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주문 폭주 ‘3나노’… 하반기 ‘폰플레이션’ 온다

장형태 기자 2024. 7. 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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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칩값 25% 이상 오를듯”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계가 2세대 3나노(10억분의 1)미터 칩 양산에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대만 TSMC는 애플, 퀄컴, 미디어텍, 구글 등에서 스마트폰용 3나노 칩 주문을 받아 생산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중 스마트폰용 3나노 칩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3나노 칩은 대부분 스마트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제품이다. 주문이 일시에 몰리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미세 공정이 더욱 정교해지면서 3나노 칩 가격은 이전 세대보다 25%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마트폰 원가에서 AP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20% 남짓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3나노 칩을 중심으로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서 올 하반기 이후 출시되는 스마트폰의 가격이 크게 오르는 ‘폰플레이션(스마트폰+인플레이션)’이 기정사실이 됐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하경

◇몰리는 3나노 주문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내장형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과 노트북이 출시되면서, 3나노 공정을 활용한 칩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인터넷 접속 없이 생성형 AI 모델을 구동하려면,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데다 전력 소비량을 대폭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AI 분야 진입이 늦었던 애플은 내년 상반기부터 아이폰에 AI 기능을 본격적으로 탑재할 예정이다. 하반기 출시할 아이폰16의 판매 목표치도 전작보다 20%가량 높게 잡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의 지난해 매출에서 4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고객 애플이 3나노 제품의 주문량을 늘리면서 초미세 공정이 적용되는 반도체 가격 상승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반도체 설계사들의 주문이 TSMC에 집중되는 것도 가격 상승 요인이다. 퀄컴, 미디어텍, 구글 등 스마트폰 AP를 설계하는 회사들이 고성능 AP 제조를 TSMC에 위탁했다. 구글도 내년 출시할 픽셀폰에 탑재하는 칩 텐서G5를 TSMC 3나노 공정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대만 미디어텍도 AI 기기 시장에 본격 뛰어들고자 설계한 칩 ‘디멘시티9400′을 TSMC서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이 칩은 삼성 갤럭시탭S10 제품군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 경제일보는 8일 “TSMC 2세대 3나노 공정에 고객이 몰리면서 2026년 물량까지 꽉 찬 상황”이라고 했다. TSMC도 지난 5월 “올해 3나노 공정 생산 능력을 지난해보다 3배 늘렸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수요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스마트폰 AP 제품인 퀄컴 스냅드래건8 4세대는 전 세대 칩보다 가격이 25%가량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작인 스냅드래건8 3세대 가격은 200달러(약 27만6000원) 정도로 알려졌는데, 4세대 칩은 250달러(약 34만6000원)까지 오른다는 것이다. 스냅드래건은 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쓰는 스마트폰에 탑재된다. 내년 초 출시될 갤럭시S25 시리즈 일부에도 이 칩이 들어갈 가능성이 큰데, 이미 퀄컴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로서는 가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2023년 갤럭시S23 시리즈에 전량 퀄컴 칩을 탑재하면서 갤럭시S23 가격을 전작 대비 15만원 인상한 적이 있다.

그래픽=김하경

◇삼성도 3나노 양산 속도 낸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3나노 칩의 가격 향방이 삼성전자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시리즈뿐 아니라 타사 브랜드에도 3나노 칩을 공급하게 된다면,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는 지난 3일 업계 최초로 3나노 공정으로 만든 웨어러블 제품용 칩 ‘엑시노스W1000′을 공개했다. 전작(엑시노스W930)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가 3.7배 향상됐으며, 앱 구동 속도도 2.7배 빨라졌다. 이 칩은 오는 10일 공개될 갤럭시워치7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 파운드리는 현재 개발 중인 모바일용 AP ‘엑시노스2500′의 수율을 끌어올려 올해 말부터 양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분기 기준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가 62%, 삼성전자는 13%로, 50%포인트 가까이 격차가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022년 업계 최초로 3나노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으로 칩 양산에 성공했다. GAA는 전 세대 기술인 핀펫 공법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인 것으로 AI 기기에서 수요가 늘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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