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말을 보여주다 [이재호의 할말하자]

이재호 기자 2024. 7.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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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Garbage in, garbage out.'

'GIGO'로 불리는 컴퓨터 용어. 잘못된 정보를 넣으면 잘못된 결과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의미로 한국의 '콩 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난다'와 비슷하다.

그렇게 '축구 철학-게임 플랜'이 중요하다고 했으면서 정작 외인 감독 최종 후보는 축구 철학과 게임 플랜을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면접을 보니 결과는 '외인 감독은 철학이 맞지 않는다, 홍명보 감독이 필요하다'는 답 밖에 나오지 않는 대한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과정에 딱 들어맞는 말이 아닐까.

ⓒ연합뉴스

"첫째는 감독의 전술적 역량입니다. 현재 대표팀 스쿼드에 맞는 게임 플랜을 짜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 2월21일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의 감독 선임 첫 번째 조건

"빌드업을 하는 미래로 가고 있다." - 7월8일 이임생 총괄이사의 기자회견 중

대한축구협회는 줄곧 새감독의 조건으로 한국과 맞는 축구 철학과 게임 플랜을 언급해왔다. 가장 첫 번째 조건으로 언급했을 정도다.

수많은 감독 선임과정은 차치하고 막판에는 홍명보 감독과 두명의 외인으로 최종 3인의 후보가 선정됐다. 외인 면접을 위해 유럽까지 이임생 이사가 갔는데 다른 조건은 맞았지만 결론은 '축구철학이 맞지 않는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럴 수밖에. 면접을 보기전 가장 기본이 돼야 했을 축구철학에 대한 검토없이 외인 후보들을 만났기에 그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쓰레기를 넣었으니 쓰레기만 나오는 법'이다.

이임생 이사는 8일 기자회견에서 고강도 압박을 강조하는 철학을 품은 한 외국인 후보를 언급하며 "중동 국가와 맞붙으면 상대가 움츠릴 때 빌드업으로 기회를 내야 하는데, 너무 수비 라인을 올리면 역습을 허용하지 않을까, 이런 부분을 잘 극복할까, 후반에 체력 문제는 없을까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또한 '수비적이고 롱볼 축구'를 하는 또 다른 후보에 대해 얘기하며 "한국 축구가 빌드업으로 가는 미래로 가고 있는 시점에 맞지 않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결국 가장 중요하다는 축구 철학과 게임 플랜을 고려하지 않고 최종 후보군을 선정해 면접을 봤다. 협회가 원하는 축구철학은 마침 홍명보 감독만 알맞았다.

ⓒ연합뉴스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어야할 것은 '최종후보 3인'을 뽑은 과정이다. 후보 선정부터 잘못된 것이다. 전력강화위원회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가장 먼저 한국축구가 원하는 축구철학에 맞는 감독들을 추려 그 안에서 장단점을 평가해 최적의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 한국 축구는 '빌드업-지배'하는 축구를 하겠다고 대한축구협회는 강조해왔다.

대체 지난 5개월간 무엇을 한 것일까. 후보군에 올릴 감독이 한국축구가 원하는 '빌드업-지배' 축구와 맞는지조차 검토하지 않았고 면접을 보니 '철학이 맞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오게 만든건 누구의 책임일까.

원하는 '축구철학-게임플랜'에 맞는 다수의 후보군을 설정한뒤 최고-최적이 누구인지 선택해야하는데 기본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어차피 감독은 홍명보'였을까. 철학에 맞지 않는 감독 둘을 후보에 올리고 홍명보 감독과 비교하니 당연히 홍명보를 선택한 이임생 이사였다.

냉정하게 홍명보 감독 역시 정말 '빌드업-지배' 축구에 맞는지도 의아하다. 이임생 이사는 "울산 HD가 K리그에서 기회창출, 빌드업 1위"라고 했지만 울산이라는 호화 멤버로 이런 기록을 낸 것이 과연 높이 평가 받을 일일까. 차라리 저예산 팀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면 인정받을만하지만 울산은 냉정히 'K리그의 레알 마드리드이자 맨체스터 시티'라 해도 과언이 아닌 전력이다.

울산 현대는 조현우, 주민규, 엄원상, 김영권 등 대부분이 국가대표 선수들로 구성된 초호화 멤버다. 이정도 초호화 멤버라면 어떤 축구를 해도 지표에서 상위권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임생 이사는 "9월 A매치까지 시간이 많지 않아 외인 감독이 선수를 파악하고 원하는 축구철학을 선수들이 받아들일 시간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해임한 이후 이렇게 5개월간 시간을 날린건 누구 때문이었을까. '시간이 촉박했다'는 논리는 자신들이 국내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만든 논리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말이 없다.

그렇게 철학-게임플랜이 중요하다고 외쳤으면서 가장 중요한 '감독 최종후보'에는 축구철학에 대한 검토가 없었음이 이임생 이사의 말을 통해 증명됐다. 이임생 이사는 최종후보를 만나보니 외인 두명은 기본적으로 축구철학이 맞지 않았다는 '면접의 기초'가 어긋난 말을 했다.

일을 할 때 기본이 되는 것조차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고 시간을 날리고 논란만 만드는 축구협회의 졸속행정을 대체 누가 납득할 수 있을까.

ⓒ연합뉴스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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