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실상 선거 없어진 민주당, “이재명 변호인 되겠다” 충성 경쟁뿐
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8일 전당대회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며 “이재명 곁을 지키는 수석변호인이 되겠다”고 했다. 국회 제1당의 지도부가 되겠다는 사람의 출사표가 아첨이었다. 이 사람뿐 아니다. 전날 출마를 밝힌 이언주 의원도 이 전 대표에 대해 “대선 후보로 다른 대안이 없다”고 했다. 다른 사람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서면 그 자체로 공격할 태세다. 이 밖에 “이재명 집권플랜본부장이 되겠다”(김민석 의원),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강선우 의원), “당원이 주인인 정당 만드신 이재명 대표님”(한준호 의원) 등 최고위원 후보 10여 명 모두가 연일 충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누가 최고위원 5명에 뽑혀도 민주당 새 지도부는 철저한 ‘이재명 친위대’가 될 것이다. 이럴 거면 최고위원은 뭐 하러 뽑나.
2년 전 민주당 전당대회도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으로 치러졌지만 비이재명(비명) 성향도 지도부에 입성했다. 그런데 총선 공천 과정에서 이 전 대표를 견제하던 비명들이 대부분 배제되고 그 자리를 강성 친명들이 차지하면서 민주당은 ‘이재명 1인 정당’으로 바뀌었다. 이 전 대표 극성 지지층인 ‘개딸’에게 찍히면 당선은 고사하고 정치생명도 위협받는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개딸들이 비명계 인사에게 불출마를 압박하는 문자 폭탄까지 보내고 있다. 지금 민주당에선 ‘비명 소리’마저 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
이 전 대표가 곧 연임 출마 선언을 한다. 전당대회는 당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선택을 받는 정당 최고의 축제이자 무대다. 민주 정당에 단 한 가지 비전만이 있을 리 없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당대표를 뽑는 선거에 경쟁 자체가 없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은 “지금 (전당대회에) 나가봐야 (이 전 대표) 들러리 서 주는 것”이라고 했다. 전당대회가 특정인 추대 대회가 됐다. 앞서 민주당은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이 전 대표가 낙점한 친명 박찬대 의원이 무투표로 당선됐다.
민주당 한 최고위원이 “이 대표는 민주당의 아버지”라고 하더니 최고위원 후보들은 ‘이재명 칭송’ 경쟁뿐이다. 민주당에서 나름 활발했던 내부 다른 목소리도 사라졌다. 반대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나오면 곧바로 문자 테러를 당한다. 본질적으로 북한, 중국의 정치와 얼마나 다르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 그런 정당이 국회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고, 이제 그 당에선 선거마저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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