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병원 전공의 빈자리, 다른 병원 출신으로 채운다

오유진 기자 2024. 7. 9.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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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미복귀 행정처분은 면제
대신 의료 공백 최소화 위해
전공의 이동 기준 한시적 완화
정부가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전공의에 대해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을 중지하고, 복귀 전공의 및 사직 후 9월 수련에 재응시하는 전공의에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며 "수련 공백을 최소화하면서도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늦어지지 않도록 각 연차별, 복귀시기별 상황에 맞춰 수련 특례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 /연합뉴스

정부는 모든 전공의 1만3000여 명에 대해 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이와 함께 당장 오는 9월부터 복귀가 가능하도록 ‘수련 특례’를 적용해 사직한 전공의들이 원소속 병원으로 복귀하지 않고 다른 병원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맞춰 전공의 복귀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9월 복귀하는 전공의들에겐 내년 8월까지 수련을 하고 전문의 자격을 곧바로 딸 수 있게 전문의 시험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오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이렇게 밝혔다. 조 장관은 “수련 공백을 최소화하면서도,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늦어지지 않도록 각 연차별, 복귀 시기별 상황에 맞춰 수련 특례를 마련하겠다”며 “이는 중증·응급 환자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전문의가 제때 배출될 수 있도록 수련 체계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에서 고심 끝에 내린 정부의 결단”이라고 했다. 그동안 의료 현장을 지킨 전공의들과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현재 필수 의료 공백을 해소하는 일이 더 급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달 22일 시작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규모는 사직 처리로 발생한 결원에 달려 있다. 9월 초 수련을 시작하는 인턴·레지던트를 뽑으려면 선발 절차 등을 감안해 45일 전인 7월 중순까지는 각 병원이 ‘복귀할 전공의’와 ‘사직할 전공의’를 가려내야 한다. 조 장관은 각 병원에 “7월 15일까지 미복귀 전공의 사직 처리를 완료하고, 결원을 확정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정부가 각 병원에 이탈 전공의들이 복귀하거나 사직할 수 있는 ‘마지막 데드라인’을 통보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번 수련 특례를 통해 전공의들이 다른 병원으로 복귀하는 길이 열리면서 전공의 선호도가 높은 이른바 ‘빅5 병원’부터 차례로 충원이 이뤄지는 ‘전공의 연쇄 이동’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수련 특례에 따라 오는 9월 전공의 하반기 모집 정원은 예년보다 크게 늘어난다. 예년과 같이 일부 과목에 한정하지 않고, 결원이 생긴 모든 과목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본래 전반기에 사직한 전공의는 정부 지침에 따라 ‘사직 1년 이내’인 그해 하반기엔 어떤 병원이든 같은 과·연차로는 지원할 수 없었는데, 그 규정을 풀어주는 것이다.

이런 제한 철폐는 오는 9월 전공의 모집으로 한정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올해에 한해 일시적으로 특례를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 지원하지 않으면 내년 3월에는 ‘같은 과·연차’로 복귀할 수 없다”고 했다. 올 9월에 복귀하지 않으면 일러야 내년 9월에 복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전공의 복귀가 미미할 경우를 대비해 이들이 없어도 병원이 정상 운영될 수 있도록 ‘상급 종합병원(대형 병원) 구조 전환’을 통해 지속 가능한 진료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조 장관은 “상급 종합병원의 경증 진료는 축소하고, 중증 진료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전문의와 진료 보조 간호사(PA) 등 숙련된 인력 중심으로 업무를 재설계하면서 구조 전반을 혁신해 나가겠다”고 했다.

정부는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에도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36시간인 연속 근무시간 상한을 24∼30시간으로 줄이는 시범 사업을 통해 근무시간을 단계적으로 단축할 예정이다. 전공의 지도를 담당하는 ‘교육 담당 지도 전문의’ 등을 확대하고, 전공의가 대형 병원뿐 아니라 공공·일차 의료, 의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도록 ‘네트워크 수련 체계’도 도입한다.

환자 단체들은 이날 정부 발표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김재학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장은 “굳이 면허정지 처분을 해서 갈등만 더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집단행동은 잘못했어도, 대승적 차원에서 환자들을 위해 그렇게 조치한 것 같아 환영한다”고 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에서 “어떤 긍정이나 부정 입장도 내기 어려운 심정”이라며 “이번 결정이 이례적인 만큼, 전공의가 신속히 의료 현장에 복귀하길 기대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신속히 마련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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