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률 89.5%' 64G 밖에 못 나갔는데 34도루…"변수는 1등이니까" 마황은 70도루가 아닌 '포스트시즌'을 외쳤다

박승환 기자 2024. 7. 9.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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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황성빈이 1회초 선두타자 안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변수는 제가 1등이니까"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 전체 44순위로 롯데 자이언츠의 선택을 받은 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황성빈은 그동안 롯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충격이었다. 타석에서 언제든 기습 번트를 통한 내야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고, 주자로서는 언제든 2루 베이스를 훔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102경기에 출전해 94안타 1홈런 62득점 10도루 타율 0.294를 기록하며 '신인왕' 타이틀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지난해 황성빈에게선 이러한 모습을 보는 것이 쉽지 않았다.

2년차 징크스 때문이었을까. 황성빈은 74경기에서 36안타 22득점 5도루 타율 0.212 OPS 0.533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4월 한 달 동안 12안타 타율 0.353를 기록하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는데, 부상이라는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고, 이 영향으로 떨어진 타격 페이스를 되찾지 못한 것이 컸다. 그리고 이 사이에 김민석이라는 경쟁자까지 등장하면서 입지가 좁아졌었다. 이에 황성빈은 올 시즌 초반까지 좀처럼 기회를 제공받지 못했다.

하지만 황성빈은 언젠간 자신에게 찾아올 기회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고, 그 모습을 좋게 지켜봤던 김태형 감독이 4월 중순부터 출전 기회를 안겼다. 그리고 그 효과는 엄청났다. 황성빈은 4월 18일 LG 트윈스와 맞대결에서 오랜만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멀티히트 활약을 펼쳤고, KT 위즈와 더블헤더에서는 총 3개의 홈런포를 터뜨리며 펄펄 날아올랐다. 그 결과 4월 한 달 동안 15안타 3홈런 8타점 15득점 10도루 타율 0.419의 훌륭한 성적을 남겼다.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롯데 공격에 활력소와 같은 역할을 해오던 황성빈은 4월 28일 NC 다이노스전이 끝난 뒤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공백기를 갖게 됐지만, 이는 황성빈의 페이스에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5월 중순 다시 1군 무대로 돌아온 황성빈은 17안타 1홈런 15득점 7도루 타율 0.340으로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그리고 6월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한 황성빈은 33안타 21득점 13도루 타율 0.355로 폭주, 66안타 4홈런 57득점 34도루 타율 0.349 OPS 0.883이라는 엄청난 수치로 전반기를 마쳤다.

2024년 7월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황성빈이 7회초 1사 1루서 기습 번트를 하고 있다./마이데일리
2024년 7월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황성빈이 7회초 2사 1루서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마이데일리

3할 중반에 달하는 높은 타율과 눈에 띄게 좋아진 출루율, 장타율 모든 것이 좋아졌지만,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단연 도루다. 황성빈은 6월 첫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무려 20개의 도루를 100%로 해냈다. 그리고 전반기가 끝나기 전 34번의 베이스를 훔치면서 지난 2016년 손아섭(NC 다이노스) 이후 무려 8년 만에 롯데 선수로 30도루를 달성한 선수가 됐다. 특히 시즌 초반 주전이 아니었고, 부상으로 이탈했던 기간을 고려하면 얼마나 쉴 틈 없이 달려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롯데가 80경기를 치른 가운데 황성빈의 도루는 34개로 조수행(39도루)에 이어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산술적으로 68.85개를 기록할 수 있다. 도루왕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황성빈은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다"고 멋쩍게 웃으며 "올해 도루왕을 하려면 60개 가까이는 뛰어야 될 것 같더라. 그래서 도루왕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성공률만 높여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루왕에 대한 욕심은 드러내지 않았지만, 일단 황성빈은 올 시즌 자신이 내세웠던 목표치를 전반기에 모두 달성했다. 그는 "전반기에 30도루를 했다는게 신기하다. 작년에 마무리캠프 때 새로운 코치님들께서 오시고 '내년에 30개를 뛰겠다'고 했는데 '출루도 못하는데 30개를 뛰냐'고 혼이 났었다. 그런데 벌써 30개를 했다"며 "도루는 상황이 걸려서 뛸 수 있다. 때문에 사전에 투수에 대한 정보도 알아야 된다. 이런 부분에서 (고)영민 코치님께서 많이 도와주신다. 모든게 코치님 덕분"이라고 싱긋 웃었다.

데뷔 첫 시즌부터 '발'로 많은 임팩트를 남겼지만, 도루 성공률이 5할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황성빈의 도루 성공률은 89.5%로 매우 높은 편이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황성빈은 "이전까지는 '나 진짜 빨라. 스타트가 늦어도 내가 빠르기 때문에 승부를 보자'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스타트가 늦으면 스테이에서 멈추기도 한다. 예전에 많이 잡혔던 것이 지금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데뷔 첫 시즌부터의 시행착오들이 지금 황성빈의 피와 살이 된 것이다.

2024년 5월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두산의 경기. 롯데 황성빈이 3회초 2사 두산 선발 최준호를 상대로 안타를 때리고 있다./마이데일리
2024년 5월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황성빈이 3회초 선두타자 안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마이데일리

아직 시행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피치클락이 도입될 경우 황성빈은 팀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메이저리그도 피치클락이 도입된 후 도루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발이 빠른 선수들도 설자리가 생겼다. 출루만 된다면 언제든 스코어링 포지션을 만들 수 있는 까닭이다. 황성빈은 "아직 피치클락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못하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다는 것, 팀에서도 뛸 수 있는 주자가 있다는 것이 굉장히 플러스 요인"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러한 장점들로 인해 황성빈은 그 누구보다 '단기전'이 열리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희망하고 있다. 롯데는 전반기를 8위로 마치게 됐지만, 여전히 포스트시즌 진출권에 속해 있다. 순위는 8위에 머물러 있지만, 5위 SSG 랜더스와 격차는 단 3경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황성빈은 "단기전에 정말 자신이 있다"며 "단기전에서는 3~4할을 치는 것보다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카드가 정말 중요하다. 나는 스스로 변수는 1등이라고 생각하고, 이로 인해 상대의 실책이 나올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팀이 꼭 가을야구를 갔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기 때문에 황성빈의 올 시즌 목표는 60도루, 70도루도 아닌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그는 목표를 묻자 "개인목 표? 가을야구만 가면 됩니다"라며 "가을야구만 간다면 단기전을 통해 나에 대한 가치를 더 보여드릴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후반기 일정이 본격 시작되는 9일. 잠시 멈췄던 황성빈의 질주도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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