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포럼] 수소경제 진입 위한 청신호, 청록수소

2024. 7.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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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지역산업혁신부문장

2026년 본격 시행되는 유럽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의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 목표 달성도 발등의 불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지속가능기술연구소에서는 지난 5월 28일, 수소경제·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의 기술적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100여 개 기업들과 간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기업들은 수소 생산과 관련해 수전해 그린수소 기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시급성에서는 청록수소를 1순위로 꼽았다.

수소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진입을 가속화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로 꼽힌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적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와 수전해 기술을 연계한 그린수소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해 가장 이상적이지만, 수소경제 활성화를 주도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의 2021년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 따른 2050년 청정수소 공급계획에도 수입 수소 비율이 80%를 넘어선다. 그린수소와 블루수소 국산화 달성 목표인 20%마저 간단치 않아 보인다. 당장 시급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그린수소 인프라 구축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다양한 수소 생산 방식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청록수소가 매력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청록수소는 천연가스를 고온 반응기에 주입해 수소와 고체탄소로 분해하는 열분해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다. 전국적으로 구축된 천연가스 배관망을 활용한 조기 상용화가 가능해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수소경제 활성화를 앞당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청록수소는 신재생에너지와 탄소포집저장에서도 자유롭다. 수소 대비 탄소 비율에서 1 대 2.5 수준으로도 청정수소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진행 중이다. 다만 원료인 메탄 확보가 관건이지만, 유기 폐기물을 활용하는 방법이 제안되고 있다.

기업들은 또한 개발된 기술이나 설비의 현장적용을 위한 테스트베드 구축이 절실하다고 답했다. 대표적으로 그린반도체공정 테스트베드를 들 수 있다. 그린반도체공정은 친환경기술로 탄소배출이 현격히 감소된 반도체 제조공정을 말한다. 큰 틀에서 보면 반도체 산업이 배출하는 탄소의 80%는 전력 사용에서, 20%는 공정가스 처리 과정에서 나온다. 해당 업종에서 20%는 줄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문제는 반도체 생산 1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탄소배출 저감기술과 설비 대부분은 중소·중견기업이나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린반도체공정 테스트베드가 대안으로 거론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술·설비 개발 및 현장적용을 가속화하는 테스트베드 환경이 만들어지면 수년씩 걸리는 현장적용 시간을 수개월 내로 단축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정가스 처리, 오염물질 제거, 모니터링 등 그린반도체공정 기술 자체의 글로벌 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국에서 세계 최초 그린반도체공정 테스트베드 구축 국가로 도약하게 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오는 12일, 산업연합포럼·대한상의와 공동으로 '수소경제·탄소중립 대국민 포럼'을 연다. 1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술 수요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기업 관점에서 도출한 기획 아이템을 발표하기 위한 자리다. 청록수소, 테스트베드 외에도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E-fuel 의무사용, 고체수소, 지역소멸 대응 연료전지, 경제성 혁신 CCUS, 사용 후 배터리 금속회수 등의 민간 수요 기반의 기술 아이디어가 소개된다. 향후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기업, 정부, 지자체가 협력해 진행할 수 있는 기술개발 전략도 제안한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산·학·연·관 공동의 이니셔티브를 구축하고, 우리 기업들이 주체가 되어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김종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지역산업혁신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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