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배터리 보릿고개'에 투자 축소·연기…사업 계획 수정 불가피
[편집자주] 승승장구하던 K-배터리가 '장애물'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만나 고심이 깊다. 캐즘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우리 기업들은 국내외 생산·투자 속도 조절에 나섰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을 받기 위해 현지에 설립을 추진한 공장은 '노조 리스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위기 극복에 나선 K-배터리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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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중반까지 전기차 누적 생산량 40만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철회했다. 2035년까지 신차를 모두 전기차로 출시하겠다는 계획도 폐기했다. 올해 가동 예정이었던 디트로이트 전기차 공장은 2025년 운영으로 연기됐다.
폭스바겐그룹은 전기차 라인업 ID 시리즈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독일 공장 가동률을 낮췄다. 전기차 판매 부진과 신차 출시 지연으로 배터리 자회사 PowerCO의 기업공개(IPO)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전기차 판매 비중 확대 계획을 5년 연기하고 내연기관 모델을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글로벌 완성차들이 전기차 사업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한국 배터리사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스텔란티스와 추진 중인 합작법인(JV)에 납품될 장비 반입 시기가 미뤄지고 있다. 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캐즘 영향으로 예정했던 설비투자 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SK그룹이 대대적으로 사업을 개편하면서 SK온 투자 계획도 차질이 예상된다. SK온은 올 1분기까지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신규 투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SK온이 올해 계획한 설비투자는 7조5000억원에 달한다. SK온은 포드가 전기차 투자 계획을 연기하면서 포드와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의 켄터키 2공장 가동 계획을 2026년 이후로 연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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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미국은 중국산 저가 전기차와 배터리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을 내걸었다. 이 과정에서 국내 배터리 3사는 AMPC 덕을 톡톡히 봤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AMPC 혜택을 1889억원으로 산정했다. 잠정 영업이익은 1573억원으로, AMPC를 제외하면 사실상 31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삼성SDI는 467억원, SK온은 385억원을 각각 AMPC로 받았다.
국내 배터리 3사의 AMPC 의존도가 상당한 만큼 IRA 수정 시 우리 기업들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산업연구원의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한국 배터리 산업 리스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IRA가 한국 배터리 기업의 미국 시장 판매량을 최대 26% 증가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연은 미국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미국의 배터리산업 육성 정책이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국 내 배터리 수요가 둔화될 것이고, IRA에 지원이 약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여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캐즘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기업들도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섰다"며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발굴하는 우리 기업들의 지혜와 정부의 압도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유빈 기자 langsam4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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