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 “사과 필요하면 할 것” 문자...韓측 “여사 주변선 ‘거부’ 메시지”
4·10 총선 전인 지난 1월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현 당대표 후보)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전문(全文)이 8일 공개되면서 7·23 당 대표 선거를 앞둔 국민의힘에서 ‘문자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이 논란은 김 여사가 디올백 수수 등과 관련해 한 후보에게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문자 메시지로 전달했는데도 한 후보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친윤계에서는 한 후보의 대응이 김 여사 사과를 막아 총선 패배의 원인이 됐다는 입장인 반면, 한 후보 측은 “김 여사가 애초 사과 의사가 없었다”면서 이를 공격하는 친윤계의 움직임을 ‘당무 개입’이라고 맞섰다.
논란은 CBS가 지난 4일 김 여사의 1월 19일 문자 내용을 편집해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 김 여사가 그 무렵 한 후보에게 보냈다는 문자 5통의 전문이 TV 조선을 통해 공개·보도됐다. 1월 15일 2통, 19·23·25일 각 1통 등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였다. 두 사람 간에 오간 문자 메시지가 전문 공개된 배경을 두고 여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제기됐다.
이날 공개된 5통의 문자 메시지를 보면, 친윤계 주장의 연장선상에서 그를 뒷받침하는 내용이 추가로 포함됐다. 반면, 한 후보 측은 “김 여사가 보낸 문자 메시지에 대해 한 후보가 답하지 않은 사례는 그게 전부가 아니다”라면서 문자 메시지 전문이 공개된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건희 여사가 올해 1월 한동훈 후보에게 첫 메시지를 보낸 것은 15일이었다. 이후 25일까지 총 5차례 보냈다. 한동훈 위원장은 읽기만 하고 답하진 않았다. 여권 인사들은 “그 이유가 전당대회 쟁점이 되는 상황에서 전문까지 공개됐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2024년 1월 15일 문자
김 여사는 문자에서 “대통령과 제 특검 문제로 불편하셨던 것 같은데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라며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있어 기분이 언짢으셔서 그런 것이니 너그럽게 이해 부탁드립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백배 사과드리겠습니다”라며 “한번만 브이(대통령)랑 통화하시거나 만나시는 건 어떨지요”라고 했다. 김 여사는 같은 날 또 한 후보에게 문자를 보내 “제가 이런 자리에 어울리지도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라 이런 사단(사달)이 나는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여권 인사들은 김 여사가 ‘(윤 대통령) 기분이 언짢으셔서’라고 한 부분을 주목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지난 1월 15일 직전에 김 여사 수사 문제를 놓고 윤 대통령 측이 한 후보를 상대로 강한 이견을 제시한 걸로 안다”면서 “김 여사가 그 부분에 대해 미안함을 표시한 걸로 보인다”고 했다. 당시 대통령실 기류는 김 여사가 사과할 경우 야당의 정치적 프레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쪽이었다. 실제 한 후보는 작년 12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수락 이후 김 여사 특검과 관련해 “악법”이라면서도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1월 19일 문자
김 여사는 나흘 후인 1월 19일 다시 한 후보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김 여사는 “사과해서 해결이 된다면 천번 만번 사과를 하고 싶습니다”라며 “진정성 논란에 책임론까지 불붙듯 이슈가 커질 가능성 때문에 쉽게 결정을 못 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김 여사는 “그럼에도 비대위 차원에서 사과하는 것이 맞다고 결정 내려주시면 그 뜻을 따르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한 후보 측은 당시 상황 등을 감안할 때 김 여사의 문자 메시지는 사과하기 어렵다는 데 방점이 있었다고 했다. 한 후보는 김 여사의 사과 의향이 담긴 문자를 받기 전날인 1월 18일 디올백 사건과 관련해 “국민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도 있다”고 했다. 또 19일에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며 공개적으로 사실상 김 여사 문자에 대해 답했다.
여권 관계자는 “한 후보가 이처럼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그날 김 여사 주변 인사가 한 후보에게 김 여사가 사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담은 메시지를 보내왔었다”며 “한 후보로서는 김 여사의 진심은 ‘사과 불가’에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김 여사가 이 문자를 보낸 이틀 후인 1월 21일 이관섭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 후보를 만나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하고, 한 후보도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을 하겠다”며 사퇴를 거부하는 일이 벌어졌다.
◇1월 23, 25일 문자
김 여사는 충남 서천 화재 현장에서 윤 대통령과 한 후보가 만난 1월 23일에도 한 후보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김 여사는 “제가 댓글팀을 활용하여 위원장님과 주변에 대한 비방을 시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라며 “결코 그런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김 여사 주변 인사들이 한 후보 관련 기사에 비판 댓글을 달며 여론전을 한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한 후보가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얘기를 접한 김 여사가 그런 문자를 보낸 것 같다고 여권 관계자는 전했다.
거듭된 문자 메시지에 한 후보가 답을 하지 않자 김 여사는 1월 25일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김 여사는 “대통령께서 지난 일에 큰소리로 역정을 내셔서 맘 상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조만간 두 분이서 식사라도 하시면서 오해를 푸셨으면 합니다”라고 했다. 이 문자 발송 나흘 후인 1월 29일 윤 대통령은 한 후보를 초청해 2시간 37분간 오찬 회동을 했다.
한편 한 후보는 8일 광주(光州)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 합동 연설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 문자 논란과 관련해 “공과 사는 분명해야 한다”며 “그 상황에서 사적 통로로 답을 주고받았다면, 그 문자가 공개되면 야당이 국정 농단이라고 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당대표가 돼도 영부인과 당무와 관련해서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한 후보는 당시 여러 경로를 통해 김 여사가 사과할 뜻이 없음을 명확히 확인한 상태였고, 김 여사 문자 후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까지 이어진 상황에서 사적 문자에 답하는 게 오히려 부적절하다고 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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