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티웨이의 ‘항공기 돌려막기’

김아사 기자 2024. 7. 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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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웨이항공 A330-300기.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뉴스1

최근 항공 업계의 화두는 고장 논란이다. ‘고장’에 ‘논란’이란 말이 붙은 건 고장에 따른 탑승 취소 등이 있었던 항공기가 실제로는 고장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과관계가 뒤엉킨 상황이 수면 위로 드러난 건 지난달 13일이다. 이날 티웨이항공의 오사카행 항공기 이륙이 11시간 지연됐다. 좁은 기내에 승객을 대기시킨 탓에 항의가 빗발쳤고 지친 승객 310명 중 204명이 출국을 포기했다.

공분(公憤)의 시작은 이들이 본래 탔어야 할 항공기가 고장 나지 않은 게 알려지면서다. 실제 결함이 발생한 항공기는 오사카행이 아닌 같은 기종의 크로아티아 자그레브행이었는데 티웨이항공이 슬쩍 두 항공기의 목적지를 바꾼 것이다. 영문을 몰랐던 승객들은 당시엔 탑승 게이트가 바뀌었다는 말을 듣고 그대로 따랐다.

업계에서는 ‘항공기 돌려막기’라고 부르는 오래된 관행이 드러난 것이란 말도 나온다. 승객이 적거나 가까운 노선에 배정된 항공편을 고의로 결항하고 문제가 있는 장거리, 승객 많은 노선과 바꾸는 행위다. 과거 일부 항공사가 이런 행위를 하다 발각돼 과징금을 낸 적이 있다. 이번 경우도 1인당 최대 600유로를 보상하는 EU(유럽연합)의 엄격한 보상 규정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항공사로선 오사카행 결항이 자그레브행 결항보다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오사카행 승객들은 희생됐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계획과 일정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데다, 항공사가 탑승객들이 하기(下機)를 요구해 출발 시간이 지연됐다고 해명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티웨이항공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이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어떤 입장일까. 항공법은 예견하지 못한 정비 등으로 출발 10분 전까지 항공편을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돌려막기는 고장 나지 않은 항공기를 결항시키는 것이어서 위법 소지가 크다.

이들은 티웨이항공 등 항공사 전반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밝혔다. 다만 항공편 변경이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여서 대처가 쉽지 않다고도 말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4일 항공사 등의 안전 투자 규모가 5조8453억원으로 2022년 대비 38% 늘었다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항공사들이 사전 정비체계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자료에 틀리는 말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감하는 이는 많지 않다. 돌려막기 등은 항공기 결함이 그만큼 많다는 뜻인 데다, 지난해 11개 항공사 정비사 수는 5628명으로 2019년 9사(5944명)만 집계할 때보다도 적다.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선 티웨이항공은 몸집을 급격히 불리며 올해 로마·파리·바르셀로나 등 장거리 노선 운항도 시작한다. 장거리 노선은 운항 난도의 차원이 다르다. 작은 실수가 불행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가혹하다고 느낄 정도의 대처가 이어지는 게 승객도, 항공사도 사는 길이란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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