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마르 주한 인도대사 “韓-인도, 어떤 분야든 고속 동반성장…상상력 제한 말길”
“첨단 제조업 강자 한국과 세계 최대 인구대국 인도가 힘을 합치면 어떤 분야에서든 고속 동반 성장이 가능합니다.”
아미트 쿠마르 주한 인도대사(53)가 3일 서울 용산구 주한인도대사관에서 가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반도체, 전자기기, 방위산업, 자동차, 신재생에너지, 조선, 소형 모듈원자로(SMR) 등에서 한국과 더 많이 협력하고 싶다”며 탄탄한 내수 시장과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닌 인도 경제를 한국 또한 적극 활용하라고 주문했다.
2022년 9월부터 재임 중인 그는 “한국 일각에서 인도를 각종 규제 등으로 사업하기 어려운 나라로 여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현재의 인도는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인도가 올해 세계 3위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국일 정도로 해외 자본에 문호를 활짝 개방했다며 더 많은 한국 기업의 투자를 당부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9일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집권 3기 출범 한 달을 계기로 이뤄졌다. 친(親)기업 성향으로 유명한 모디 총리는 제조업 육성정책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를 펴고 있다. ‘한강의 기적’에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2014년 집권 이래 10년간 토지 매입 절차 및 조세 체계 간소화, 도로 통신 등 인프라 구축 등에 매진한 결과 연간 7, 8%대 높은 경제성장률과 FDI 급증으로 이어졌다.
쿠마르 대사는 “오늘날 인도가 10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며 “양국 협력 가능성을 원점에서 새롭게 생각하면 좋겠다. 어떤 분야를 골라도 동반 성장할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니 상상력을 제한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도와 한국은 2015년부터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Special Strategic Partnership)’를 맺고 있다. 어떤 의미이고 왜 중요한가?
“양국은 정치, 전략, 국방 분야에 대한 협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경제와 통상 관계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양국 교역규모는 244억 달러로 현재도 적지 않은 규모지만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본다. 올해 양국은 미국과 3자 기술대화를 시작했다.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국가들이 기술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 외 고등교육, 문화, 미디어, 관광 분야에서 연계 또한 모색하고 있다. 한국과 인도의 파트너십은 매우 광범위하다.”
―지난해 양국은 수교 50주년을 맞이했다.
“모디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총 두차례 만나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를 주문했다. 이 연장선에서 올 3월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외교장관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함께 ‘제10차 한-인도 외교장관 공동위’를 주재했다. 방산, 통상, 기술, 안보 등 양국의 방대한 협력 분야를 아우른 중요한 회의였다. 한국과 인도는 G20에 속한 글로벌 리더국가로서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에서 함께 노력할 접점 또한 많다.”
―‘메이크 인 인디아’는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가?
“인도는 제조업 육성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산업 규모 자체를 키우는 동시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밸류업하는 것이 목표다. 인도의 고숙련 인재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의 핵심은 대규모 정부 지원금이다. 인도 정부는 16개 제조업 분야에 총 500억 달러(약 69조 원)를 지원할 계획이다. 결실도 보고 있다. 제너럴 일렉트릭은 F414 전투기를 인도에서 생산하기로 했고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국 마이크론과 대만 PSMC가 인도 공장 설립을 발표했다.”
―한국에서는 현대차의 인도 증시 상장 소식도 화제다.
“현대차가 기업공개(IPO) 절차를 시작했다는 소식은 인도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현대차는 내수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인도를 수출기지로 적극 활용해 2020년 누적 300만 대 수출을 달성했다. 이번 상장은 인도 내수시장에 대한 자신감과 인도를 발판 삼아 세계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사례라고 생각해 매우 기쁘다. 최근 인도에 전기차와 수소차 인프라 투자를 발표한 현대차가 앞으로 더 좋은 결실을 낼 것 같아 기대된다.”
―어떤 한국 기업이 인도에 진출하기를 바라는가?
“반도체, 전자기기, 방위산업, 자동차, 신재생에너지, 조선, 소형 모듈원자로(SMR) 등에서 한국과 더 많이 협력하고 싶다. 물류와 금융 분야도 주목할 법하다. 중소기업도 인도에 진출해 사업을 키울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와 함께 인도에 진출한 협력업체들은 이제 해외 기업에도 장비와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런 기회는 인도 시장에만 있다. 첨단 제조업 강자 한국과 세계 최대 인구대국 인도가 힘을 합치면 어떤 분야에서든 고속 동반 성장이 가능하다.”
―많은 기업이 인도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도 경제의 강점으로 성장 잠재력, 정치체제 안정성, 튼튼한 내수시장, 수출기지로서 역할 네 가지를 꼽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경쟁을 거치며 글로벌 공급망을 다각화하려는 기업들이 인도를 새로운 생산기지로 삼고 있다.”
―인도의 토지, 조세, 고용 제도 문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는데….
“한국 일각에서 인도를 각종 규제 등으로 사업하기 어려운 나라로 여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현재의 인도는 완전히 다르다. 인도는 해외 자본에 문호를 활짝 개방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토지 매입 절차 및 조세 체계 간소화, 도로 통신 등 인프라 구축 등에 매진했다. 그 결과 인도는 올해 세계 3위 FDI 유치국으로 올라섰다. 2014~2023년 누적 FDI 순유입액은 4625억 달러(약 640조 원)에 달한다. 앞으로 2년간 연간 7, 8%대 높은 경제성장을 이어가리란 전망도 유력하다. 빠르고 포용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개혁의 연속성을 기대해도 좋다.”
―최근 각국 정재계에 인도계 인사가 포진한 점도 눈길이 간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리시 수낵 전 영국 총리 등이 대표적인데.
“다문화 다종교 다인종 환경에 자연스럽게 노출된 인도인들은 글로벌한 조직을 이끄는 데 적합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공용어만 22개인 인도 특유의 ‘다양성’은 인도만의 저력이다. 인도에는 “어느 방향으로 100km만 가도 식탁에 오르는 음식이 바뀐다”는 속담이 있다. 인도인에게 다양성은 공기처럼 너무나 당연한 존재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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