형사 장재경(지성 분)이 누군가의 손에 납치돼 강제로 마약에 중독되고,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추적하는 과정을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다.
드라마에서 마약은 실존하지 않는 일명 '레몬뽕'이라 불리는 알약 형태로 묘사된다. 원치 않게 마약에 중독된 장재경은 며칠에 한 번씩 극심한 금단 증상에 시달리고, 이를 극복하려고 발버둥 친다.
김문교 감독은 종영을 기념한 서면 인터뷰에서 "마약을 대하는 확실한 태도를 정하고 지키는 것, 마약을 끝까지 낯설게 다루는 것, 마약에 불필요한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고 마약을 소재로 다루며 염두에 둔 점을 설명했다.
이어 "주인공의 방해물로써,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는 면에서 어느 정도 불편한 장면이 필요했다"며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배우가 여러 버전의 연기를 했고, 그 안에서 고민하며 (어떤 장면을 쓸지) 선택했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다만 "대본에서 마약이란 소재를 빼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며 "'마약반 형사가 마약에 중독됐다'는 로그라인(줄거리)의 힘이 너무 셌고, 한국의 마약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시의성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마약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고 해서 '커넥션'이 단지 마약 수사만을 다룬 드라마는 아니다. 사건의 배후에 장재경의 고교 동창들이 있다는 사실이 차츰 밝혀지고,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이 동창들의 민낯이 드러난다.
이야기는 형사 장재경의 앞에 고교 동창인 박준서(윤나무)가 찾아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준서는 자신이 잘못된 일을 바로잡겠다고 말한 뒤 사라지는데, 얼마 후 재경은 자신과 준서만 아는 비밀 암호와 함께 어딘가로 와 달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장재경은 박준서의 메시지가 가리키는 곳에 달려갔다가 괴한에게 납치돼 마약에 중독되고, 며칠 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준서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준서는 재경과 기자인 친구 오윤진(전미도) 앞으로 거액의 보험금을 남겨둔 상태. 마치 자기 죽음을 예상한 준서가 두 친구에게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한 것만 같은 모양새다.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낸 결과 마약 사건과 박준서의 죽음에는 모두 준서와 장재경의 동창인 일당이 있었다. 그들은 돈을 위해 마약에 손대고 각자의 잘못을 덮기 위해 속고 속인다.
극본을 쓴 이현 작가는 '커넥션'의 핵심 메시지를 "우정의 다면성과 소중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남도 아니고 가족도 아닌 중간 어딘가의 관계가 우정이고, 깨지기도 변하기도 쉽다"고 설명했다.
작가의 말처럼 '커넥션'에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은 서로 친구이면서도 일명 '갑과 을'의 관계이거나 속고 속이며 서로를 해친다. 드라마는 종국에 가서 온갖 비리를 저지른 이들의 관계는 '커넥션'에 불과하고 우정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우고 진정한 우정의 가치를 되새기며 끝난다.
김 감독은 "'커넥션'이 우정이라는 긍정적 가치의 이면을 들춰내지만, 작가님이 대본을 통해서 하고자 했던 일은 어두운 면 너머에서 인간이 지켜야 할 무언가를 발견하는 데 있었다고 믿는다"고 짚었다.
이어 "시청자들이 '커넥션'을 어둡고 쓸쓸한 드라마로 기억하기보다 어둡고 쓸쓸한 것들 사이에서 힘들게 건져낸 반짝이는 것의 가치를 함께 발견하고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커넥션'은 최고 14%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에게 사랑받았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예상을 뒤엎으면서도 짜임새 높은 서사와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연출이 특히 호평받았다.
이 같은 성공에는 몸을 사리지 않고 열연한 배우들의 공이 컸다.
특히 주연을 맡은 지성은 마약에 중독된 형사 역할을 맡아 금단 증상에 시달리면서도 마약의 유혹을 물리치려 발버둥 치는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작품 출연을 위해 15㎏을 감량한 지성은 피로에 찌든 얼굴과 퀭하고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빛으로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집요한 기자로 변신한 전미도, 냉철하고 인간미 없는 엘리트 검사 역할을 맡은 권율, 재벌 2세이면서도 친구를 향한 열등감에 시달리는 인물을 연기한 김경남 등도 호연을 펼쳤다. 시청자들은 "연기 구멍(연기력이 부족한 배우)이 없다"고 호평했다.
이 작가는 "연기자들의 캐릭터 표현이 정말 압권이었다"며 "때로는 제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캐릭터의 면모까지 연기하는 모습을 경험하는 자체만으로도 흥분됐다"고 극찬했다.
김 감독은 "배우들을 보고 '이렇게 잘하는 사람이 이렇게 열심히 한다고? 이렇게 성격도 좋다고?'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본과 연기, 예술, 인간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진 배우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칭찬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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