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만 보던 계열사, 경쟁사 사로잡으며 ‘매출 100조’

이영관 기자 2024. 7. 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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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적의 50년, 현대차의 기적]
[5·끝] 경쟁력 커진 4대 계열사

다음 달 현대차·기아의 R&D(연구·개발) 역사가 50년을 맞는다. 반세기 만에 현대차그룹은 선진국의 자동차 기업들을 쫓아 지난해 2년 연속 글로벌 ‘톱3′ 자동차 기업에 오를 수 있었다. 이 축적의 50년은 자동차 산업이 우리 수출의 핵심 버팀목이자 국가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 잡는 데 기여했다. 본지는 기술력과 브랜드 전략, 디자인 업그레이드와 기업 문화 대전환 등 현대차그룹이 이룬 50년 경쟁력의 원천을 현장을 통해 살펴봤다. 마지막으로 현대차·기아가 키워낸 또 다른 경쟁력인 핵심 계열사들의 변화에 대해 살펴본다.

배터리시스템 등 전기차 핵심 부품을 만드는 현대모비스, 엔진 주요 부품 등을 생산하는 현대위아, 자동차 시트와 변속기가 주력인 현대트랜시스, 완성차를 실어 전 세계로 운반하는 물류 기업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의 4대 핵심 계열사다. 이 4사의 매출이 지난해 처음으로 연 100조원을 돌파했다. 2020년 이후 3년 만에 1.6배로 급성장 중이다. 현대차·기아(작년 매출 262조원) 못잖게 일자리를 창출하며 한국 경제 발전에도 함께 기여한 셈이다.

그래픽=양인성

몸집만 커진 게 아니다. 이들은 현대차·기아만을 바라봤지만 이제 현대모비스는 독일 폴크스바겐을, 현대트랜시스는 미국 스텔란티스를, 글로비스는 세계적 유명 전기차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그룹의 모든 자원을 ‘자동차’에 집중하는 ‘수직계열화’에서 ‘각자도생’ 전략으로 신사업을 발굴한 결과다.

◇컨테이너 만들던 회사, 작년 해외 수주만 12조

지난달 20일 울산 현대모비스의 ‘배터리 시스템(BSA)’ 생산 공장 2층에 들어서자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축구장 4개쯤 되는 약 8000평 공간에 약 60명만이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품 조립 대부분을 로봇이 맡는다. 이날 언론에 처음 공개된 이 공장에서 만드는 BSA는 배터리 온도와 출력 등을 제어해 전기차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 부품이다.

이 회사는 1977년 현대정공이란 이름으로 설립될 때만 해도 컨테이너를 주로 만들던 회사였다. 2000년 전후에도 단순 차 부품 조립만 했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기술개발에 매진해 지금은 자체 기술로 만든 배터리 시스템을 독일 폴크스바겐이 수조원에 사갈 정도가 됐다. 해외 기업에서 따낸 부품 계약이 작년 역대 최고인 92억2000만달러(약 12조7000억원)였다.

현대글로비스도 2001년 ‘한국로지텍’으로 시작할 때 현대차·기아 제품만 주로 실어 날랐다. 지금은 현대차·기아가 아닌 기업의 자동차 운송 매출이 절반 가까이 된다. 현대트랜시스는 스텔란티스그룹에 2022년 7000억원 규모 변속기 계약을 따냈고, 지난 6월엔 사우디아라비아 전기차 업체 시어와 3조원 규모 ‘일체형 전기차 구동 시스템’ 공급을 수주했다. 현대위아도 지난해 해외 수주 1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유럽과 북미 완성차 업체로부터 등속 조인트(엔진의 힘을 바퀴로 전달하는 장치) 공급 계약을 따낸 것이다.

◇”해외에서 자기 자리 직접 찾아라”

계열사들이 해외 수주를 늘리고 체질을 개선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숫자가 30~40%가량 적어, 부품 계열사들은 현대차·기아만 바라보고 있다가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

그런 까닭에 내연차 엔진 모듈이 주력 사업이었던 현대위아는 지금 전기차 부품 관련 열관리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도 자동차 물류를 넘어,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향후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 배터리를 운반하고 재활용까지 맡겠다는 것이다. 한 계열사 임원은 “계열사라고 해서 현대차·기아에서 나오는 일감을 이제 그냥 나눠주지 않는다”면서 “해외 시장에서 자기 자리를 스스로 찾겠다’는 정신으로 악착같이 노력하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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