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안 한다더니' 홍명보 감독 '10시간 만에' 맘 바꾼 기막힌 조건들... 액수 몰라 '역대급 연봉'+SON·KIM 초호화 선수층

박재호 기자 2024. 7. 9.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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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박재호 기자]
홍명보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홍명보 신임 감독 내정 관련 브리핑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대표팀 감독은 절대 안 한다던 홍명보(55) 감독. 역대 최강이라 평가받는 선수층, 섭섭지 않은 연봉, 임기 보장, 명예회복 기회까지. 떨쳐낼 수 없는 기막힌 조건들이 그의 도전 의지를 움직였을까.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한국 축구 A대표팀 차기 감독으로 홍명보 감독이 내정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어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오늘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홍명보 감독 내정 브리핑을 통해 "지난 5일 K리그 경기를 하고 돌아오는 홍명보 감독을 밤 11시에 그의 집에서 만났다. 홍명보 감독에게 A대표팀을 맡아줄 것으로 몇 차례나 부탁했고 다음 날 토요일 오전 9시에 대표팀을 맡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대표팀 제안을 받고 수락하기까지 단 10시간이 걸린 셈이다.

최종 외국인 감독 후보 2명이 있었지만 이들보다 홍명보 감독을 뽑은 이유로 "9월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까지 외국인 감독이 선수를 파악하는 데 시간상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이들이 홍명보 감독보다 더 큰 성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철학을 한국 대표팀에 제대로 입히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홍명보 감독(가운데)이 울산 HD 코칭스태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홍명보 감독은 지난달 30일 포항 스틸러스와 K리그1 2024 20라운드 경기 직전 "내 입장은 같으니 팬들께서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며 대표팀 감독 부임설에 선을 그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축구협회에서 나보다 더 좋은 경험과 경력, 성과를 가진 분을 데려오면 자연스레 내 이름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라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닷새가 지난 5일 밤 이임생 이사를 만나 대표팀을 맡기로 돌연 마음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 홍명보 감독이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신 이임생 이사가 홍명보 감독과 최종 협상 과정 전말을 얘기했다.

이임생 이사에 따르면 그는 유럽에서 거스 포옛, 다비드 바그너 감독 외국인 감독 2명과 면담을 마치고 5일 귀국했다. 귀국하자마자 이날 밤 11시 홍명보 감독의 집을 찾아가 '심야 회담'을 진행했다. 이때 홍명보 감독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 여러 조건은 무엇이었을까?

먼저 '임기 보장'이다. 홍명보 감독은 2026년 6월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이 끝나도 감독직을 이어간다. 2027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맡기 때문이다. 이임생 이사는 "단기간 결과에 대해 평가하는 것보다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 연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전술을 보완을 위해 최소 유럽 코치 2명을 영입하자고 제안했고 이를 홍명보 감독도 받아들였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 /사진=김진경 대기자
두 번째는 외국인 감독 수준으로 크게 올린 '연봉'이다. 이임생 이사는 "외국인 감독과 한국 감독의 연봉 차이가 있는데 이 부분도 당당하게 (협회에) 요구했다. 액수를 밝힐 수 없으나 이제 한국 감독들도 외국 감독 못지않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표면적 조건 외에 홍명보 감독은 '명예회복'을 노린 것을 보인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이끈 홍명보 감독은 2년 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감독을 맡아 1무2패로 조별리그 탈락해 큰 비난을 받았다. 월드컵이 열리기 불과 1년 전 소방수로 투입돼 자기 팀을 꾸릴만한 충분한 시간이 없던 점도 실패 요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임기 보장뿐 아니라 성공을 위한 가장 큰 조건인 선수층도 역대 최강이란 평이다. 대표팀 주장으로 손흥민(토트넘)이 건재하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튼), 이재성(마인츠) 등 유럽파 공격수와 철벽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있다. 국내파 감독 선임 비난 여론을 딛고서라도 감독으로서 욕심 날 만한 조건을 갖춘 셈이다.

홍명보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편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가게 되자 울산 팬들은 "K리그 감독 돌려막기는 한국 축구팬들을 무시한 선택"이라며 단단히 뿔이 났다.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8일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이후 한국 축구가 나아갈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납득 가능한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차기 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것을 대한축구협회에 요구해 왔다"며 "그것이 한국 축구가 당면한 위기 속에서 협회에 만연한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축구 팬들의 요구임을 대변하기 위함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이러한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그 어떤 해결 방법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표류하다 결국 다시 K리그 감독 돌려막기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처용전사는 "축구협회의 결정은 이러한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염원을 무시한 선택이며, 우리는 축구 팬들에게 다시금 큰 상처를 입힌 이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축구협회의 이러한 비극적인 선택의 결말은 실패할 것임이 자명한 사실이며, 역설적인 결과를 거둔다고 해도 그것은 협회의 공이 아닌 울산을 포함한 K리그 팬들의 일방적인 희생의 대가로 만들어 낸 결과임을 잊지 않길 바라는 바이다"고 강조했다.

홍명보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박재호 기자 pjhwak@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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