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내빈 경제… 수출 호황에도 내수는 침체, 소상공인 줄폐업
작년 폐업한 개인사업자 91만명… 코로나 유행 첫해보다 8만명 많아
전문가 “자영업자 퇴로 열어줘야”
지난해 9월 카페를 차렸던 A 씨(26)는 1년도 못 채운 이달 말 가게를 넘기기로 했다. 한때 450만 원까지 찍었던 한 달 매출이 점점 꺾이기 시작하더니 지난달에는 반 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A 씨는 “재료값이 올라도 가격은 올리지 않고 버텼지만 적자가 나는 달이 늘어나 카페를 접기로 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주변에 가게를 내놔도 들어온다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양도받는 사람이 나와 그나마 빨리 정리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내수 침체가 길어지며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반도체 등 대기업 수출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서민경제로의 ‘낙수 효과’가 미약해 체감 경기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정부는 내수 침체의 직격탄을 맞는 소상공인을 위한 종합대책을 최근 내놨지만 줄폐업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수출은 호황인데, 내수는 침체 장기화
내수 침체가 이어지는 것은 고금리, 고물가 장기화로 인해 체감 경기가 잔뜩 움츠러들었기 때문이다. 5월 상품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3.1% 쪼그라들었다. 대부분의 품목에서 감소 폭이 확대되면서 전월(―2.2%)보다도 감소 폭이 커졌다. 가계가 지갑을 닫으면서 소매판매는 최근 2년간 4개월을 빼고 매달 내리막을 걷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같은 중국 저가 이커머스의 인기로 운수 및 창고업 등 관련 업계는 호황을 보이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에게는 남 얘기일 뿐이다. 생활 밀접 업종인 도소매업(―1.4%), 숙박·음식점업(―0.9%) 등에선 서비스생산이 줄줄이 급감하고 있다. KDI는 “수출과 내수의 경기 격차가 기업 심리에도 반영돼 수출기업의 업황 전망은 점차 밝아지는 한편으로 내수기업의 전망은 낮은 수준에서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 “자영업자에게 퇴로 마련해줘야”
정부는 최근 내놓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수출 회복 등 대외 경기의 온기가 민생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내수 활성화에 총력을 다한다고 밝혔다. 소상공인들에게 각종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채무를 조정해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한다는 게 핵심이었다. 하지만 영세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 씨는 “폐업 지원을 확대한다고 했지만 가게를 철거할 때만 받을 수 있다. 나는 가게를 양도하지만 동종 업계가 아니라 사실상 철거인데도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어 막막하다”고 했다.
소상공인의 채무 조정을 위한 새출발기금 역시 30조 원에서 10조 원 더 늘린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채무조정이 3조 원가량만 이뤄지는 등 실적은 저조한 편이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41)는 “소상공인 대환대출 대상을 확대한다고 해도 저신용자가 많은 자영업자들의 특성상 은행에서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한다”며 “나를 비롯한 주변 상인들 모두 대환대출을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가 경제 성장률만큼 충분히 따라와 주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내수를 살리려면 자영업자들이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퇴로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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