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더 싸게, 한쪽은 더 고급스럽게… 전기차 양극화 전략

정한국 기자 2024. 7. 9.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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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기업들의 전기차 전략이 양극화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기존보다 더 저렴한 전기차로 시장 점유율을 늘리려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더 고급스러운 전기차로 고소득층 공략을 시작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돌파하기 위한 두 갈래 차별화 전략인 셈이다.

국내에선 수입차 브랜드가 1억원 넘는 전기차를 속속 내놓는 중이다. 이들은 “전기차 특성이 고급차 속성과 비슷하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전기차는 엔진과 변속기가 없어 조용하고 진동이 적다. 자동차 객실 아래쪽에 배터리만 깔면 되기 때문에, 내연기관이 있던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돼 실내도 더 넓다. 순간 가속력이 좋아 액셀러레이터를 살짝만 밟아도 차가 힘 있고 매끄럽게 움직인다. 이런 요소가 고급차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한 수입차 브랜드 관계자는 “전기차 가격이 내연차보다 더 비싸지만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다”고 했다.

포르셰는 지난달 말 브랜드의 첫 전기 SUV인 ‘마칸 일렉트릭’을 공개했다. 올 하반기 국내 공식 출시한다. 2014년 출시돼 전 세계에서 80만대 넘게 팔린 대표 중형 SUV를 전기차로 바꿨다. 가솔린 마칸의 시작 가격이 약 1억원이라, 전기차는 이보다 가격이 높게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칸 일렉트릭은 휠베이스(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사이의 거리)가 2893㎜로, 내연차 마칸보다 86㎜ 늘어났고, 트렁크와 프렁크(프론트+트렁크의 합성어)를 모두 합치면 적재 공간이 624L 나온다.

그래픽=김하경

아우디도 지난달 대형 전기 SUV ‘Q8 e-트론’을 출시했다. 아우디의 첫 전기차였던 SUV ‘e-트론’을 부분 변경한 차다. 브랜드의 플래그십(브랜드 대표 제품) SUV에 주는 이름인 Q8을 새로 붙였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전기차로 밀겠다는 의미다. 국내 판매하는 차 중 기본 모델인 ‘Q8 50 e-트론 콰트로’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복합 기준 298km. 시작 가격이 1억원이 넘는다. 아우디 고유의 사륜 구동 시스템인 ‘콰트로’를 장착해, 고급차일 뿐만 아니라 비포장도로에서도 잘 달리는 성능 좋은 차라는 점을 앞세웠다.

미국 GM(제너럴모터스)의 고급 브랜드 캐딜락도 지난달 시작 가격이 1억원 넘는 전기 SUV ‘리릭’을 출시했다. 2개 모터로 달리는 사륜구동 차로, 33인치 LED 디스플레이가 운전석 앞으로 길쭉하게 설치돼 고급감을 더한다.

반면 국산차 진영에서는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종류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기아가 작년 내놓은 EV9에 이어 이르면 올 연말 현대차가 아이오닉9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둘 다 전기차의 고급스러운 속성을 강조한 대형 SUV이다. 반대로 두 회사는 중저가 전기차도 연이어 내놓고 있다. 기아는 보조금 포함 3000만원 중후반대로 살 수 있는 소형 SUV EV3를 지난달 출시했다. 약 한 달 만에 사전 계약 1만대를 돌파했다. 현대차도 경차 캐스퍼를 소형 전기 SUV로 바꾼 ‘캐스퍼 일렉트릭’을 출시했다. 보조금 포함 2000만원 후반대부터 구매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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