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점 재검토' 빼고 다 내줬다…이제 의료계 응답할 때

박영주 기자 2024. 7. 9. 05: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의대 선발규모 조정 등 양보안에다
행정처분 철회·특례까지 제시했으나
꿈쩍않는 전공의들 움직일지 미지수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9일 정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날(8일) 전공의 복귀 대책을 발표하며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사진은 지난 3월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중인 의사들의 모습. 2024.03.08.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주 구무서 정유선 기자 = 정부가 '의사 불패'라는 불명예를 감수하고 다시 한번 전공의들에게 유화책을 제시했으나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와 관련해선 대체로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정부가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제외한 대부분을 양보한 만큼 이제는 전공의들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정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날(8일) 전공의 복귀 대책을 발표하며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나중에 의료공백이 완화되면 행정처분을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 같은데 향후에도 모든 전공의에 대해 행정처분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행정처분의 '중단'이 아닌 '철회'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전공의가 사직 후 1년 이내 동일 연차와 전공으로 복귀할 수 없는 수련 규정도 완화하겠다고 했다. 특례를 둬 올해 9월 수련에 재응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조 장관은 전공의들간 형평성 논란이 있다는 지적에 환자단체의 호소, 전공의들이 그간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해온 점, 수련생 신분인 점 등을 고려해 "비판을 각오하고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월 2025학년도 입시부터 5년간 의대 정원을 매년 2000명씩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불거진 의료계와의 갈등 국면에서 한발씩 물러났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세우면서도 의료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전공의도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자 조금씩 양보하는 모양새였다.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의 경우 당초 2000명이었던 규모가 1509명으로 500명 가까이 줄었다. 의대생들이 동맹 휴학에 나서며 수업을 거부하자 선발 규모를 입학 정원의 50~100% 범위 안에서 자율조정하게 해달라는 국립대 요구를 교육부가 받아들인 결과였다.

2026학년도 의대 증원에 대해서도 재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5월 "의료계가 합리적이고 과학적이고 통일된 안을 가져오면 정원에 얽매이지 않고 논의할 수 있다고 약속드렸다"고 밝힌 바 있다.

전공의들 대응에 있어서도 정부는 복귀시한을 미뤄왔다. 지난달 4일엔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을 철회했고 복귀하는 전공의에게는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중단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수련기간 조정, 전문의 시험 추가 검토 등의 방안도 거론됐다.

여기에 전날 추가 유화책까지 발표하며 전공의 설득에 나선 것인데, 의정갈등 5개월간 정부의 대화 손짓에 냉담했던 전공의들이 태도 변화를 보일지는 알 수 없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07.08. dahora83@newsis.com


현재 의정갈등의 핵심 당사자인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공식적인 논의 테이블에 좀처럼 참여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범의료계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가 지난달 20일 꾸려졌지만 대전협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불참한 채로 운영되고 있다. 박단 대전협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참고인으로 출석을 요청받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료대란' 청문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은 지난 2월 성명을 내고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 ▲의사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부당한 명령 전면 절회 및 사과 ▲업무개시명령 폐지 등 7대 요구사항에 정부가 응하지 않으면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들의 요구가 대체로 관련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는 게 정부 측 시각이지만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를 두고선 정부와 전공의간 입장차가 팽팽하다.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들의 행정처분을 중단하고 9월 수련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만큼 이제는 전공의들이 '복귀'와 '사직' 사이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의료계를 중심으로 전공의들이 돌아올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고 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미복귀에 따라 커리어 관리가 안 되는 등 불이익은 대부분 전공의 본인들에게 있다"면서도 전공의들 복귀 여부에 대해선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동료들에게 욕을 먹으면서 복귀하는 것은 큰 이익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며 전공의들의 복귀가 '빅5'병원이나 인기과에 한정될 것이라 전망했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의료위원장은 전공의 복귀 가능성을 낮게 보며 "형평성 문제만 더 불거질 것이며 향후 의사 증원 등 이권 관련 부분에 있어 의사들의 허락을 다 받아야하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ogogirl@newsis.com, nowest@newsis.com, rami@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