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이던 아파트, 2년 만에…"그때 샀어야 했는데" 끙끙 [현장+]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청약 흥행 문제 없을 것"
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 강모씨는 2년 전 장위뉴타운 분양 아파트 단지에 당첨됐지만 계약을 포기했다. 당시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한 데다 '장위동에서 분양가가 너무 비싸다'는 얘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년 만에 장위뉴타운에서 신규 분양에 나선 단지는 분양가가 더 뛰었다. 2년 새 2억원가량 올랐다. 강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당첨됐을 때 무리했더라도 계약했어야 했다"며 "후회된다"고 토로했다.
2년 만에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의 아파트 분양 소식이 전해졌다. 대우건설이 짓는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다. 분양가(최고가)는 전용면적 84㎡ 기준 12억1000만원이다. 2022년 말 분양한 ‘장위자이레디언트’ 전용 84㎡ 분양가가 10억2300만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2년 만에 2억원이 뛰었다.
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6구역에 지어지는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 전용 84㎡ 분양가(최고가)는 11억원대 후반부터 12억원대로 정해졌다. 가장 낮은 가격은 전용 84㎡A로 11억8400만원이고, 가장 높은 가격은 전용 84㎡D로 12억1100만원이다. 발코니 확장비 등 부대 비용을 더하면 사실상 11억원대 분양가는 없는 셈이다.
4개 타입으로 나온 전용 59㎡도 모두 9억원대다. 전용 59㎡C가 9억3600만원으로 가장 낮고 전용 59㎡D가 9억6700만원으로 가장 높다. 전용 59㎡ 역시 부대 비용을 포함하면 10억원에 가까운 수준이다.
2년 전 장위뉴타운에서 분양한 '장위자이레디언트'와 비교하면 분양가가 약 1년 6개월 만에 2억원 오른 셈이다. 장위자이레디언트는 전용 84㎡가 9억3130만~10억2350만원에 책정됐었다. 전용 59㎡ 역시 7억5490만~7억9840만원으로 8억원이 넘지 않았다.
당시 장위자이레디언트는 전용 84㎡가 10억원이 넘어가면서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다. 당시 일반분양 1330가구 중 537가구가 무순위 청약으로 나와 정당 계약률이 59%에 그쳤다. 이후 두차례 무순위 청약에 나섰지만 마감에 실패했다. 선착순 분양까지 진행해 지난해 2월 ‘완판’에 성공했다.
분양가가 2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2억원이나 치솟았지만 분양 성적은 양호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먼저 분양가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5월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3869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35% 오른 수준이다.
분양가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모델하우스 등 분양 현장에서 만난 예비 청약자들은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하면 어쩌나'라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서울에서 분양하는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예비 청약자 A씨는 "분양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단 얘기는 워낙 많이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막상 현장에 와서 상담을 받아보니 걱정이 크다"며 "더 고민하다간 서울 청약에 도전을 못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분양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예정된 공급물량도 많지 않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 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2020년 서울에 공급된 물량은 4만6037가구였는데, 2021년엔 3만1708가구로 줄더니 2022년에는 2만4786가구로 2만가구대로 낮아졌다. 작년 역시 2만4696가구로 2022년과 비슷했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엔 1만2198가구가 공급됐고, 하반기엔 6110가구가 예정돼 작년보다 공급량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분양 물량이라도 원활하게 공급되면 그나마 공포감이 덜할 텐데 서울 특성상 대량으로 공급될 땅이 거의 없는 데다 하반기엔 강남 등 수요가 제한적인 지역에 분양이 쏠리면서 일부 지역엔 공급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장위동 일대 시세도 오르고 있다. 가장 최근 분양했던 장위자이레디언트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달 12억1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아 연초대비 가격이 오른 것은 물론 이번에 분양하는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 수준까지 올랐다.
구축도 같은 흐름이다. 장위동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 전용 84㎡는 지난달 26일 10억8000만원에 거래돼 지난 3월 기록한 9억300만원보다 1억7700만원 뛰었다. 바로 옆에 있는 ‘래미안포레카운티’ 전용 84㎡도 지난달 9억9000만원까지 상승, 지난 2월 거래된 8억9000만원보다 1억원이 뛰어 10억원 턱 밑까지 가격이 상승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2년 전과는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분양가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고, 예비 청약자들의 심리도 '집을 사는 게 낫겠다'는 쪽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서울 중상급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고 성북구가 비규제지역으로 풀리면서 실수요자와 투자수요가 함께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청약 흥행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 는 지하 3층~지상 33층, 15개동 총 1637가구 규모다. 이중 전용 59~84㎡ 718가구가 일반 분양으로 공급된다. 서울 지하철 1·6호선 환승역인 석계역 바로 앞에 들어서는 초역세권 단지다. 장위뉴타운에서도 대장 입지다. 단지 내 어린이집이 있고 반경 450m 거리에 선곡초, 광운초교가 있어 학군도 양호하다. 인근에 북서울꿈의숲, 중랑천, 우이천 산책로 등이 있고, 장위뉴타운 내에서 유일하게 단지 내 스카이라운지가 조성된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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