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이야 하겠지[편파적인 씨네리뷰]
■편파적인 한줄평 : 뻔한데 찜찜해서 그렇지.
재난물의 클리셰를 모두 몰아넣는다. 캐릭터, 갈등, 반전의 장치까지 너무 투명하게 공식만 따르는 터라 보지 않아도 뒷얘기까지 떠오른다. 그리고 그 예상은 틀리지 않는다. 96분간 찜찜한 캐릭터들이 스크린 안에서만 고군분투하는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감독 김태곤, 이하 ‘탈출’)다.
‘탈출’은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재난물이다. 고 이선균이 남긴 유작 중 하나로, ‘굿바이 싱글’ 김태곤 감독과 주지훈, 김희원, 김수안, 박주현, 박희본 등이 의기투합한다.
예측 가능한 재난물이다. 이것은 강점이자 약점이다. 재난물에 익숙치 않은 관객이라면 안정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계산 빠른 이라면 금방 김 샌다. 극 후반부에서 각자 기능해야하는 직군의 등장인물들이 적당히 배치되고, 재난이 하나씩 닥칠 때마다 ‘때마침 네가 거기 있었네’란 식으로 맞물려 해결된다. 상황 타개를 위해 사용되는 물건이나 장치 또한 티나게 등장한다. ‘어떻게 탈출하느냐’가 관건인 장르라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차별성을 두기 위해 생존자들을 위협하는 요소로 ‘군사용 실험견’이란 이색 소재를 결합했지만 이것이 관객에게 얼마나 무서운 존재로 와닿을지는 미지수다. CG효과가 가미된 ‘군사용 실험견’들이 몇몇 장면에선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터라 눈 앞에서 펼쳐지는 재난조차도 ‘가짜’처럼 비칠 수 있다. 작품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부분이다.
캐릭터들의 호감도도 높지 않다. 민폐급 캐릭터들의 갈등에 그 누구도 응원하기가 어렵다. 특히 주지훈이 연기한 렉카기사 ‘조박’ 캐릭터도 다소 붕 떠있다. 숨막히는 재난 속에서 한줄기 숨 쉴 구멍으로 배치된 인물이지만, 그의 농담이나 위트 타율이 높지 않아 어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끔은 재난 상황의 무게감을 더 가볍게 만드는 구실도 한다.
다만 무난한 전개에 비해 후반부와 엔딩은 여러 의미의 여운을 남긴다. 감독이 고심한 흔적이 느껴진다. 오는 12일 개봉.
■고구마지수 : 2.5개
■수면제지수 : 2개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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