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로의 산야초 톡Ⅱ] 90. 구슬붕이 - 쓴맛 너머 전해지는 ‘기쁜 소식’

강병로 2024. 7. 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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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비를 견딜 수 있을까. 1.5㎝도 채 안 되는 여린 것이." 그해 봄, 유난히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그것도 군락을 이루며. 폭우에 휩쓸린 봄 언덕에 뿌리를 내린 건 '구슬붕이'였습니다.

구슬붕이의 존재를 오롯이 드러내는 것은 5∼6월에 피는 보라색 꽃! '기쁜 소식'이라는 꽃말답게 주변을 밝고 환하게 비춥니다.

쓴맛을 봐야 인생을 안다고 했듯 구슬붕이의 맛을 보면 비로소 "이렇게 쓴 식물도 있구나"라고 느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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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슬붕이 

“저 비를 견딜 수 있을까. 1.5㎝도 채 안 되는 여린 것이.” 그해 봄, 유난히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계곡은 수시로 잠겼고 산기슭은 빗물에 휩쓸려 황톳빛 속살을 드러냈지요. 연두로 물들던 다른 언덕과 달리 그곳은 상처투성이였습니다. 그러기를 몇 차례. 어느 날 기막힌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베인 상처에 반창고 붙이듯 듬성듬성 꽃이 피더니, 기슭 전체가 보랏빛으로 물든겁니다. 기적이었습니다. 사막으로 변한 불모지에서 꽃이 피다니. 그것도 군락을 이루며…. 폭우에 휩쓸린 봄 언덕에 뿌리를 내린 건 ‘구슬붕이’였습니다. 그 여리디여린 것이 마지막 봄 열차에 오른 셈이지요.

구슬붕이는 당당합니다. 꼿꼿합니다. 용담과의 식물이 그렇듯 선비의 풍모를 유감없이 드러내지요. 비록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꽃을 피우지만 머리를 숙이는 법이 없습니다. 하늘을 향해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드러냅니다. 두해살이 풀로 쌍떡잎식물. 달걀꼴 잎은 서로 붙어서 줄기를 감싸고 있습니다. 구슬붕이의 존재를 오롯이 드러내는 것은 5∼6월에 피는 보라색 꽃! ‘기쁜 소식’이라는 꽃말답게 주변을 밝고 환하게 비춥니다. 손톱 크기의 작은 꽃이지만 존재감은 그 어떤 꽃에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습니다. 작아서 더 도드라지고, 보면 볼수록 더 오묘한 느낌을 갖게 하지요.

뿌리와 잎 줄기 꽃을 모두 약재로 쓰며 암용담, 인엽용담(鱗葉龍膽), 자화지정 등의 이칭을 지녔습니다. 쓸개보다 더 강한 쓴맛을 내 생약명은 석용담(石龍膽)! 소화액 분비를 촉진시켜 건위제로 처방하며 종기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쓴맛을 봐야 인생을 안다고 했듯 구슬붕이의 맛을 보면 비로소 “이렇게 쓴 식물도 있구나”라고 느끼실 겁니다. 쓰고 독한 것으로 치면 소태나무 껍질도 빠질 수 없지요. 옛 어머니들은 젖을 떼기 위해 소태나무 유액을 사용했습니다. 젖꼭지에 유액을 바른 것이지요. 그 젖을 문 아이들은 어땠을까요?

구슬붕이의 꽃시절이 저물어갑니다. 이젠 한 해를 기다려야 그 꽃을 볼 수 있겠지요. 그러나 장담하기엔 이릅니다. 이미 경험했듯 지난 6월은 30도가 넘는 고온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스콜성 집중 호우로 변한 장마가 어떤 변수를 가져올지 알 수 없습니다. 한겨울에 핀 진달래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듯 기상이변은 우리의 일상을 뒤흔듭니다. 어쩌면 우리는 구슬붕이의 쓴 맛을 뛰어넘는 엄청난 기후변화에 직면할지 모르겠습니다. 4계절이 뚜렷한 ‘기쁜 소식’을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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