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읽씹’ 논란에 잠식당한 與 전대… 장외 난타전 가열

김병관 2024. 7. 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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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 된 첫 합동연설회
김 여사 문자 5건 원문 공개돼
‘제가 자격 안 되는 사람이라 사달’
‘대통령과 제 문제로 불편… 사과’
당 네거티브 자제령에도 공방전
한동훈 “영부인과 당무 대화 안돼
답신했다면 국정농단이라 했을 것”
나경원 “예쁜 말 아냐… 내부 총질”
원희룡 “화합 못 이끌어” 韓 저격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가 한동훈 당대표 후보를 둘러싼 ‘김건희 여사 문자 묵살 논란’에 송두리째 잠식됐다. 당 지도부와 선거관리위원회가 8일 공멸을 우려하며 제동에 나섰지만, 난타전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이 8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나란히 앉아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나경원·한동훈·윤상현 대표 후보.    연합뉴스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보낸 문자 내용이 언론을 통해 추가 공개되며 진실 공방 양상도 계속되고 있다. 이날 TV조선이 ‘문자 원본’이라며 공개한 내용을 보면, 김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한 후보 간 갈등을 중재하려는 면모가 추가로 드러난다. 김 여사는 1월15일 “대통령과 제 특검 문제로 불편하셨던 것 같은데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다 제가 부족하고 끝없이 모자라 그런 것이니 한 번만 양해해 주세요”라고 했다. 당시 비대위원장이던 한 후보에 대한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 이후에는 “함께 지금껏 생사를 가르는 여정을 겪어온 동지였는데 아주 조금 결이 안 맞는다 하여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는 의심을 드린 것조차 부끄럽습니다”(1월23일), “조만간 두 분이서 식사라도 하시면서 오해를 푸셨으면 합니다”(1월25일)라고 했다. 모두 그간 알려진 문자에는 없던 내용들이다.

김 여사가 몸을 낮추는 대목도 새로 공개됐다. 김 여사는 1월15일 “모든 게 제 탓”이라며 “이런 자리에 어울리지도 자격도 안되는 사람이라 사달이 나는 것 같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1월19일에는 “제 불찰로 자꾸만 일이 커져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제가 사과를 해서 해결이 된다면 천 번 만 번 사과를 하고 싶다”고 했다. 김 여사는 다만 진정성 논란에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김 여사 문자 논란이 국민의힘 전당대회 판을 뒤덮은 가운데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첫 권역별 합동연설회에서 당권주자들은 가시 돋친 설전을 벌였다. 문자 ‘읽씹’(읽고 답하지 않는다는 뜻) 등으로 당 안팎의 협공을 받는 한 후보의 발언 수위가 가장 높았다.
국민의힘 나경원·한동훈(오른쪽) 대표 후보가 8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와) 사적인 통로를 통해 답을 주고받고, 그것이 오픈(공개)됐다면 야당에서 국정농단이라고 했을 것”이라며 읽씹은 타당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른 분들은 당대표 되면 영부인께서 당무 관련해 상의하면 답할 것인지 묻고 싶다. 나는 답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공했다.

한 후보는 또 원희룡 당대표 후보의 ‘친인척 공천 개입’ 의혹 제기에 “말하는 게 청담동 룸살롱, 첼리스트랑 똑같은 것 같다”며 “그런 게 있으면 즉시 후보 사퇴한다”고 했다. 한 후보는 “정치를 저분(상대 후보)들이 훨씬 오래 했다. 제가 네거티브를 마음먹고 하려고 들면 (소재가) 여러분 머릿속에 쭉 떠오르지 않느냐”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나경원 당대표 후보는 이에 “예쁜 말은 아닌 것 같다”며 “이런 다툼은 내부총질”이라고 꼬집었다. 나 후보는 또 “(김 여사와 가방 의혹에 대한) 소통의 기회를 차단했다는 자체만으로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며 한 후보의 사과를 촉구했다. 윤상현 당대표 후보도 한 후보가 사과하는 것으로 읽씹 논란을 끝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후보가 8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후보석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한 후보를 맹공해온 원 후보는 이날 “선관위가 강한 화합 태세로의 전환을 이야기해서 협조할 것”이라며 공세 모드를 껐다. 다만 원 후보는 연설에서 “아직 팀의 정체성을 익히지 못하고 팀의 화합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당대표를 맡겨서 실험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며 한 후보를 에둘러 공격했다.

높은 갈등 수위는 행사에 참석한 당원들 사이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연설회 시작 2시간 전부터 모여든 당원, 각 후보 지지자들은 각자 후보 이름을 연호하다 서로 옷을 잡아당기는 등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광주시당 대학생·청년 당원들이 지난 총선 비례대표 공천에서 호남 인사가 소외됐다고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자, 한 후보 지지자 수십명이 에워싸고 현수막을 뺏으려고 해 현장이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광주=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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