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선 긋던 홍명보의 변심…무엇이 마음을 흔들었을까
2027년까지 임기…외국인 수준 연봉·유럽 코치 최소 2명
[서울=뉴시스]안경남 기자 = 축구 국가대표팀 선임에 완강하게 선을 그었던 홍명보 K리그1 울산 HD 감독이 마음을 바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 탈락과 선수단 장악 실패 등을 이유로 물러난 뒤 홍 감독은 새 대표팀 감독 후보에 꾸준히 거론됐다.
대한축구협회가 외국인 사령탑을 우선순위로 정한 뒤에도 홍 감독은 후보군에 계속 이름을 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홍 감독은 대표팀 부임설에는 완강하게 거절의 뜻을 밝혀왔다.
2024시즌 프로축구 K리그1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언론에 (감독 후보로) 나와 힘들었다. 아는 것도 없었고, 어려웠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 가장 최근인 지난 5일에도 수원FC와의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로부터) 연락을 받진 않았다"며 "굳이 만날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만날 이유가 많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울산 팬들을 향해 잔류 의사를 확실히 표현했던 홍 감독은 5일 오후 11시 자택 앞에서 기다리던 이 이사와 만난 뒤 돌연 입장을 뒤집고 대표팀 감독직 제안을 수락했다.
불과 몇 시간 전 이 이사와 만날 계획이 없다던 그의 단호한 마음을 흔든 건 무엇일까.
홍 감독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이 이사는 8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홍 감독과의 최종 협상 과정에 관해 설명했다.
거스 포옛, 다비드 바그너 등 외국인 감독 후보와 면담하러 유럽으로 떠났던 이 이사는 5일 귀국해 홍 감독의 자택을 찾아갔다.
오후 11시가 넘어서 성사된 만남에서 이 이사는 홍 감독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진심 어린 설득에 나섰다.
이 이사는 "홍 감독님이 나를 만나주실까. 내가 만날 수 있을까, 이런 고민과 두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홍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내가 평가하고 결정한 부분을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또 "홍 감독님이 왜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해야 하는지 말씀드렸다. A대표팀뿐 아니라 연령별 대표와 연계성을 확보해서 대한축구협회 철학과 경기 모델을 확립한 걸 홍 감독님이 이끌어달라고 몇 차례 부탁드렸다"고 했다.
이 이사의 간곡한 설득과 함께 제시한 파격 조건도 홍 감독의 마음을 흔든 것으로 보인다.
축구협회는 홍 감독에게 2026년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을 넘어 2027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되는 아시안컵까지 임기를 보장하기로 했다.
이 이사는 "단기간 결과를 평가하기보다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의 연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의 전술을 지원해 줄 유럽 출신의 코치도 최대 2명까지 붙여주기로 약속했다.
이 이사는 "홍 감독님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이 유럽 코치들과 조화를 이루면 A대표팀 연령별 대표팀 간 연계성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봉도 외국인 지도자 수준을 제안할 방침이다.
홍 감독은 프로축구 K리그1에서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지만, 외국인 지도자와 비교하면 모자라는 게 사실이다.
이 이사는 "액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이제 한국 감독들도 외국 감독 못지않게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새 사령탑을 찾지 못해 흔들리는 위기의 한국 축구를 구하려는 사명감도 홍 감독의 마음을 흔든 것으로 보인다.
선수 시절에는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지도자로는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건 홍 감독은 한국 축구의 레전드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란 쓴맛을 봤지만, 이후에도 대한축구협회 전무 등 행정가로 한국 축구에 이바지했고, 울산 지휘봉을 잡고 현업으로 돌아와 K리그1 2연패를 이끌었다.
시즌 도중에 울산 팬들을 등지는 게 어려웠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대표팀 감독직을 더는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편 홍 감독은 울산 사령탑으로 고별전이 될지 모르는 10일 광주FC와의 K리그1 홈 경기를 앞두고 대표팀 사령탑을 수락한 배경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knan9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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