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고문 이제그만’ 한국농구, 경험+귀화선수 필요하다

정지욱 2024. 7.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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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정지욱 기자]다시 희망고문 시작이다.

 

한국남자농구대표팀은 7월 5일, 7일 두 차례에 걸친 일본남자농구대표팀과의 원정 평가전에서 1승1패의 성과를 거뒀다.

당초 기대보다 우려가 높았던 평가전이었다.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일본은 세계강호국가들과의 평가전을 통해 조직력을 가다듬고 제대로 된 전력을 갖춘 반면, 한국은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로 구성했고 단 4일 훈련한 급조된 팀이었기 때문이다.

우려와 달리 경기력이 아주 좋았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미스매치와 포스트 공격으로 일관했던 답답한 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이정현, 유기상, 오재현 등 가드들이 주축이 되어 빠르고 폭발적인 공격, 왕성한 활동량의 수비를 펼치며 일본이 오랜 기간 공들여 온 스피드&스페이스 농구에 맞섰다.

주공격수인 이정현은 소속팀(고양 소노)을 넘어 대표팀 에이스가 될 자질이 있음을 확인했고 유기상(창원 LG), 이원석(서울 삼성)에 대한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좋은 경기력엔 호평이 따르기 마련이다.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언론 역시 ‘한국 농구의 희망을 봤다’고 칭찬 일색이다.

과거 되풀이는 이제 그만
하지만 우리는 이미 오랜 기간 희망만 여러번 봤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2000년대 후반 정영삼, 양희종(이상 은퇴), 오세근(서울 SK) 등이 대표팀에서 좋을 활약을 했을 때,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을 때, 2017년 허재 감독 체제에서 화끈한 3점슛 농구로 무장해 ‘KOR든 스테이트’라고 극찬을 받았을 때도 문구는 똑같았다.

‘한국농구, 희망을 봤다’

희망을 봤다고 희망고문을 해온 것도 어느덧 15년이 넘었다.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시기다. 희망, 가능성을 현실화를 시켜야 할때다. 이를 위해서는 장차 10~15년을 이끌어나갈 이번 대표팀 멤버들에게 경험치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한다. 2차례 평가전 경기력에 마냥 좋아할 것이 아니다. 이번 대표팀은 단 두 경기 뛰고 해산이다.  

 

일본이 무서운 것은 경험치다. 대회든, 평가전이든 매년 세계농구 강국과 몸을 부딪치며 이들에 대한 두려움을 떨쳤다.

 

167cm의 토가시 유키, 172cm의 카와무라 유키 등 일본의 초단신 가드들의 자신감은 강한 대전상대를 만나면서 수없이 벽에 부딪치고 한계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생긴 결실이다. 한국과의 평가전에서도 카와무라는 자신보다 한참 큰 한국 선수들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었다. 지난해 농구월드컵에서 훨씬 강한 선수들과 부딪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일본과 같이 젊은선수들의 성장을 끌어낼 동력이 필요하다. 이정현에게서 한국을 넘어 아시아최고 가드의 자질을 엿볼 수 있었다면 유럽, 남미, 북중미 선수들을 만나면서 벽에 부딪칠 기회를 줘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8일 인천공항에서 만난 이정현은 “일본이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해보니 우리가 충분히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루이 하치무라(LA 레이커스)가 뛰었으면 했다. NBA선수와 부딪칠 기회가 많지 않다. 더 강한 팀과 경기하면 우리 선수들끼리도 더 똘똘 뭉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면에서 윌리엄존스컵대회에 나가지 않은 부분은 아쉽다. 선수들끼리 지금 멤버로 대회를 더 뛰어보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했다”고 말했다.
 

 

귀화선수는 필수다
한국은 평가전에 귀화선수 없이 나섰다. 라건아와의 계약기간이 끝났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대안이 없다. 귀화선수의 필요성은 선수도, 코칭스태프도, 협회도 다 알고 있다.

한국을 이끈 안준호 감독은 “일본의 귀화선수(조쉬 호킨슨)를 보면서 우리도 그 필요성을 더 느낄 수 있었다.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했으며 이정현도 “(귀화선수가)무조건 필요하다. 귀화선수 영입은 모든 나라가 다 하고 있는 트렌드다. 우리 팀 컬러에 맞는 귀화선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대표팀 운영을 맡고 있는 대한민국농구협회에 달렸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협회의 정재용 부회장은 “가깝게는 2028년 LA올림픽, 멀게는 2032년 호주올림픽 진출의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서 귀화선수가 필요하다. 협회도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예산이 가장 큰 문제다. 다각도로 방안을 마련하고 KBL과도 대화를 나눠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표팀 소집에 있어서도 KBL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협조 체계를 잘 이뤄서 강한 대표팀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문복주 기자, FI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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