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논문·세미나 모두 온라인 사이버大서 박사 학위 딸 수 있다”
온라인에서 공부하는 사이버 대학에서도 이제 박사 학위를 딸 수 있다. 한양사이버대학교는 지난달 교육부에서 일반 대학원 설립 승인을 받아 오는 9월 2학기 박사 과정을 개설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사이버대에 박사 학위 과정이 생기는 건 국내 최초다.
오성근(63) 한양사이버대 부총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직장인, 공무원, 사업가 등 현직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 박사까지 하고 싶은데 일반 대학은 일정상 힘들고 사이버 대학에서 딸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면서 “이들을 위해 추진해 온 것이 올해 결실을 봤다”고 했다. 한양사이버대에는 2009년 석사 학위 과정이 생겼다. 15년 만에 박사 학위까지 딸 수 있게 된 것이다. 박사 학위 과정이 생기는 전공은 다음 달 초 공개할 예정이다.
오 부총장은 “강의 수강부터 논문 등재까지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한 교육과정은 다른 일반 대학과 똑같다”고 설명했다. 대신,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온라인으로 이 과정을 진행할 수 있는 게 사이버대의 최대 강점이다. 박사 학위에 도전하는 학생은 한양사이버대가 자체 개발한 학습 관리 시스템(LMS)을 통해 강의 수강, 과제 제출, 화상 세미나 등 대부분 교육과정을 온라인으로 소화한다.
박사 과정의 핵심인 논문 지도 역시 온라인에서 시작하고 끝난다. 논문 작성 계획서를 온라인으로 제출하면 교수가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 최종 논문을 제출할 때까지 계속해서 온라인으로 지도받는다. 이 과정에서 교수와 학생 사이에 오간 데이터는 전부 저장된다. 오 부총장은 “온라인이라 교수가 보다 꼼꼼하게 의견을 주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논문 지도 과정이 모두 저장돼 객관성도 더 담보된다”고 했다.
실험, 실습 경험이 필요한 공학 계열 박사 과정을 밟는 학생을 위해 오프라인 공간도 지원할 계획이다. 3D 프린터, 레이저 커팅기 등 첨단 장비가 구비된 한양대의 ‘팹랩’ 등 시설을 야간과 주말에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한양사이버대는 한양대와 같은 재단이 운영하고 학교도 서울 성동구 한양대 캠퍼스에 있다.
오 부총장은 “박사 과정을 열면 한양사이버대의 최대 강점인 ‘재학생 지식 공유’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 대학은 재학생 상당수가 직업이 있는 사람들이다. 현직 법조인과 의료인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재학생 비율도 27%나 된다. 이렇게 각계각층에서 활약하는 학생들이 대학에서 배운 걸 실제 업무에서 접목하고, 이걸 학교나 교수진과 활발히 공유하고 있다.
한양사이버대는 2022년 학생과 교수가 지식을 편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이큐브’라는 인터넷 플랫폼을 만들기도 했다. 특강, 현장 학습, 학술회, 워크숍 등 정보를 공유하는 웹사이트다. 앞으로 박사 과정이 생겨 깊이 있는 연구를 하는 학생이 늘어나면 지식 공유도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오 부총장은 “대학에서 쌓은 인맥을 바탕으로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는 사례도 많다”고 했다.
한양사이버대는 지난 6월 발표된 세계혁신대학랭킹(WURI Ranking)에서 ‘문화·가치 혁신’ 부문 세계 6위에 오르기도 했다. 오 부총장은 “다른 대학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지식 공유’ 시스템이 높은 평가를 받은 덕분”이라고 말했다.
오 부총장은 “다음 목표는 외국인 학생을 받아 국제적인 대학으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했다. 한양사이버대는 지난 1일 페루 국립공과대(UNI) 시스템산업공학과(FIIS) 학생들이 들을 수 있는 복수학위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인공지능(AI) 전공과 지능형 자동차 전공을 선택해 들을 수 있는데 학생 34명이 몰렸다. 페루 국립공과대는 학생 등록금이 무료다. 그런데 이 학생들은 스스로 등록금을 내고서라도 한국 대학의 첨단학과 수업을 듣겠다고 나선 것이다.
오 부총장은 “페루 학생들이 한국의 선진화된 공학 기술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고 해 한국에서 2주간 진행하는 실습 프로젝트도 포함했다”며 “우수한 공학 전공 프로그램을 남미에서부터 시작해 세계로 확산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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