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도 ‘사단장 무혐의’ 결론, 순리로 풀었으면 없었을 사태
해병대원 순직 사건을 수사해 온 경북경찰청이 어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고발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혐의가 인정된 6명은 여단장 1명, 대대장 2명 등이다. 경찰은 직접적인 사고 원인으로 한 대대장이 임의로 수색 지침을 변경한 점을 꼽았다. 원래 수색 지침은 ‘수중 아닌 수변에서, 장화 높이까지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었지만, 사고 전날 이 대대장이 “내일 우리 포병은 허리 아래까지 들어간다. 다 승인받았다”며 수중 수색으로 오인할 수 있는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군 인권 단체 등은 임 전 사단장이 “수변으로 내려가 바둑판식으로 수색하라”고 지시하고 ‘가슴 장화’ 지원을 언급해 혐의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 같은 정황들과 사망 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바둑판식 수색’ 지시는 기존 지침을 바꾸거나 새로운 지시를 한 것이 아니고, ‘가슴 장화’ 언급 역시 수중 수색 지시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해병대라는 게 눈에 띄게 하라’는 지시를 내려 해병대원들이 구명조끼를 입지 못했다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 경찰은 언급하지 않았다. 임 전 사단장은 이와 관련, “누군가 사단장을 참칭한 것”이라고 해왔는데 경찰도 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11개월을 끈 경찰 수사가 끝났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이 사건은 이렇게 커질 일이 결코 아니었다. 해병대원 순직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사단장에게까지 과실치사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도를 넘는 일이다. 이런 식이면 군 전체의 지휘가 마비될 수도 있다. 법이 바뀌어 해병대 수사단은 아무런 수사 권한도 없었다.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가 잘못됐다면 전문가인 경찰, 그다음 검찰에서 얼마든지 걸러질 수 있었다. 그런데 대통령실이 그것을 참지 못하고 경찰로 넘어간 조사 결과를 회수하는 통에 일이 커지고 말았다. 그에 더해 공수처 수사를 받던 전직 국방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하고 출국까지 시키는 감정적 대처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했다.
어제 경찰의 수사 결과는 이미 그 의혹이 커진 상황에서 나왔다. 민주당은 “특검 당위성을 선명하게 할 뿐”이라고 했다. 민주당도 이 문제를 더 이상 정략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이 특검을 두고 국회 여야 대치도 이어질 것이다. 충분히 순리로 처리될 수 있었던 문제를 이렇게 만든 사람들은 어떤 책임 의식을 갖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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