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V가 김건희TV인가" '국정농단'까지 나온 문체위 업무보고

KTV '저작권 위반' 삭제요청한 영상 47건 중 38건 김건희 여사 관련
"저작권법 시행 이후 어떤 정부가 KTV 자료 화면을 썼다고 고소하느냐"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2024년 7월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는 이은우 한국방송정책원장(가운데). 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정책방송원(KTV)이 저작권 위반으로 유튜브에 삭제 요청한 영상 47건 중 38건이 김건희 여사, 9건이 윤석열 대통령 관련 영상으로 나타났다.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체부 저작권국장 및 이은우 KTV 원장에게 관련 질의를 했다. 양 의원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저작물은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현행 저작권법(제24조의2)을 들어 “KTV 저작물들은 국민이 KTV 허가 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은우 KTV 원장은 “기본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도 “(삭제 요청한 영상들은) 단순 자료 사용이기는 하지만 심각한 저작권 위반 사례였다”고 답했다. 김 여사에 대한 영상 비중이 높은 것은 “영부인과 관련된 영상에 대한 저작권 위반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양 의원은 KTV가 일부 영상 관련해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를 진행했고, 이를 김건희 여사 법률대리인인 최지우 변호사가 맡았다는 지적도 이어갔다. 양 의원은 “단군 이래 처음”이라며 “저작권법 시행 이후 어떤 정부가 KTV 자료 화면을 썼다고 고소하느냐”고 따져물었다.

이 원장은 '최지우 변호사가 누구냐'는 질문에 “전 행정관으로 알고 있다”며 “(김 여사 변호인 여부는) 모르는 사실”이라고 했다. 양 의원이 “김건희와 관련돼서 영상 삭제 요청에, 고소에, 그 고소인이 김건희의 변호사다. 그 직전에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정농단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묻자, 이 원장은 “정당한 절차에 따라서” 진행했다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문체위 여당 의원들이 항의하고 양 의원이 더 거세게 반발하며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양 의원은 “잠깐 있어보라”며 “내가 내 시간에 이야기하는 거지 않나. 어디서 함부로 톡톡톡톡 튀어 나오나, 버릇 없이”라고 다시금 목소리를 높인 뒤 “KTV가 '김건희TV', '킴스TV'(Kim's TV)인가”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이날 박정하 문체위 국민의힘 간사는 양 의원 질의 직후 “충분히 공감하는 내용도 있는데 혹여 공인의 범주에 가까이 갈 수 있는 사람이나 그런 분들 지칭할 때는 자연의 이름을 부르는 듯한 느낌은 이 자리에서는 없도록 말씀을 주셨으면 한다”며 “질의 내용 중에서도 과한 내용이 있으면 제지해주시는 게 첫 업무보고에 도움이 될 거 같아서 감히 부탁 말씀 드린다”고 요청했다. 전재수 문체위원장(민주당)은 “가능하면 위원님들 질의 존중하는 방향으로 위원회를 운영해나가겠다”고 답했다.

▲2024년 7월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 도중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화면에 띄운 우크라이나 아동 그림전 당시 홍보 영상. 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이날 문체위에선 지난 5~6월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아동 그림전 '희망을 그리는 아이들'에 김 여사 홍보 영상이 과도하게 상영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회의장에 전시회에서 상영된 영상을 띄우면서 “전시장에서 무한 반복된 2분38초짜리 영상이다. 이 영상의 1분30초가 김건희 여사”라며 “미술전시회 홍보 영상인지, 김건희 여사 홍보 영상인지 알 수가 없을 만큼”이라고 했다. 민 의원은 전시회 당시 “명품 가방 수수 논란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전시장을 방문했다”고 부연했다.

이에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김 여사는) 우크라이나 전시를 국빈 방문했을 때 그쪽하고 약속이 됐기 때문에 참가한 걸로 안다”며 “전쟁의 폐허가 된 그림 전시를 약속한 것이기에 약속한 당사자이니까 당연히 그 영상을 편집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민 의원은 “미술 전시회 영상이면 미술 전시회 홍보를 해야 하는데 뜬금 없이 김 여사 홍보를 하니까 적절한 것이냐고 묻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개방 2주년 행사 기획 당시에는 예정되지 않은 전시회가 “끼워넣기”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