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미래 사피엔스] [59] 지구가 평평하다고?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2024. 7. 8.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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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인터넷에서 ‘지구 평면설’이 인기다. 말 그대로 지구가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는 ‘지평설’. 처음에는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동요에도 나오지 않는가.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오겠네….” 지구가 평평하다면 아이는 언젠간 지구 끝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겠다.

여러 도시에서 동일한 순간 측정된 그림자 길이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이미 2200년 전 고대 그리스 수학자 에라토스테네스가 증명한,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왜 사람들이 부정하는 걸까?

지평설 지지자들은 세상이 둥글지 않고 평평하게 보인다고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지구 크기를 고려하면 우리 눈높이로는 지구의 굴곡이 보일 리가 없다. 지구 굴곡은 고도로 나는 비행기에서나 관찰이 가능하다. 특히 우주에서는 둥글고 푸른 지구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바로 NASA가 소개하는 자료는 모두 가짜라고 지평설 지지자들은 주장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동쪽으로 계속 날아가면 왜 지구 끝이 아닌 미국 캘리포니아가 나올까? 항공사들 역시 거대한 음모에 가담한다고 한다. 그럼 왜 지구 남반구 하늘에는 북두칠성이 아닌 남십자성이 보일까? 이거 역시 다 만들어진 가짜라고 주장한다.

마치 자신이 나폴레옹이라는 환각을 가진 환자같이 그 어느 논리나 과학적 근거로도 설득이 불가능한 지평설자들. 문제는 미국 성인 10%가 믿는다고 하고, 18~24살 중에서는 66% 정도만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에 대한 확신이 있다고 한다. 지구는 평평하고, 새들은 CIA가 만들어낸 드론이며, 힐러리 클린턴은 사실 외계 파충류라는, 웹툰으로조차도 신빙성이 없을 가짜 뉴스와 음모론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인터넷을 통해 확장되고, 증폭되고, 어느덧 선거와 현실 정치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모든 정보를 연결해 인류를 계몽하겠다던 인터넷은 이렇게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하고, 반계몽적인 괴물을 하나 만들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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