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당권주자 난타전…한동훈 "구태정치" 나경원 "줄세우기" 원희룡 "화합못해"
여당인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이 당권 레이스 첫 합동연설회에서 난타전을 벌였다. 원희룡 후보는 한동훈 후보를 향해 "팀의 화합을 끌어내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한 후보는 "구태정치를 변화시키기 위해 나왔다"고 맞받았다. 나경원 후보는 "줄 세우고 줄서는 정치망령이 떠돈다"고 두 사람을 싸잡아 비판했다. 윤상현 후보는 "꼴찌의 기적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원 후보는 전날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아직 팀의 정체성을 익히지 못하고 팀의 화합을 끌어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당 대표를 맡겨서 실험하기엔 너무 위험하다"며 "당정이 갈라지면 정말 우리 다 죽는다"고 말했다. 한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 후보는 "지금 필요한 당 대표는 모든 것을 헤쳐온 오랜 경험과 대통령과의 소통으로 당정이 함께 민생을 살리는 능력"이라며 "그래야 지방선거 승리와 정권 재창출의 길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원 후보는 "저는 윤석열정부의 부족함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리고 함께 잘못을 고쳐나갈 방법을 알고 있다"며 "잘못된 것은 밤을 새워서라도 대통령과 토론하고 또 설득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는 "축제의 장이어야 할 전당대회에서 당 위기 극복과 전혀 무관한 인신공격과 비방으로 내부 총질하고 있다"며 "그렇게 당을 망가뜨리면서 이기면 뭐가 남느냐. 제가 인내하겠다"고 말했다. 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총선을 이끌던 지난 1월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읽씹'(읽고 답하지 않음) 했다는 논란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 한 후보는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읽씹 논란은) 오로지 저를 전당대회에서 막아보겠다는 그런 생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또 한 후보가 총선 당시 공천을 친인척과 상의했다는 원 후보의 의혹 제기에 대해 그는 "저는 공사 구분을 굉장히 중요시하며 살아왔다. 그런 일 없다"며 "냄새만 풍기는 것 이것 정말 구태다. 이런 구태정치를 변화시켜 새롭게 태어나게 하기 위해 제가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게 있으면 즉시 후보 사퇴하겠다. 거짓말이면 책임져야 하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나경원 후보는 원 후보와 한 후보를 모두 겨냥한 듯 "(대통령과) 사사건건 충돌하는 당 대표와 눈치 보고 끌려다니는 당 대표면 집구석이 온전하겠느냐"고 말했다. 나 후보는 "도와줄 땐 확실히 팍팍 밀어주고, 잘못하면 거침없이 쓴소리하겠다"며 "당의 무기력을 깨우고 보수의 자긍심을 확실히 바로 세우겠다"고 했다.
나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에도 줄 세우고 줄 서는 정치 망령이 떠돈다"며 "낡아빠진 파벌 정치, 끝장내겠다. 오직 국민과 당원에 줄 서는 정치로 국민의힘을 완전히 하나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 나 후보는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읽씹 논란은) 당연히 한 후보가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치란 건 공식회의에서만 합의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소통할 기회를 차단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비대위원장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윤상현 후보는 "꼴찌의 기적을 이뤄내겠다"며 "우리는 당 중앙을 폭파해야 한다. 이기심과 비겁함이 만연했던 당 중앙을 폭파시키겠다는 절절한 심정으로 창조적인 파괴, 전면적 대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윤심이 민심이 아니라 민심이 윤심되는 국민정당을 만들겠다"며 "정치를 복원시키는 국익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이 우리 당이 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여러분들에게 줄을 세우는 것은 썩은 기득권이다. 그것은 수도권을 병들게 하고 호남을 망치게 하는 절대 악"이라고 밝혔다.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광주=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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