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머 英총리 이·팔 수장과 연쇄통화…가자 휴전·두국가 해법 촉구
압바스에는 "팔 국가 인정 평화에 기여"…노동당 중도로 이끈탓에 정책 모호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키어 스타머 영국 신임 총리가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수장과 연쇄 통화하고 가자지구의 휴전과 두 국가 해법을 촉구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이날 오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차례로 통화를 가졌다.
스타머 총리는 먼저 네탸나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위협을 억제하고자 양국 간 중요한 협력을 지속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자지구에서 9개월째 지속되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 "명백하고 긴급한 휴전이 필요하다"며 "하마스 피랍 인질을 송환하고 가자지구 민간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재정적 수단을 확보하는 등 두 국가 해법을 위한 장기적인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무력 충돌이 전면전 수준으로 치닫는 것과 관련해선 "매우 우려스럽다"며 양측의 신중한 행동을 촉구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후 아바스 수반과의 통화에서 팔레스타인의 국제법상 지위를 재확인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이 평화 프로세스에 기여한다는 (자신의) 정책은 변함없다"며 "이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부인할 수 없는 권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 전쟁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이 "엄청난 인명손실을 입었고,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 유감을 표했다.
이날 통화는 전날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이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에 대해 보다 균형 잡힌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말한 뒤 이뤄졌다. '하마스 섬멸 없인 종전은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고 팔레스타인의 국가성을 인정하는 두 국가 해법을 거론한 건 이전 보수당 정권보다 팔레스타인에 좀 더 우호적인 입장이다.
그럼에도 2020년 노동당 대표 취임 이래 당을 중도로 이끌어 온 스타머 총리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선 다소 불분명하다고 이날 FT는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을 계속 허가하는 것이 합법적인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자금 지원을 재개할지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할 경우 이를 집행할 것인지에 대한 스타머 내각의 입장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지난 5월 래미 장관은 ICC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실제로 발부하면 영국이 이를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스타머 총리는 ICC 결정이 내려지면 결정하겠다며 좀더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게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지난 4일 치러진 총선에서 노동당은 과반 압승을 거뒀지만, 이슬람교도가 많은 일부 지역구에선 친(親)팔레스타인 성향의 무소속 후보에게 의석을 내줘야 했다.
한편 스타머 총리가 이날 언급한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별개의 국가로 공존하는 방안으로 19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시작된 양측의 오랜 긴장 관계를 해소할 해법이란 평가를 받는다.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사이에 체결한 오슬로 협정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출범했지만, 이후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 대한 통제권을 요구하는 이스라엘의 반대에 부딪쳐 두 국가 해법은 지금까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모두 통치해 왔으나 2006년 총선에서 압승한 하마스가 이듬해 팔레스타인 정파 파타를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추방하면서 가자지구는 하마스, 서안지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지배하는 형태로 권력을 분점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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