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분양시장 20여만가구 쏟아진다…작년 연간 물량보다 많아
올해 하반기 아파트 분양 물량 20여만가구가 풀린다. 지난해 연간 공급물량을 웃도는 수준이다. 최근 대출규제 완화 등으로 시장 수요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건설사들이 미뤘던 분양 시기를 서둘러 잡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악성 미분양 주택도 10개월째 늘어나는 등 기존 공급물량도 제대로 소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 양극화가 한층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생긴다. 분양 물량이 늘어나더라도 특정 지역·단지에만 수요가 쏠리고, 나머지는 모두 외면받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8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아파트 분양물량(예정)을 조사한 결과, 올해 하반기 전국 222개 단지에서 19만3829가구 공급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전체 분양 가구 수 18만6565가구보다 4%가량 많은 물량이다.
하반기 분양이 가장 많은 시기는 이번 달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641가구) 등 모두 2만8323가구 공급 예정이다. 이어 8월 2만684가구, 9월 1만9723가구 순으로 물량이 많다. 최근 분양가 상승과 공급축소 등 우려로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건설사들이 미뤘던 분양 일정을 앞다퉈 잡는 모양새다. 다만 여전히 구체적인 분양 시기를 잡지 못한 물량도 8만9736가구나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실제 분양이 집중되는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
지역별 공급 물량은 수도권 10만8675가구, 지방 8만5154가구다. 하반기 분양 예정 아파트 중 절반이 넘는 물량이 경기도(6만2703가구)에 집중됐다. 다음은 △서울 2만7583가구 △인천 1만8389가구 순으로 수도권 분양 물량이 많다.
그러나 긍정적인 기대가 섞인 분양 전망과 함께 미분양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올해 미분양물량 전망지수는 1월 115.7로 시작한 뒤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110.3으로 여전히 기준선(100)을 웃돌았다. 분양시장 심리는 올해 초와 비교해 개선된 측면이 있지만, 분양가 상승압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장 양극화와 쏠림현상으로 미분양에 대한 우려도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로 미분양 물량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는 벌써 10개월째 증가, 전국적으로 1만3000가구를 넘어섰다. 올해 5월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는 1만3230가구로 직전 달(1만2968가구)보다는 2.0%(262가구), 1년 전과 비교하면 20% 가까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체 미분양 주택 수도 7만2129가구로, 전월 7만1997가구 대비 0.2% 늘었다. 이 역시 6개월 연속 증가세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1만4761가구로 전월 대비 0.7% 늘었고, 지방 미분양 주택은 5만7368가구로 전월 대비 26가구 많아졌다. 정부가 올해 3월에 악성 미분양 주택을 매입 임대하는 미분양 CR(기업구조조정)리츠 제도를 10년 만에 재도입한다고 했지만, 시장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하반기 분양시장은 청약자가 쏠리는 지역과 아닌 곳으로 '옥석가리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지방은 수요층이 한정적인 상태에서 기존 미분양 물량, 신규 분양 등이 늘어나면서 특정 지역·단지 쏠림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일부 지역은 전세 불안과 공급부족 같은 우려로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높을 것"이라며 "다만 분양가 상승압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단지별 가격 경쟁력이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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