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휴가는 먼 나라 이야기… 가게 닫고 아이 키울 수 있나요”

주애진 기자 2024. 7. 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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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등 저출산 대책 사각지대
고용보험 기반의 출산 지원 대책… 자영업자-특수고용직 등은 소외
유럽, 건강보험-가족기금서 지급… 자영업자-구직자-학생 등도 지원
스웨덴은 별도로 ‘부모보험’ 운영… 정부 “연내 개선방안 마련하겠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육아휴직 급여 월 최대 250만 원 및 2주 단기 육아휴직 도입.’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은 직장인 부모 지원을 늘려 일·가정 양립을 보다 활성화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두고 내년 0.65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합계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자영업자 등 육아지원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아이 돌봄권’ 소외된 자영업자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5월 기준으로 국내 자영업자는 568만1000명에 달한다. 국내 취업자(2891만5000명)의 19.6%나 되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한 돌봄 지원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정부가 확대 중인 육아휴직 및 출산휴가 지원 역시 근로자가 대상이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일을 잠시 쉬거나 줄이며 소득 지원을 받는 건 대다수 자영업자에게 ‘딴 나라 이야기’인 셈이다.

자영업자가 육아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건 관련 제도가 고용보험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육아휴직 급여, 출산휴가 급여는 고용보험기금에서 지급되기 때문에 보험료를 낸 고용보험 가입자만 받을 수 있다. 현재 일부 업종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와 예술인은 고용보험 당연가입 대상이지만 이들에게는 출산급여만 지원된다. 2019년부터 정부는 고용보험 미가입 상태인 1인 자영업자에게 세금으로 최소한의 출산휴가 급여를 주고 있지만 이 역시 한계가 분명하다.

일부에선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모든 부모에게 아이 돌볼 시간과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올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도 앞다퉈 육아휴직·출산휴가 적용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4월 초 부산 유세에서 “자영업자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아이 가진 부모 누구에게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보장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후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 선진국, 자영업자도 육아휴직 급여 받아

주요 선진국은 한국보다 폭넓은 육아지원제도를 운영 중이다. 2022년 육아정책연구소가 펴낸 ‘평등한 돌봄권 보장을 위한 자녀 돌봄 시간 정책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는 건강보험을 통해 근로자와 자영업자에게 모두 한국의 출산휴가와 비슷한 모성휴가 급여를 준다. 육아휴직 급여도 가족수당기금을 통해 주기 때문에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근로자와 자영업자, 실업자 모두 받을 수 있다.

독일에선 육아휴직과 비슷한 ‘부모시간’ 제도를 이용할 때 일반 세금으로 조성한 가족기금에서 수당을 지급한다. 부모시간 제도는 출산 전 근로 여부와 관계없이 전업주부나 실업자에게도 지원된다. 모성휴가 급여는 건강보험을 통해 지급하기 때문에 자영업자와 실업자도 받을 수 있다. 스웨덴은 ‘부모보험’이란 별도의 사회보험을 통해 육아휴직과 출산휴가 급여 등의 재원을 충당하고 있다. 덕분에 근로자뿐 아니라 자영업자, 구직자, 학생도 육아휴직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저고위도 지난달 대책 발표 당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자영업자, 특고 등 고용보험 미적용자 대상 육아휴직 급여 지원 방안 등을 검토하고 연내에 사각지대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정부 관계자는 “자영업자와 특고의 경우 휴직 개념이 모호하고 소득 증빙이 어렵다는 점 등 해결해야 할 쟁점이 많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자영업자, 특고, 프리랜서, 시간제 등 다양한 고용형태를 포괄하는 방향으로 일·가정 양립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갈수록 고용형태가 더 다양해질 것이기 때문에 고용보험 기반의 현 제도를 전반적으로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스웨덴처럼 별도로 사회보험을 만들어 전체 지원 제도를 포괄하는 방식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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