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만 문제?…기업대출도 '아슬아슬'

이경남 2024. 7. 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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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기업대출 8조 증가…가계대출보다 빨라
리스크 큰 소상공인 대출 비중 40% 달해
커지는 리스크…한계기업·소상공인 폐업도 증가

정부가 가계대출의 증가세를 두고 고민하는 사이 기업대출 역시 빠르게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오히려 가계대출보다 더 가파른 속도로 늘어나는 모습이다.

특히 기업대출 중 가장 리스크가 큰 소호대출이 전체 기업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대출도 관리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가속페달 밟는 기업대출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의 기업대출 잔액은 811조348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803조3231억원과 비교해 8조250억원(0.99%)이나 늘었다. 

같은기간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5723억원으로 전월 703조2308억원 대비 5조3415억원(0.75%)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대출의 증가세가 더욱 가파른 셈이다. 

대기업대출과 중소기업대출 모두 골고루 증가하며 기업대출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 기간동안 5대 시중은행의 대기업대출 잔액은 154조4665억원에서 158조8821억원으로 4조4166억원 늘었고 중소기업대출은 648조8566억원에서 652조4661억원으로 3조6095억원 늘었다. 

은행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다보니 기업들 역시 은행 대출을 통해 자금을 융통하고 있다"라며 "가계대출보다 건당 취급액이 많기 때문에 가계대출 증가세와 단순비교는 힘들지만 기업대출 역시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자 유예와 함께 리스크도 유예

은행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기업대출의 '질' 이 좋다고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들 은행의 대출 잔액을 항목별로 보면 부실화 가능성이 가장 낮은 대기업대출 잔액이 158조8821억원으로 19.58%에 불과했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40.8%) 등에 대한 대출이 80%에 육박한다는 얘기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국내 은행들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54%를 기록했다. 항목별로 보면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11%였지만 중소법인 연체율은 0.70%로 6배 이상 높았다. 개입사업자 대출의 연체율도 0.61%로 대기업 대출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은행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대출의 경우 코로나19 당시 시행됐던 이자유예와 만기연장 등의 조치가 이뤄진 영향에 이자를 제대로 갚지 못했더라도 정상여신으로 분류된 측면이 있어 중소법인에 비해 연체율이 낮다"라며 "추가 이자유예와 만기연장은 없지만 이미 이러한 혜택을 받은 차주들은 내년까지는 이러한 수혜가 이어지기 때문에 당장은 SOHO대출의 연체율이 낮게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실상은 현재 집계되는 수준보다 부실화 된 대출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리스크는 '점점' 커지는데

문제는 기업대출의 리스크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빚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는 차주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2023년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외부감사 대상 비금융 영리법인 3만2032곳 중 이자보상비율이 100% 아래인 기업 비중은 40.1%로 집계됐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아래라는 것은 한 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내기 힘들다는 의미다. 이른바 '한계기업'이다. 

올해에는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수출기업이 아닌 경우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다는 것이 중론이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충격이 장기화 하고 있어서다. 

한 은행 기업여신 담당자는 "기업대출을 업종별로 보면 수출기업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데, 반대로 말하면 수출기업이 아닌 내수 중심의 나머지 기업들은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라며 "특히 내수 중심 기업 중에서는 부동산과 건설업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것처럼 업황이 매우 좋지 않아 부실화 가능성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로 시선을 좁히면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의 폐업률은 9.5%를 기록했다. 창업한 10명중 한명은 사업을 접는다는 얘기다. 당연히 빚을 잘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기준 대출이자를 제대로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의 비중을 4.2%로 집계했다. 이는 지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의 경우 가계부채와도 관련이 깊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점이 깊다는 분석이다. 자영업자가 사업 운전자금이 부족해 개인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활용한 경우도 부지기수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시말해 자영업대출의 부실은 기업대출 뿐만 아니라 가계대출의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은행 한 관계자는 "개인 신용대출과 생활안정용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용도 파악이 쉽지 않다"라며 "자영업 운전자금에 들어간 가계대출도 상당할 것으로 보이지만 용도 파악이 쉽지 않아 정확한 통계를 내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당분간은 가계대출 증가세에 초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기업대출을 쉽사리 옥죄기 시작하면 오히려 연쇄적인 대출 부실화 등으로 인한 금융 시스템 리스크 확대와 경기 충격 등 더 큰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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